메뉴 건너뛰기

close

▲ 졸정원 연못에 비친 경치가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 송진숙
예로부터 '소주의 정원이 으뜸이다'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정원과 미인으로 유명한 소주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졸정원(拙政園)!

졸정원은 유원(留園), 이화원, 승덕이궁(承德離宮)과 함께 중국 4대 정원에 꼽힐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명나라때 어사인 왕헌신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와 살면서 설계하였다 한다.

진대 반악의 시 구절에 '졸자 지위정(拙者之爲政) 채소밭에 물을 주고 채소를 가꾸는 것도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위정이다'라는 글귀에서 따다가 졸정원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왕헌신(王獻臣)은 3년 동안 화가로 하여금 정원을 그리게 하고, 13년 동안이나 정원 공사를 하였다. 이 정원 건설에 총 16년이나 걸린 것이다.

▲ 겨울인데도 남쪽지방이다 보니 파릇한 빛깔을 띠어 마치 봄처럼 느껴진다
ⓒ 송진숙
그러나 왕헌신은 이 정원에서 3년 밖에 살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의 아들이 물려받았으나, 천하의 도박꾼이었던 아들이 이 정원을 걸고 도박을 하다가 도박꾼들에게 하루 만에 정원을 넘겨주고 말았던 것. 지금은 국가에서 환수해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단다. 예나 지금이나 마음 먹은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 농사인가 보다.

명나라 화가 문징명이 이곳을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며, 비파원·소창랑·향주·견산루 등 누각과 소박하고도 대륙적인 스케일이 특징이다.호수 주위에는 명·청대 건축 양식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의 전통 정원(庭苑)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지형지물을 가능하면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이용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일본, 중국과는 달리 '정원(庭園)'이 아닌 '정원(庭苑)'으로 표기하는 모양이다. 우리 정원이 자연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중국의 정원은 보여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1만2000여평에 달하는 부지의 60% 정도가 연못이다. 물 주변으로 누각과 정자 등을 지었다. 이 정원은 동원, 중원 및 서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호수, 축산에 이어 건축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 졸정원의 굴곡지게 축조한 다리
ⓒ 송진숙
졸정원은 중국 정원의 자존심이라고도 한다. 컨셉트는 물이다. 소주가 물의 도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건물을 물가에 지어서 건물이 물에 비치는 풍경까지도 같이 감상하란 의미란다.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뒤에 멀리 보이는 탑을 경치 안으로 끌어들여 탑이 있는 곳까지 자신의 정원으로 느끼게 하는 차경(借景-빌려온 경치)이다. 무엇이든 크게 보이려는 중국인들의 과장된 정서가 여기서도 보였다.

물 위엔 다리가 있는데, 굴곡지게 표현하였다. 대평원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란다. 대평원에서는 똑바른 길로 다니다 보니 정원만큼은 멋을 가미하여 구부려 표현하였다.

정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정자는 밖의 경관을 보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나, 중국의 정자는 보여지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지붕도 밖으로 한껏 꺾어서 표현을 했다.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문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보름달 모양의 동그란 문, 월창(月窓)을 내서 아름답게 보이고자 했다.

주육원앙관이라는 건물 아래 연못에 원앙 몇 마리가 놀고 있었다. 왕헌신 부부가 원앙 36마리를 기르며 이야기하고 지내던 부부만의 공간이었단다. 이 건물 창에는 파란(진한 코발트빛) 유리로 무늬를 넣어 실내에서도 마치 눈이 온듯한 풍경을 즐기기도 했단다.

▲ 졸정원의 다양한 길- 덩굴나무가 얹혀진 길과 공간 사이를 네모난 창, 보름달모양의 창으로 구분
ⓒ 송진숙
▲ 졸정원의 정자-우리의 정자가 다소곳한 여인네 모습이라면 중국의 정자 지붕은 한참 멋부릴 나이의 10대가 한껏 차려입은 모습이랄까?
ⓒ 송진숙
여행을 통해서 많은 편견을 깨고자 한다. 왜 중국 사람들은 요란하게 꾸미고 과장하는지 이상하게 봤었다. 그것은 그들이 대륙의 넓은 평원에서 살면서 갖게 된 그들만의 문화의 특수성이 아닌가 한다. 어느 문화는 높고 어느 문화는 낮다고 할 게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 졸정원의 건물-4면을 막힘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모두 유리로 되어 있다.
ⓒ 송진숙
일정에 쫓겨 여유있게 보지는 못했지만 졸정원 하나 보는 것으로도 소주에 온 보람이 있었다.

왕헌신은 졸장부들이 정치를 한다고 비아냥거렸다지만 그의 진짜 속마음은 북경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이곳에서 북경의 추억을 더듬으며 담소를 나누었을 그의 쓸쓸한 모습을 뒤로 하며 우리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덧붙이는 글 | 일반적으로 중국의 4대 정원은 북경의 이화원·피서산장·졸정원 ·유원을 꼽는다.이중 졸정원과 유원이 소주에 있다.이밖에도 소주에는 대형 정원이 8곳,중형이 13곳,소형이 20여곳에 이른다.비록 원림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잘 다듬어진 정원도 28 곳이나 된다. 
  본래 소주는 중국에서도 가장 정원이 밀집된 원림도시다.명나라 때는 그 숫자가 2백71개소,청나라때는 1백30개소나 됐다.금 세기 들어서도 원림 1백14개소에 정원 74개소 등 모두 1백 88개소가 보존됐었다.그래서 오늘날 소주를 방문한다는 것은 곧 원림을 방문한다는 뜻이며,소주 원림을 본다는 것은 중국 남방 원림의 정수를 대한다는 뜻과 직결된다. 
  최근에는 휴일이면 줄잡아 수십만명은 될법한 전국 각처의 관광 객들이 붐비면서 발디딜 틈도 없이 빽빽해져 나무의 숲이 아니라 「인간의 숲(인림)」을 이룬다-양명식의 환경정보넷.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