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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음반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 '음악의 거장', '대중성과 예술성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최고의 뮤지션'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음악인 삶의 전형이듯 에릭 클랩튼 역시 전세계 연주 여행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해 여름부터 유럽, 미주 주요 도시를 돌기 시작하며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마무리되는 에릭 클랩튼 '2006~07 월드 투어'. 그 프로그램 중 84번째 공연 도시는 바로 서울이었다.

1997년 그리고 2007년. 10년 만의 일이다. 일찌감치 그의 내한 공연 소식에 음악 팬들은 여기저기서 술렁거렸다. 그리고 1월 23일 저녁 8시 20분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터질 듯 환호성이 쏟아지고 그가 등장했다.

관객을 휩싼 그의 기타

1997년 '레일라'의 언플러그드 버전 연주로 무대를 열었던 에릭 클랩튼. 이번 공연의 첫 곡은 '텔 더 트루스'(Tell the Truth), 클랩튼이 몸 담았던 전설적인 블루스 록 그룹 데렉 앤드 도미노스(Derek & Dominos) 시절의 곡이었다.

이어진 곡은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 데렉 앤드 도미노스 시절을 비롯 비비킹과도 협연한 바 있는 단골 블루스 레퍼토리. 다음 곡 역시 데렉 앤드 도미노스 시절의 곡 '갓 투 비 베터 인 어 와일'(Got to be better in a while), 지미 핸드릭스의 원곡으로 유명한 '리틀 윙'(Little Wing)’의 수려한 리메이크 연주 가 이어지자 탄성이 쏟아졌고, '와이 더즈 러브 갓 투 비 소 새드'(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로 전반부가 마무리 되었다.

첫 곡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데렉 앤드 도미노스 시절, 소위 고전이라 칭할 수 있는
곡들을 휘몰아친 후 의자에 앉아 포크 기타로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드리프팅 블루스'(Drifting Blues), '아웃사이드 우먼 블루스'(Outside Woman Blues), '노바디 노우즈 유 웬 유아 다운 앤 아웃'(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등 블루스 곡들을 포크 기타로 조용히 담담하게 연주하는 그의 모습과 연주는 시쳇말로 피할 수 없는 '포스'가 발하며 공연장 전체를 장악했다.

의자에서 일어난 클랩튼이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재기하며 만든 '오션 대로 461 번지'(461 Ocean Boulevard) 앨범에 수록된 '마더리스 칠드런'(Motherless Children)을 경쾌하게 연주하며 공연은 중반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블루스의 대부인 로버트 존스의 곡 '리틀 퀸 오브 스페이즈'(Little Queen of Spades), 데렉 앤드 도미노스 시절의 '애니 데이'(Anyday)가 뒤따라갔다.

공연이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이쯤되면 나올 법도 한데… 그렇다. 1997년 내한 공연 당시 다소 퉁명스럽게 연주하고 말았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이번 공연에서는 정성스럽게 연주했다.

'원더풀 투나잇'이 조용히 사그라드는 순간, 사랑하는 여인을 갈구하는 '정열 그 자체' 소리, 바로 '레일라'(오리지널 버전)의 도입부 기타 연주가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원더풀 투나잇'의 말랑 말랑함 속에 단 번에 찬물 한 바지 끼얹으며 온 몸의 감각 기관을 자극하는 순간이었다.

'레일라'를 끝으로 퇴장하고 관객들은 공연장이 터져나갈 듯한 함성, 박수와 발 구르기로 앵콜을 요청했다. 관객의 부름에 응답한 곡은 최근 새 앨범 작업을 함께 한 전설적인 뮤지션 J.J. 케일의 곡 '코케인'.

기타 인트로가 터져 나오자 경악에 가까운 환호성이 쏟아졌고 후렴구를 합창하며 '레일라'의 감흥이 이어지며 두 말할 필요없이 절정 그 자체에 도달했다. 이어서 대미는 크림 시절 연주했던 정열적인 블루스 록 넘버 '크로스로드'(Crossroads)가 차지했다. 클랩튼과 밴드 멤버들의 무대 인사가 끝났지만 자리를 뜨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10년 만의 거장과의 전신 요동치는 해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에릭 클랩튼, 고전 그리고 영원한 현재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 '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는 언제 나올 지 가슴 졸였던 팬들이라면 쉴새 없이 뿜어 내는 블루스와 록의 향연에 아쉬움이 컸을지도 모르고 한편 도대체 왜 이런 음악들을 하는 지 전부 최신곡을 연주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했을지 모르겠다.

역시 에릭 클랩튼의 '포스', 거장으로서 세계적인 인물로서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연이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편 그의 라이브 밴드로서 무대에 오른 최고 수준의 세션 연주자들의 공을 피할 수 없다.

스티브 갯, 네이튼 이스트 등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참여했던 기존 세션 밴드는 해체됐지만 이번 투어에 참여한 도일 브램홀2세(기타), 데렉 트럭스(기타), 윌리 윅스(베이스), 스티브 조단(드럼), 샤론 화이트(백보컬), 팀 카몬(키보드) 등 최고 수준급 세션 연주자로 구성된 밴드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뤄냈고, 앵콜곡 '코케인' 등에서 보여준 잼 연주는 이날 최상의 연주로 칭송할 수 있었다.

화가로 치면 마치 회고전이라도 되는 듯 그의 젊은 시절 블루스 록의 전성기 음악과 빅 히트 곡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며 에릭 클랩튼의 오랜 팬들이라면 과연 내가 오늘 이 수많은 곡들을 라이브로 듣고 있는지 믿을 수 없었던, 온몸이 떨리는 흥분, 온 몸 가득 감성 충만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40년 넘는 음악 역사의 고전적인 정수가 영원한 '현재'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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