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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용도와 재료

불교의 그림, 즉 불화는 미술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는 단지 아름다움을 나타낸 것이 아닙니다. 불화는 아름다움을 가진 그림이자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불화 안에 그려진 내용을 보면 여러 부처와 보살을 비롯, 호법신장, 칠성, 산신, 명부의 시왕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대상들이 한 폭의 불화 속에 담겨 있지만 이들은 아무렇게나 그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질서정연한 조화 속에 각자의 색감과 크기, 위치 등을 갖추어 경전 속의 이야기를 하나로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BRI@우리는 불화를 이해할 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뛰어넘어 불교의 사상까지 담고 있는 상징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불화 속에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을 모두 담고 있기도 하고, 땅 밑 저 아래 지옥에서부터 저 높은 하늘나라에 이르는 공간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징적인 내용을 이해한다면 불화는 현대의 어떤 추상화보다도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화는 그 쓰임새도 다양한 편인데 우리는 용도에 따라 후불탱화, 괘불, 신중탱화, 영정 등 예배용 불화와 후불벽화, 건조물의 단청 등 장엄용 불화 및 불전도, 본생도, 극락왕생도, 감로도, 지옥도 등 교화용 불화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탱화(幀畵)라고 하는 그림은 벽에 거는 그림을 뜻하는 것이라서 벽에다 직접 그린 벽화와 구분하는 것입니다.

불화를 그리는 바탕이 되는 재료는 천, 종이, 흙, 나무, 돌, 금속 등이 있습니다. 가장 보편화된 불화의 바탕재료는 비단, 삼베, 모시 등의 천이 있는데, 특히 불상의 뒷벽에 걸리는 후불탱화와 야외에 내거는 괘불탱화는 거의 천을 바탕으로 하여 그렸습니다.

또한 사경화(寫經畵)와 변상도 등은 화선지 등의 종이를 바탕으로 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특이하게 나무에 부조(浮彫)로 양각하고 그 위에 개금이나 채색을 하여 후불화로 봉안하는 것도 있는데 이를 후불목각탱화라고 합니다.

벽에 그린 불화를 불벽화(佛壁畵)라 하는데 불벽화의 바탕 재료로서 흙(회)벽, 나무(판)벽, 돌(석)벽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찰 건물의 대부분은 흙벽을 지닌 목조건물이므로 불벽화의 대부분은 흙벽면에 그려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목조건물의 외벽을 보호하기 위하여 붙여진 판벽 위에 그려진 불화를 판벽화(板壁畵)라고 하는데, 판벽화는 대체로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연대가 오래된 작품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 밖에도 쇠나 청동 등의 금속표면에 은입사(銀入絲)를 하여 불상을 표현하거나 모각화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탱화

탱화는 천이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족자나 액자의 형태로 만들어서 걸어놓은 불화(佛畵)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탱화라 하면 건물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이나 보살상의 뒤에 거는 후불탱화(後佛幀畵)를 말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불화들 대부분 후불탱화의 형식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탱화는 그 주제에 따라 상단탱화, 중단탱화, 하단탱화로 구분합니다.

▲ 경남 양산 통도사 대광명전 비로자나후불탱(모사본)
ⓒ 김성후
상단탱화는 본존불(本尊佛)을 모신 대웅전, 극락전, 비로전, 약사전 등의 중앙에 봉안한 불상이나 보살상 뒷면에 모셔지는 탱화를 말합니다. 대웅전은 아시다시피 석가모니 부처를 모신 건물이므로 주로 석가모니께서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영산회상도를 봉안하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구도는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시며 이 밖에도 4, 6, 8, 10 또는 그 이상의 보살들을 좌우 대칭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 제자상의 경우에는 좌우에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만을 그리기도 하지만 10대 제자를 좌우 대칭으로 모두 배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락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이므로 극락회상도나 극락구품탱화, 아미타불화 등을 주로 봉안합니다. 아미타후불탱화는 아미타불을 단독으로 모시거나, 삼존불 형식으로 모시기도 하며, 여러 보살 및 신중을 함께 모시기도 하지만 대웅전 후불탱화와 같은 영산설법도의 내용을 그린 것도 있습니다.

또한 극락구품탱화 등은 영가천도를 위한 하단탱화로 많이 봉안하는 편입니다.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전의 후불탱화는 약사여래를 단독으로 모시거나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을 함께 모신 삼존불탱화가 있습니다. 비로자나불이 계신 비로전에는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그린 삼신불탱화를 주로 걸어둡니다.

이외에 중단에 모시는 그림으로 명부전의 지장보살과 함께 모시는 지장탱화가 있습니다. 또한 동진보살이나 범천왕, 제석천왕, 산신, 칠성 등의 각종 신중을 그린 신중탱화가 있습니다. 하단에 모시는 그림은 소위 말하는 영가단(靈駕壇)으로 조상 숭배와 연결되는 그림입니다. 하단은 대체로 전각의 측면 벽에 설치하고 영가의 위패(位牌)나 사진을 봉안하고 그후 뒤에 감로(甘露)탱화를 보통 걸어둡니다.

▲ 국보제300호 충남 청양 장곡사 미륵괘불탱.
ⓒ 청양군청
괘불(掛佛)은 기우제(祈雨祭),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또는 석가탄신일인 초파일 등 야외에서 법회나 의식을 할 때 내걸도록 만든 불화를 말합니다. 괘불 또한 탱화이기 때문에 부처와 보살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괘불은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크기가 상당히 큰 편으로 그 높이가 15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괘불의 종류에는 영산회상도나 약사불, 아미타불 등의 탱화나 지장회상도, 관음보살도 등이 있는데, 원래 행하고자 하는 법회나 의식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내거는 것입니다.

벽화와 단청

절에 있는 각종 건물의 벽을 장식하고 또 가르침의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을 벽화(壁畵)라 합니다. 특히 불교의 사상을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그림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그림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벽화를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교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벽화로는 석가모니의 전생(前生) 이야기인 본생담을 그린 그림 또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보살을 그린 보살도나 각종 나한을 그린 나한도가 있습니다.

▲ 연곡사 대적광전 심우도벽화 중
ⓒ 김성후
특히 심우도(尋牛圖)라고 하여 우리의 마음을 소에 비유하여 마음공부를 나타낸 그림이 있는데 10개의 장면이 이어져 십우도(十牛圖)라고 많이 알려진 벽화도 있습니다. 한편 선불교의 전통을 이어받아 고승과 선사들의 그림도 많으며 사찰의 창건과 관련된 설화를 그려놓기도 하며 불교의 설화나 민간설화, 각종 동식물을 그려놓기도 합니다.

단청(丹靑)이란 건물의 각종 부재에다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림과 무늬를 그려놓은 것을 말합니다. 단청을 할 때 사용하는 색상은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의 5가지인데 이 색상은 음양오행설과 관련한 다섯 가지 방위를 나타낸다고 하여 오방색이라고 부릅니다. 꼭 이 다섯 가지 색상만 가지고 단청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단청을 칠하는 목적은 다양합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보기 좋게 하기위해서 색칠을 하겠지요. 그리고 단청을 칠하는 건물이 매우 중요하며 위엄이 있어 보이게끔 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비바람이나 습기 등 기후에 변화로부터 건물을 오래토록 보존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건물 재질이 거칠고 부족한 경우 이를 가리기 위해서 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씨

절에 가보면 각종 문이나 건물 등에 적어놓은 글씨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에 속합니다. 글씨란 점(點)과 선(線)의 그리고 여백의 구성과 비례와 균형을 중시하는 예술이자 붓이 움직이는 순서인 필순(筆順)에 따라 만들어지는 예술입니다.

글씨를 예술작품으로 볼 때는 필순에 따라 붓에 주어지는 힘의 강약과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의 상황이나 인격, 쏟아 부은 노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술작품으로서의 글씨는 인격과 함께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글씨로는 편액(扁額), 주련(柱聯), 탑비(塔碑) 등이 있습니다.

▲ 서울 삼성동 봉은사 '판전' 편액(글씨 추사 김정희)
ⓒ 김성후
편액이란 건물이나 문루 등의 가운데 윗부분에 거는 액자를 말하는데 대부분 널빤지에 글씨를 새겨놓은 형태로 보통 현판(懸板)이라고 부릅니다. 편액은 주로 건물 정면의 문과 처마 사이에 걸어두는데 그 건물의 위치와 성격을 알려주는 문패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편액의 글씨는 승려나 문인 또는 관리 등이 주로 적으며 일부는 뛰어난 옛 글씨를 모아 만들기도 하고 활자체나 특별히 만든 글씨로 장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편액은 건물에 멋을 내는 수단이자 편액에 적힌 글자로 건물 명칭과 내력을 알 수 있게 하는 한편 건물의 역사와 관계된 인물과 일화 등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주련은 글을 나무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절에 새겨진 주련의 내용을 보면 주로 그 건물에 모셔진 부처나 보살의 특징이나 덕성(德性)을 읊은 글이 많습니다. 간혹 유명한 승려가 깨달았던 내용을 기록하기도 하고, 노래나 열반에 드실 때 마지막으로 남긴 글 등을 새겨두기도 합니다.

탑비는 부도와 함께 조성하는 것으로 부도의 주인인 승려의 행적과 만들어진 시기 등이 함께 새겨 지고 있어 그 내용이 역사적으로 귀중한 사료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서체는 금석학의 입장에서 중요한 연구 자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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