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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새벽 마포구 주택가에서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다 순찰 중인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된 20대 미군이 14일 오후 마포경찰서 외사계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태

경찰은 지난 14일 오전 6시경 서울 마포구 동교동 골목길에서 새벽 청소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67세 할머니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뒤 성폭행(강간치상)한 혐의로 구속된 미8군 2사단 G(23) 이병이 조사과정에서 중요대목에만 이르면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해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서정훈 서울 마포경찰서 외사계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G 이병은 홍대 앞에서 술 마시고 체포된 것은 기억난다고 했으나 정작 피해자와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일관했다"며 "기억이 안 난다는 사람한테 범행동기를 묻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병은 16일 서울 서부지법 송경근 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G 이병은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모두 사과하고 피해도 배상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범행사실이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을 뺐다.

술 마시고 체포당한 건 기억... 성폭행은 기억에 없다니

@BRI@G이 사건의 초동단계부터 결합했던 미국 정부대표단은 G 이병이 지난 13일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외박을 나와 용산 캠프 드래곤힐 호텔에 묵으려고 했으나 방이 없어 밤늦게 동료와 홍익대 부근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G 이병은 사건 당일 3차에 걸쳐 맥주가 섞인 칵테일과 럼 등을 마셨으며 따로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사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60대 여성을 때리고 강간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질 때마다 G 이병은 줄곧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무전기를 어깨에 찬 사람이 다가와 수갑을 채운 건 기억이 난다"고만 답변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대목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G 이병은 지난 14일 경찰에 연행된 이후에도 술에 취해 조사를 받을 수 없다며 술이 깰 때까지 마포경찰서 4층 외사계 사무실 소파에 누워 3~4시간 잠을 잤다.

또 경찰은 신병을 확보한 뒤에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미군 측 변호인과 헌병대, 한미연합사 관계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경찰, 죄질 나빠 원칙적으로 사법처리 방침

14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총 7시간 조사를 받은 G 이병은 경찰 측이 전달한 카스테라를 조금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조사과정에서 일체 음식을 먹지 않았으나, 마포서 유치장에서는 사식을 시켜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 계장은 "G 이병이 초범이기는 하나 죄질이 나빠 우리 측이 신병을 확보하고 국내법에 따라 처벌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혹여라도 미군에 신병을 인도하게 되거나 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SOFA 개정 이후 첫 번째로 적용된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의지를 갖고 철저히 수사했다"며 "원칙적으로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사건은 관용적으로 접근해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어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수사관들에게 초동수사단계에서부터 준비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재촉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피해자의 체내 물질과 G 이병의 구강 점막, 소변 등을 채취해 조사를 의뢰했다.

검찰, 경찰 송치 직후 수사 착수... SOFA 규정대로 수사할 것

곽규홍 서울 서부지검 부장검사는 "경찰로부터 사건이 송치되는 즉시 수사에 나설 예정"이라며 "SOFA 규정에 따라 미국 정부대표단 입회 하에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G 이병은 16일 저녁 구속,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으며 유치장이나 경찰조사 과정에서 특별히 난동을 부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강간치상 혐의는 최소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하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한편, 피해자 측 할머니는 언론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으며 서울시내 몇 군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들은 할머니의 피해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주한미군측의 '방문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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