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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의 성지 백두산 천지.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보는 이를 흥분케 했다.
ⓒ 모종혁
한반도 백두대간의 기점이자 광활한 만주 벌판으로 뻗어나가는 우리 겨레의 성지인 백두산(白頭山).

@BRI@기자가 작년 여름 처음 백두산을 찾았을 때 날씨는 보기 드물게 밝고 청명했다. 전날 옌지(延吉)에 도착할 때만해도 하늘은 잔득 흐려있어 백두산의 늘푸른 산록과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옌지에서 같이 온 렌터카 기사 김신우(가명, 조선족)씨는 "백두산은 날씨 변화가 심해서 밝은 날을 보기 힘들다"면서 좋은 날씨에 백두산을 찾은 우리 일행이 행운아라고 추켜세웠다.

개국신화와 애국가의 배경이 되는 백두산이 지금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중국만의 영토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자연관광지 일뿐인 백두산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창바이산(長白山)보호개발구. 백두산 전체 영토의 40%를 차지하는 이 곳 중국령에서 '백두산'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옌볜자치주의 주도인 옌지와 백두산 현지에서 우리 겨레의 백두산은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만이 부르는 이름이다.

천지에서 만난 동우(董武)씨는 "창바이산은 최근 들어 알져지기 시작한 새로운 관광지"라고 전했다. 라오닝(遼寧)성 선양(沈陽)에서 왔다는 그는 "한국인들이 창바이산을 중국 관광의 필수코스처럼 찾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창바이산이 만주족의 성지인 것은 알지만 중국과 백두산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인에게 아직 백두산은 아름다운 자연 관광지일 뿐이다. 그들에게 백두산은 어떠한 역사적 유래나 연관성은 없다. 중국에서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 불리게 된 것도 근세기 들어서이다.

중국이 백두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동북공정이 처음 기획된 지난 1980년대 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백두산을 지정한 중국정부는 86년에는 국가급 자연보호구로 지정, 관리해 왔었다.

▲ 한글 간판이 즐비한 옌지 시내. 건설되는 백두산 신공항은 옌지 경제에 치명타를 주게 된다.
ⓒ 모종혁
백두산을 자국 영토화하려는 중국의 야욕

오랫동안 개발과 보호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이 다시 백두산에 눈을 돌려나선 것은 2005년 8월. 지린성 정부는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http://cbs.jl.gov.cn)를 발족하고 옌볜조선족자치주가 맡고 있던 백두산의 관리·감독을 위원회로 이관시켰다.

그 뒤 위원회는 중국과학원 등 20여개 기관, 1300여명의 학자와 전문가를 초청하여 백두산 일대를 답사 및 시찰케 했다. 이를 토대로 위원회는 '창바이산 보호·개발에 대한 총체적 규획' '창바이산 보호규칙' '창바이산 관광발전규획' '창바이산구역 11차5개년 규획' '창바이산 토지이용규획' 등 5개 규정을 마련하여 백두산 개발을 제도화하였다.

작년 7월 지린(吉林)성 푸숭(撫松)현 숭장허(松江河)진에 착공한 신공항도 이런 위원회의 계획 아래 진행되는 사업이다. 신공항은 총사업비 3억6000만위안(한화 약 420억원)을 들여서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완공되는데, 중국 군부대가 건설인력으로 동원되고 있다.

김신우씨는 "백두산 관리주체가 지린성 정부로 넘어간데다 신공항까지 짓고 있어 옌지에 사는 조선족 동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산업 기반이 없는 옌볜은 한국에 일하러 나간 가족들이 보내오는 송금과 백두산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관광업으로 살아간다"면서 "백두산 코앞에 공항이 생길 경우 백두산에서 4시간 넘게 떨어진 옌지를 찾을 한국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재일동포가 투자하여 세운 창바이산국제관광호텔. 중국정부는 백두산에서 한민족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백두산 입구의 호텔들을 철거하려 하고 있다.
ⓒ 모종혁
중국 내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름 '백두산'

중국정부는 '백두산'의 명칭을 중국 내에서 지워버리고자 하지만, 일반서점에서 판매되는 지도와 지도책에는 아직도 백두산이 살아있다. 작년 9월 <연합뉴스>는 "2003년 인민교통출판사가 발행한 '투먼활용지도책'(圖文活用地圖冊)에는 백두산을 창바이산, 천지 부분을 백두산으로 구분하여 별개의 지역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한 '중국자동차관광지도책'(中國駕車旅遊圖冊)에는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 표기했지만 괄호 안에 백두산이라고 병기했다"면서 "2006년 2월 하얼빈지도출판사가 발간한 '중국전도'에는 백두산 천지라는 단독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백두산을 창바이산으로 바꾸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이 아직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데서 나타나는 모순이다.

백두산에서 한민족의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중국의 야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 중앙정부는 작년 12월 1일부터 국가급 자연보호구 등 국가가 지정한 명승지에서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기존 호텔도 철거토록 하는 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지린성 정부는 백두산 북파 등산로 부근 영업중인 외국인투자호텔 등에 공문을 보내 일방적인 호텔 철거를 시도한 바 있다.

현재 이들 지역에는 한국인이 투자한 대우호텔, 지린천상온천관광호텔, 창바이산온천관광호텔, 지린창바이산관광건강오락호텔 등과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가 투자한 창바이산국제관광호텔 등 5개 호텔이 영업 중이다. 해당 호텔들은 "처음 투자시 지린성 정부가 25년 동안의 영업활동을 약속해서 시설 확장까지 했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정책이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 어메이산 정상에 자리잡은 호텔 진띵대주점. 최근 들어 진띵대주점은 증축을 단행했다.
ⓒ 모종혁
진정한 '중화의 세기'를 이루는 길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는 반발하는 외국인투자 호텔들에게 백두산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려면 명승지 내의 상업적인 숙박시설을 모두 철거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기자가 작년 가을 찾은 쓰촨(四川)성 어메이산(蛾眉山)의 현실은 전혀 달랐다. 중국 4대 불교명산의 하나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인 어메이산의 정상에는 진띵(金頂)대주점이 성업 중이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레이동핑(雷洞坪) 일대에도 호텔과 숙박시설들이 새로이 들어서거나 확충되고 있었다. 백두산 입구 호텔들의 철거가 백두산에서 한민족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다.

오늘날 소수민족 거주지에서 벌이는 각종 경제개발과 관광진흥은 결코 현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비록 중국내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의 8.4%에 불과하지만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 면적은 중국 영토의 절반에 달한다.

지금 중국정부는 개발의 미명을 앞세워 한족을 소수민족 거주지로 이주시키고 있다. 중국정부는 발전의 미명 아래 소수민족들에게 한족 문화를 이식시키고 있다. 중국정부는 '중화민족(中華民族) 대단결'이라는 구호 아래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중국내 56개 민족이 대동단결하여 위대한 중국을 창조하는 방법은 결코 '중화민족 대단결'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소수민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것만이 21세기 '중화의 세기'를 달성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민족성을 죽이는 서남공정, 서북공정을 추진한다면 티베트, 위구르 문제는 영원히 중국정부의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막무가내 식으로 동북공정을 밀고 나간다면 동북아의 평화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 쓰촨성 송판(松潘)현에 있는 티베트 송첸감포왕과 당나라 문성공주 석상. 이 석상 설명판에는 송첸감포왕이 송판에서 당나라 대군을 물리친 역사는 사라지고 티베트·당과의 화합의 역사만 기재되어 있다.
ⓒ 모종혁

태그:#백두산, #옌볜, #칭바이산, #조선족, #소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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