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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4일 오후 6시 40분]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제발 내년 대선이 끝날 때까지 남편들 술 안 드시게 해 달라. 요즘은 점심 먹으면서 하는 말도 문제가 된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맡고있는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의원 부인들을 상대로 한 워크숍에서 한 말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해를 넘기자마자 인 목사의 우려는 현실이 돼 버렸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공개석상에서 <문화일보>에 연재되는 음란소설 <강안남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 대표가 편한 분위기에서 성적인 농담을 스스럼없이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 목사는 강 대표에게 정치적·윤리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오늘도 안하더라...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데"

문제의 발언이 터져 나온 곳은 4일 정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 한나라당 지도부와 출입기자들이 이 자리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는데, 한나라당 관계자는 "신년 단배식 끝나고 기자들에게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다들 취재에 바빠서 일부러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재섭 대표는 인사말에서 "금년은 언론과 한나라당이 뒹굴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뒹구는 연습도 해야하고 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건배사에서 "(당을) 앞에서 뒤에서 함께 이끌어준 언론인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새해에는 더욱 건승하라"며 "제가 작년 <문화일보>의 '강안남자'를 위해 투쟁한 것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해 11월부터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문제삼아 <문화일보> 57부의 구독을 중단한 것에 대해 황 총장이 당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정부의 언론탄압 저의를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비난한 것을 의미한다.

황 총장의 건배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술을 한잔씩 들이키자 강 대표가 말을 이었다.

"근데, 조철봉('강안남자'의 주인공)이 요즘 왜 안해? 요즘 너무 안 하더라.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데…."

강 대표는 '섹스'와 같은 노골적인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말의 뉘앙스로 볼 때 남녀간의 성교 장면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을 의미했다. 이에 다른 기자들이 <문화> 기자를 부르며 "<문화일보>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강 대표는 "가끔 가다가 한번은 해야지. 옛날에는 하루 서너 번씩 했는데…"라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이 "요즘은 조철봉이 땀 대신 눈물을 흘리더라"는 식으로 화제를 이어가자 강 대표는 또 다시 "조철봉이 기가 너무 죽었다. 다른 기자들이 "<문화일보>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자 <문화> 기자는 "청와대에서 하도 그러니까…"라고 말을 흐렸다.

▲ 최근 음란성 논란으로 청와대의 구독 거부사태를 불러왔던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남자'.(문화일보 지면PDF 캡쳐)
ⓒ 오마이뉴스
이날 오찬 자리에는 나경원 대변인과 일부 매체의 여기자들도 있었으나 이들 중 강 대표의 주변에 동석한 사람은 없었다. 강 대표는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무의식적으로 얘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대표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강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소속 당원협의회장이 강간 미수 혐의로 체포된 사건을 언급하며 "당원들이 알아서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빠르게 제명조치를 내리는 등 한나라당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이런 모습이 '달라진 한나라당'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강안남자'의 연재를 고집하는 <문화>의 폐간을 주장하고 있다. 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성추행을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데, '성추행 당' 대표다운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표가 이 정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 아니냐? 인명진 위원장의 조치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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