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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솔직히 쓰기 싫습니다. 새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따따부따할 필요가 있을까 회의마저 듭니다. 공연한 시간 낭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더구나 인터넷에서 그를 비판할라치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합니다. 적잖은 지식인들이 아예 쓰지 않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법원장, 국무총리, 국회의장과 선관위원장, 정당의 주요 인사들 240여명을 초청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실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지지와 신뢰가 날로 계속 떨어집니다."

기실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고심해야 할 사안입니다. 왜 지지와 신뢰가 추락하는지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생게망게하게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의 발언을 다시 새겨봅시다.

"2006년에는 올라갈 것인가, 새해에 그런 기대를 해봤는데 별 볼 일 없더라. 올해 또 그런 기대를 안 하기야 하겠습니까만, 그러나 크게 기대하지 않을랍니다.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평가는 잘 받고 싶은 욕심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작년에 완전히 포기해 버렸습니다. 2007년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언론 <조선> <동아>밖에 없습니까

@BRI@선입견 없이 찬찬히 톺아봅시다.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까요? 노 대통령에게 언론은 무엇일까요? 그에게 언론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뿐일까요? 분명히 해둡시다.

한국 언론은 두 신문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가 끌어들였던 <중앙일보>는 논외로 합시다. 여전히 '우호적 비판'을 하는 <한겨레>가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또 어떻습니까?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인터넷신문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는 말은 대통령이 수구신문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수구신문의 사고에 갇혔다는 '증거'입니다. 더구나 그는 새해부터는 국민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요? 대통령이 임기 끝날 때까지 '소신'대로 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에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대통령은 국민 평가에 신경 쓰지 않겠다며 자신의 '불안'이 법제처 보고로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년간 입법 실적이 "우선 양적으로 많고, 또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입법 실적이 "2003년보다 04년이 많고, 04년보다는 05년, 05년보다 06년이 많은 상승 곡선"이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입법인가에 있습니다. 노 정권은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모르쇠하고 입법했습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되레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도 하락, '언론 탓'이 아닙니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비정규직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계약직들을 사실상 모두 해고하라는 공문을 산하기관 60곳에 보냈습니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법을 '보호법'으로 강변해 입법한 결과입니다. '비정규직 2년이면 정규직 전환'이라며 부자신문들이 대서특필했지만,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그렇습니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결코 부동산만 잘못한 게 아닙니다. 비정규직 입법을 비롯해 양극화에 변죽만 울렸을 뿐 옳게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곤두박질 친 가장 큰 까닭은 '언론 탓'이 결코 아닙니다. 그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전격 합의'한 데 이어 한-미 자유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그 두 가지 정책을 적극 찬성하고 '홍보'해준 것은 바로 '언론'입니다.

듣그럽겠지만 새겨두기 바랍니다. 국민 평가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 그것은 독재정권이 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남은 1년에 "레임 덕은 없다"고 공언하기 전에, 울뚝밸을 삭이기 바랍니다.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성찰하길 권합니다.

태그:#대통령, #국민평가, #조선일보, #동아일보, #지지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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