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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 모인 역대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발언에 대해 전면 취소와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 안보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우리들은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우리 국민과 국군,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역대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역대 군 원로들이 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통자문위원에서 격한 어조로 행한 연설이 도화선이었다.

@BRI@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회의실에서 긴급 회동을 열어 노 대통령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발언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병역 의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 ▲안보현실을 오도하지 말 것 ▲역대 국방장관과 참모총장들의 직무유기 발언 취소 ▲전작권 논의 중단 ▲한미동맹 유지 등을 촉구하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특히 이들은 노 대통령의 '직무유기' 발언에 대해 국방비 실태를 근거로 반박했다. 이들은 "우리의 국방비는 운영 유지비와 전력 투자비로 구분됐으며 전력 투자비는 2006년 5조 8077억원으로 국방비 전체의 26%에 불과하다"면서 "반면 북한은 GDP의 30% 이상을 국방비로 사용하는데, 대부분이 전력 투자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하기까지 군 원로들은 6·25 전쟁에서 사선을 넘어 조국을 지키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우리들의 구국의 일념을 폄하하고 마치 국방비를 헛되게 낭비한 주범으로 몰아붙이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 어이없는 소리"

▲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참석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은 노 대통령이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영하의 혹한을 무릅쓰고 불철주야 조국의 산하를 철통같이 지키는 70만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 문제는 군 인력수급의 어려움과 군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북한 미사일의 공격 대상은 누가 봐도 남한 국민들뿐"이라며 "국가 안보의 0.01%의 불확실성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인데, 국가 안보와 전 국민의 생사가 걸린 이 문제를 대통령이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작권 단독행사를 반대해 온 이들은 이날도 "지금이라도 정부는 주권, 자주문제와 무관한 전작권 단독행사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지금 대한민국은 유사 이래 최대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제 국가적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들께서 일치 단결해 총력안보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 김성은 전 국방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직 국방장관 모임의 대표인 김성은 전 장관은 "여기 모인 분들은 한국 안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이론적으로 밝고, 경험도 있고, 또 실무적인 면에서도 전문가들"이라며 "이 분들이 다 모여서 전작권 환수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니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일단 귀 기울여야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전 장관은 또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군 원로들에 대한 발언을 두고 "미리 우리들의 입을 봉쇄하려고 한 것"이라며 "식견이 있는 사람들인가 의심하게 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우 대변인은 전날인 25일 "군 원로들중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있다"며 이날 성명서 발표자들을 정면비판한 바 있다.

"6·25 전쟁 때 만약 우리가 싸워서 지키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김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했던 모든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과 국군 장병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참석자들은 김 전 장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로 동감을 표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지낸 김종환 전 장군도 "전작권 환수는 내가 재임하던 당시 추진하지 않았다"며 "군 원로들이 부르짖는 전작권 환수 반대는 북핵문제 등 위협이 해결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에는 이상훈, 김성은, 오자복, 이기백, 김동신, 김동진, 이종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전직 합참의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등 70여명의 군 원로들이 참가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1일 연설에서 "미국에만 매달려, 바짓가랑이에만 매달려 엉덩이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 있느냐", "옛날에 (전시작전통수권 환수와 관련해)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 한 것"이라는 등 전작권 환수에 반대한 군 원로들을 겨냥해 발언했다.

▲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항의 성명을 발표한 참석자들이 회의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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