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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와 함께 보살에 대한 신앙이 등장하자 보살상(菩薩像)도 만들기 시작합니다. 보살상의 조성원리는 불상과 다를 바가 없이 '32길상 80종호'였습니다. 초기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전생을 보살이라고 했으니, 불상과 보살상을 만드는 원리는 다르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초기의 보살상에는 불상처럼 육계, 백호, 광배 등이 표현되어 있었는데 보살에 대한 신앙과 사상이 발전함에 따라 보살상은 옷이나 장식품 등 불상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보살은 종류와 역할이 아주 다양하며, 각각의 보살마다 개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보살상의 공통적인 기준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5∼6가지의 공통기준을 살펴볼까 합니다.

@BRI@첫째, 불상은 곱슬머리 또는 나발(螺髮)인데 비해 보살상은 대체로 긴 머리카락을 빗어 묶고, 수발(垂髮)을 어깨로 늘어뜨리며, 머리에는 보관(寶冠)을 쓰고 있습니다.

둘째, 목에는 목걸이 같은 영락(瓔珞)을 걸쳐 장식하고 있으며 목, 팔, 손목, 다리, 귀 등에 장신구가 있습니다.

셋째, 몸에는 천의(天衣)를 걸치는데 천의란 양 어깨에서 팔꿈치를 휘감고 늘어뜨리는 긴 옷으로 장식적인 기능도 갖고 있으며 허리 아래로는 치마를 입습니다.

넷째, 머리에는 두광(頭光)을, 신체에는 신광(身光)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섯째, 대부분의 경우 연화좌(蓮華座)에 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보살을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지물(持物)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보살의 세계를 상징하는 건물에서 본 것처럼 단독으로 예배의 대상이 되어 조성된 보살상이 있는가 하면, 부처를 좌우에서 모시는 보살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부처를 좌우에서 모시는 협시보살 위주로 이야기할 것입니다.

협시보살은 주로 보살의 이상형인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입니다.

깨달음을 구한다는 뜻은 자기 스스로 수행하고 공부하여 지혜를 구한다는 뜻과 통합니다. 중생을 교화한다는 말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자 자비심으로 중생들에게 널리 베풀어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협시보살의 경우 한 분은 깨달음과 지혜를, 다른 한 분은 자비와 실천을 상징한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문수보살/보현보살

▲ 경남 진주 청곡사 대웅전 내부.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
ⓒ 김성후
대웅전에서 석가모니불 좌우에서 모시는 보살이 바로 문수보살(文殊菩薩)과 보현보살(普賢菩薩)입니다. 문수보살은 문수사리(文殊師利)라는 이름에서 나왔는데 문수(文殊)라는 뜻은 '묘(妙)', 사리(師利)는 '덕(德)·길상(吉祥)' 등의 뜻입니다. 그래서 문수보살의 지혜가 뛰어난 공덕을 갖춘 보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수보살은 석가모니께서 돌아가신 뒤 사위국의 브라만 아들로 태어나 여러 보살들과 함께 대승경전을 결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엔 불확실한 요소가 많습니다. 다만 그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라는 점은 틀림없어 그는 모든 부처와 보살의 어버이요, 모든 부처의 스승이라고 합니다.

문수보살의 모습을 보면 그의 몸은 모두 흰색이며, 정수리 뒤에 빛이 있고, 칠보의 영락과 보관, 천의(天衣) 등 갖가지로 장엄하고 사자에 올라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칼을 들고 있기도 한데 이 칼은 지혜의 칼이라 무지와 번뇌를 끊어버리는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보현보살은 중생구제라는 실천을 상징하는데, 보현보살의 실천적인 모습은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부처님을 공경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모시며, 탐욕과 질투 어리석음으로 인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며, 부처님과 모든 중생을 복되게 하는 공양을 닦고, 부처와 모든 중생이 지은 공덕에 감사를 드리며, 진리의 수레바퀴가 언제나 굴러가길 바라며, 모든 공덕을 중생들에게 베풀기 위해 중생의 세계로 되돌아오고자 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자에 올라탄 문수보살이 지혜의 칼로써 어떠한 무지와 번뇌라도 한 칼에 베어버린다면 보현보살은 달의 색을 한 몸을 가지고, 여섯 개의 상아를 지닌 흰 코끼리를 타고 모든 장소에 몸을 드러내어, 맑고 깨끗한 빛으로 중생을 길러내는 자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지장보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은 극락전에 모셔진 아미타불을 모시는 보살입니다. 하지만 중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관세음보살은 관음전이나 원통전에 단독으로 모셔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관세음보살의 특징적인 모습은 모든 중생의 고통을 보고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몸을 드러내어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 때문에 중생들은 그를 '변화의 신 관음'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법화경> '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은 33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33이란 단순한 숫자 33이 아니라 무한한 수를 의미합니다. 무수한 변화의 모습을 33이라는 숫자에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33가지의 모습 중에서 성관음(聖觀音), 천수관음(千手觀音), 11면관음(十一面觀音),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 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 마두관음(馬頭觀音), 준제관음(准提觀音) 등이 유명한데 이를 일러 7관음이라 합니다. 이 밖에도 백의관음(白衣觀音)과 양류관음(楊柳觀音)은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관세음보살입니다.

관세음보살의 신체적 특징은 <관무량수경>에 잘 나타나 있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몸은 자금색(紫金色)이며, 정수리에 육계(肉髻)가 있고, 목에는 둥근 광명이 비친다고 합니다. 정수리 위에는 보배로 된 관(冠)을 쓰고 있는데, 그 관 속에 한 분의 화신불이 계신다고 합니다. 손바닥에는 여러 가지 연꽃의 색을 띠고 있으며, 열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8만 4천 가지의 광명이 있으며, 그 광명이 부드럽게 모든 것을 두루 비추며, 그 보배의 손으로 중생들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그 밖의 다른 상호들도 훌륭한 모습을 다 갖추어 부처와 다름이 없으나, 오직 정수리 위에 육계(肉髻)가 있어 정수리 모습을 볼 수 없는 점이 부처께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 전남 화순 쌍봉사 극락전 내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 김성후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께서 주재하는 서방 극락정토에서 지혜 및 광명이 가장 뛰어난 보살입니다. 그의 지혜는 빛으로 나타나는데 무지(無知)와 무명(無明)이라는 어둠은 지혜의 밝은 빛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듯이 대세지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을 편안한 세계로 인도하는데 광경을 <관무량수경>이라는 경전에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보살은 끝이 없는 광명이라는 뜻인 무변광(無邊光)이란 이름이 있다. 또한 지혜의 광명으로 일체 중생을 두루 비추어 지옥·아귀·축생 등 삼악도의 고난을 여의게 하는 위없는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대세지라고 한다."

대세지보살의 모습은 정수리에 보병(寶甁)을 이고, 천관(天冠)을 썼으며, 염불하는 수행자를 맞을 때는 항상 합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가 끝날 무렵부터 대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지장보살 또한 관세음보살처럼 중생의 사랑을 받아 단독으로 명부전 또는 지장전에 많이 모시고 있습니다.

지장보살이 중생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억압받는 자, 죽어가는 자, 나쁜 꿈에 시달리는 자 등의 구원자로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벌을 받게 된 모든 사자(死者)의 영혼을 구제할 때까지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지장보살은 다른 보살들과 모습이 달라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보통 삭발한 승려의 모습으로, 머리 뒤에는 서광이 빛나고, 두 눈썹 사이에는 백호(白毫)가 나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또한 그의 한 손에는 지옥의 문이 열리도록 하는 힘을 지닌 석장(錫杖)을, 다른 한 손에는 어둠을 밝히는 여의보주(如意寶珠)를 들고 있습니다. 지장보살은 고통 받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윤회의 여섯 세계인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에 상응하는 6가지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일광보살/월광보살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동방 유리광세계의 주재자인 약사여래를 좌우에서 모시고 있습니다. 일광변조보살(日光遍照菩薩)을 줄여 일광보살이라 하는데 그는 태양처럼 빛나는 지혜로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그는 약사여래가 예전에 구도자로서 세운 12가지의 원에 따라 중생의 현실적인 고통을 없애고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붉은색의 몸에 왼손 손바닥 위에 해를 올려놓고, 오른손으로는 하늘에서 핀다고 하는 넝쿨로 된 만주적화(蔓朱赤花)를 잡고 있으며,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寶冠)이나 이마에 태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월광변조보살(月光遍照菩薩)을 줄여 월광보살이라 하는데 그는 달처럼 청정한 덕(德)의 모습을 갖추고 중생을 교화한다고 합니다. 월광보살도 일광보살과 마찬가지로 약사여래의 12가지 원에 따라 중생의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의 모습은 하얀색에 붉은 기운이 도는 몸에, 왼손 손바닥에 달을 올려놓고, 오른손으로는 홍백의 연꽃을 잡고 있으며, 머리에 쓰고 있는 보관(寶冠)이나 이마에 달을 새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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