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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녘 온 세상이 조용히 단잠에 빠질 때 소리 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쉴새 없이 쏟아집니다. 창 밖에 고개를 내밀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눈 내리는 밤 화성(華城)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를 들고 그곳에 오릅니다.

▲ 온 세상을 삼켜 버릴 듯이 하얀 눈이 쉴새 없이 내려옵니다. 화성의 눈 내리는 밤에는 또 하나의 역사가 새로 쓰여집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화서문을 지나 서북각루로 가는 길에도 함박눈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그 고운 길을 걸어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도 화성의 품안에 있기에 이곳은 포근합니다. 그렇게 거친 세월을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야 할까요.
ⓒ 푸른깨비 최형국
▲ 저 멀리 서북공심돈을 따라 눈보라가 휘날립니다. 정말 눈 속에 파묻혀 허우적거릴 만큼 눈은 쏟아집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서북공심돈과 화서문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화서문은 두 팔을 벌려 세상을 끌어안듯 옹성을 펼쳐 눈보라를 막아 줍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밤에도 그 고운 자태를 뽐내기 위해 켜 놓은 조명등 사이에도 눈은 벌써 한가득 쌓였습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붉게 물든 연산홍 잎새 하나가 고개를 쳐듭니다. 밤새도록 눈이 내려도 조명의 따스함으로 그 빛을 잃지 않습니다. 한참을 그 빛깔에 취해 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장미넝쿨 우거진 화성 앞 공원에도 포근한 눈이 내려옵니다. 저 넝쿨 사이를 지나가면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신기한 세계로 빠져들어 갈 것 같습니다. 혹시, 토끼 한 마리가...
ⓒ 푸른깨비 최형국
▲ 여름날 뜨거웠던 햇살을 피해 오순도순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누던 벤치에도 눈이 가득합니다. 이 시간 가로등도 잠에 겨워 눈을 비빌 시간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 외롭게 공원을 지키고 있는 자전거의 모습 속에는 지난 날 열심히 달려왔던 우리네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오늘밤 긴 잠을 자고 나면 또 다시 어딘가로 달려가겠지요.
ⓒ 푸른깨비 최형국

덧붙이는 글 | 푸른깨비는 무예와 사진에 관한 http://muye24ki.com은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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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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