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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제기해왔던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은 물론 일본 본토의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북한 계열 은행계좌에 대해 거래를 전면 중지했을 뿐 아니라, 무역 금지 북한 선박의 전면 입항 금지 등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을 선두에서 응원하는 것은 일본 내의 주요 언론들이다. 이들 언론들의 보도는 일본인들을 반북 성향으로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국을 세계 유일의 핵 피해국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북조선은 바퀴벌레보다 못하다?

▲ 일본인에게 폐가 되는 세 가지. '노상흡연, 북조선, 바퀴벌레'
ⓒ 정영환
최근 한 재일조선인 친구의 블로그를 보다가, 눈을 의심할만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아주 질려버렸어?(そろそろ本気でキレていい?)'라는 제목의 글에는 도쿄 국립(国立)역 근처의 '무농약 야채 가게(無農薬野菜屋)'라는 점포 앞에 붙어있다는 어느 간판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일본인에게 실례가 되는 3가지=노상흡연, 북조선, 바퀴벌레'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동경에 사는 한 재일조선인 정영환씨. 지난 11월 30일 그가 간판에 대해 항의하자 가게 주인은 "핵실험으로 폐를 끼치는 북한보다 바퀴벌레가 낫다"는 말과 함께, "간판을 내릴 마음이 없노라 잘라 말했다"고. 그리고 며칠이 지난 12월 6일에 다시 찾아가 항의했으나 가게 주인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재일조선인은 물론 일본인들도 분노의 코멘트를 남기고 있다. 아래는 블로그에 게재되어 있는 코멘트 중의 일부다.

"개인에 대한 분노도 물론이지만, 이런 개인을 형성하는 최근의 일본 사회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느낍니다." - 블로그명 이홍윤(李洪潤)

"개인의 견해와 인종은 관계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의견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되지만…이런 간판을 쓴 사람을 대신해 같은 일본인으로서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경멸한다." - 블로그명 yocci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전역에는 이 사건과 성격이 비슷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 재일조선인 연구가는 이러한 일본 사회를 두고 "관동지진 때처럼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경찰은 조총련계 여성(74)이 링거 등 의약품을 반출하려한 사실을 적발하고 조선총련 도쿄 본부를 압수 수색했다. 이어 그가 경영하고 있던 인력파견 회사를 노동자 파견법 위반 혐의로 전격 수색했다.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만경봉호가 입항했던 니가타시 조총련 시설과 링거액을 제공한 병원도 동시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BRI@같은 날 <요미우리 신문>에 의하면 효고현 경찰본부는 효고현 조총련 산하 상공회에 대해 허가 없이 영업했다면서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장을 발부했다. 같은 날 오전 고베시 중앙구의 상공회에는 기동대원 약 50인을 동행한 경찰과 20여명의 조사원이 건물 주위를 철조망으로 에워싸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의 대상이 된 '재일본 조선 상공연합회'는 1946년 재일조선인들의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이다. 현재 일본 45개 도부현(都道府)에 지부(支部)가 설치되어 보험이나 허가 신청 등을 비롯하여 재일조선인 개인이나 사업체를 지원하는 업무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개인과 법인을 포함한 전체 가입자는 약 3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껏 아무 탈 없이 운영되어 오던 상공회에 대한 갑작스러운 수색에 대해 재일사회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상공연합회는 해방 직후 동포들의 세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세무당국의 인정 아래 설립, 재일조선인에 대한 신고 업무만을 지원하는 특수한 목적의 단체라는 것.

당연히 강제수사나 연행 조사 등은 상공회가 설립된 후 지난 60년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 시즈오카의 상공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재일조선인은 이렇게 말한다.

"해방 후 1세 동포들의 세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세무당국에 협력해왔던 상공회를 탄압한다는 것만 봐도 현 일본정부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 인권에 대한 문제를 보기 전에 자기 나라부터 바로 봐야 하는데… 일본에는 자기 모습을 보는 거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조총련은 지난달 30일 도쿄(東京)의 일본청년회관에서 약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당국의 탄압을 규탄하는 비상 집회를 갖고, 부당한 탄압과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일 조선인 사회는 다음에는 무슨 사건이 터질지 몰라 가슴 졸이고 있다. 바퀴벌레와 북조선이 동급이라는 간판이 일본 사회 전체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재일 조선인들은 이런 일을 겪을 때 마다 분노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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