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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성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9일 저녁 7시 30분께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는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22일까지 열릴 예정인 촛불집회의 첫날. 하지만 이들이 화가 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애초 이날 집회를 계획한 '북핵 반대 및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는 전시 작전통수권 환수를 반대하기 위한 구국기도회를 계획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를 규탄하기 위한 자리로 바뀌었지만, 찬송가를 부르는 등 기도회 성격을 유지했다.

라이트코리아, 나라사랑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은 이에 발끈했다. 이들은 "북핵이 언제 서울에 떨어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인데 촛불 집회는 불필요하다"며 "북핵 위기를 자초한 노무현 정권을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 나라사랑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가 그려진 피켓을 불태우며 북핵 실험과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북핵 규탄 집회의 불똥은 '군사 독재'?

두 세력의 갈등은 되레 서경석(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목사의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하기 직전 무대에 선 서 목사가 '우리 승리하리라'라는 곡의 합창을 권유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인기 있었던 곡"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선창한 뒤 "이 곡은 마틴 루터킹 목사가 흑인 인권운동할 때도 불렀고, 지난 군사 독재 시절에 자주 불렀던 곡"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 꼭 필요한 노래"라고 평했다.

이에 라이트코리아, 나라사랑시민연대 소속 회원들과 일부 참가자들이 "북핵을 규탄하는 자리에서 왜 군사독재 이야기가 나오느냐", "군사독재가 언제 있었느냐"며 서 목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 60대 남성은 북한 핵실험을 1면 톱기사로 다룬 이날 <조선일보> 가판을 보이며 "우리는 이 이야기(북핵 실험)를 하러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공동대표 등 화가 난 20여명의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됐음에도 청계광장 한 쪽의 조형물 앞으로 모여 나라사랑시민연대가 준비한 김정일 위원장 사진과 피켓을 불태우며 "노무현 정부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무대에 있던 서 목사는 급하게 달려와 불을 끄며 이들을 만류했다. 이에 구호를 외치던 참가자들은 서 목사를 향해 "여기서 군사독재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 "군사독재가 니들한테 뭘 잘못했냐", "인공기도 못 태우게 하면서 무슨 애국자냐"고 따져 물었다. 곳곳에서 "촛불 꺼"라는 호통도 세어 나왔다.

이들은 30여분간 '장외' 집회를 연 뒤 다음날(10일) 청와대 앞에서 라이트코리아 주최로 열릴 예정인 '북핵실험 규탄 및 노 정권 퇴진 촉구'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나눠준 뒤 사라졌다.

▲ 북핵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성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분노와 눈물,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이들이 모두 사라질 때쯤 동아일보 사옥 앞에 설치된 무대에는 김길자 새문안교회 권사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장을 중지시켜 주옵소서'를 주제로 합심기도를 하고 있었다. 분노한 '장외' 집회 참가자들과는 달리 '본' 집회 참가자들은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눈물을 보이는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김성은 천만명서명운동본부 대표는 "오늘은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며 "되먹지 못한 김정일 위원장이 핵폭탄 실험을 한 날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전통수권을 미군이 갖고 있어야 한국이 핵우산 아래에 있을 수 있다"며 "미군이 가면 우리는 알몸으로 북과 맞서 싸워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및 대북 안보 라인 교체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 ▲미국, 일본과의 공조 강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 지원 전면 중단 등을 촉구했다.

서 목사는 집회 말미에 "22일까지 열릴 집회에 앞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와주기를 바란다"며 "여기 계신 분들도 가족들과 함께 나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인공기를 불태우려는 일이 있었는데, 심경은 백 번 이해하고 동감하지만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을 위해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만세 삼창과 애국가를 부른 뒤 한 시간 반 동안의 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창희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참석했지만 무대에 올라 지지발언 없이 자리를 떠났다.

▲ 북핵 반대,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한 촛불기도회가 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성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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