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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깜짝할 사이에 부숴지는 주택
ⓒ 스나미 케스케
모래 먼지를 피워 올리고 답답한 소리를 울리면서, 포클레인이 주택을 눈깜짝할 사이에 폐허의 무더기로 바꾸어간다. 주민이 울면서 포클레인에 가까워지려고 하지만, 전경이 밀어낸다.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가 되어 있는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도두리에서, 9월 13일, 경찰과 용역들이 빈 집 약 70채를 무너뜨렸다. 나는 이 광경을 일본 잡지의 요청으로 취재하면서, 눈앞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믿을 수 없었다. 왜 인간은 이렇게도 잔혹하게 될 수 있는 것일까. 국정을 위해서는 사람의 토지를 이렇게 망치는 일도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나와 대추리의 첫 만남은 2005년 2월 추운 겨울이었다. 나는 일본 에히메현 마쯔야마시에서 신문기자를 하면서 마쯔야마에 있는 동아리에 참가하고 취미로 한국의 전통문화인 풍물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다. 마쯔야마시의 우호협력도시인 평택시에서 평택두레풍물보존회(대추 초등학교)의 송영민 단장 일행의 기념식전 연주를 위해 마쯔야마시를 공식방문했다. 그렇게 우리 풍물패와 송 단장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송 단장은 자비로 정기적으로 마쯔야마시를 방문하고 풍물을 가르쳐주게 되었고, 우리 일본사람도 몇 번이나 대추리 대추 초등학교를 방문해 송 단장에게서 장고를 배우거나 대추리 주민들로부터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그런 대추분교가 5월에, 국방부에 의해서 완전하게 파괴되어 버렸다. 학교는 우리가 일본에서 보낸 “모든 무기를 악기로” 라는 문구를 새긴 깃발과 함께 폐허더미로 바뀌어버렸다. 우리는 일본에서, 학교가 파괴되는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 9월 13일 주택철거 당시 전경에게 모래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는 주민
ⓒ 스나미 케스케
나는 대추리에 몇 번이나 가서, 여러 역사나 사실을 알았다.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미군재편에 의해,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는 현재의 약 3배로 확장될 계획이다. 이 기지는 원래, 일본군이 접수해 만든 기지를, 전후에 미군이 확장한 것이다. 주민들은 그때마다 이주를 반복해, 빼앗긴 농지 대신에 새롭게 논을 만들어냈다.

주민 대부분은 농민이다. 더구나 개간한 토지에 애착은 강하고, 확장반대운동이 몇 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평범하게 살고 있던 농민들은 ‘투사’가 되어버렸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던 농촌은 경찰에 의해서 황폐화됐다.

9월 13일 주택 강제철거는 오후 4시쯤에 끝났다. 인가가 무너질 때 배추밭까지 밟혀 망쳐진 할머니는, 손을 꽉 쥐며 “지금부터 어떻게 되겠지. 일본군에 쫓겨나고 해방 후엔 미군에 내쫓겼는데 또 나가라니. 나는 여기서 농사지으면서 살고 싶은 것뿐인데”라고 무너진 집 더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파괴된 마을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돌아오자, 주민들은 식사 준비를 위해 각자 집에 돌아갔다. 같은 풍경은 일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댐건설 예정지에서, 그리고 원자력발전 관련시설에서.

▲ 9월 24일 열린 4차 대행진에 시청 광장에 1만5000명이나 모여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했다.
ⓒ 스나미 케스케
이런 문제는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희생이 되는 것은 언제나 시골이다. 도시 생활자들은 못본 체를 하면서, 자기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서, 국정을 위해서, 시골에 부담을 떠맡기고 있다. 그런 것을 용서하면 안 된다. 대추리의 소박한 농민들 얼굴을 떠올릴 때, 아름다운 농촌을 전쟁기지로 하는 잔인한 계획이 왜 용서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것은 외국의 군대가 주둔하는 기지다.

대추리에서도 오키나와에서도, 이런 비극이 60년 전부터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20세기의 유물로서 지금부터 청산해야 할 것이다. 21세기가 되어서까지 같은 비극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가. 아시아에 미군기지는 필요 없다. 새로운 군사시설도 필요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스나미 케스케(Sunami Keisuke)는 일본 에히메현 마쯔야마시에서 태어났습니다. 2002년부터 에히메 신문사 기자, 2006년부터는 프리 저널리스트를 겸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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