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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내 임기 4년 안에 꼭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정책이 의외로 빨리 기회가 온 것이다. 나는 지금 의지에 충만해 있다."

다음달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오세훈 시장이 우선 급한 불은 껐다.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을 후분양제 전면 도입이라는 초강수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여전히 논쟁의 불씨가 남아 있기는 한 상태이지만, 오 시장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할 말을 다 했다.

기형적인 건설 비리와 불합리한 건설관행, 건교부의 건설사 감싸기 등에 대해 "도대체 이런 주택분양 시스템이 어디 있냐"며 "이번 기회에 관행적으로 해왔던 불합리를 한꺼번에 해소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주택정책 대전환의 도전장을 냈다.

"건교부 입장에 동의 못한다"

무엇보다 오 시장은 "일부 언론의 주장대로 후분양제는 상황에 몰려 위기를 모면하려고 소나기나 피겠다는 심정으로 만들어낸 미봉책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취임 전부터 갖고 있던 구상이 이번 기회에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논란의 파장을 일축했다.

오 시장은 "서민들의 피해를 담보로 대형 건설사들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한국 건설비리 유형"이라며 "실천으로 보이겠다"고 후분양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전문가와 시민들의 참여로 운영될 '분양가 심의위원회'와 관련, 오 시장은 "위원회 성격을 둘러싸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검증위원회도 아니고 심의위원회라는 명칭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처음 입안과정부터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오 시장은 "25일 발표한 문건은 대충 만들어진 게 아니"라며 "글자 하나 하나에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이번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건교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주택정책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는 후분양제를 하면 시장이 급속도로 영향을 받는다는 명분 때문에 최대한 자제를 해왔"지만, "서울시와 건교부의 입장이 다른 관계로 추진할 것은 추진하겠다"고 재차 피력한 것이다.

"건설물량이 줄어든다고? 착각하지 말라"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건교부의 주장처럼 후분양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건설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이 점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오 시장은 이번 추석연휴 이후 전문가 그룹과 서울시가 추진중인 TF를 만들어 ▲입찰방식 제도개선 ▲분양가 상한제 도입 ▲대기업의 일정 부분 의무시공제 도입 ▲원가절감방안 등도 구체적으로 연구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TF는 추석연휴가 끝난 10월 초순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니, 수포로 돌아간 은평뉴타운 분양관련 일정은 이 시점을 계기로 처음부터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다음은 오세훈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25일 서울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급하게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은 뭔가.
"갑자기 잡은 것 아닌데? 3∼4일 전부터 (은평뉴타운 관련 기자회견) 방침은 정해져 있었고, 사전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감대를 풍부하게 형성시키는 시간이 필요해서 주말 끼워서 결정했다. 중요한 발표는 자칫 미리 새면 재미없지 않나. 소외된 언론사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그래서 어제(25일) 오전 8시 30분에 기자들에게 긴급하게 알린 것이다."

- 언제 결정된 건가.
"결정되는 순간이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꾸준히 준비했다. 몇 번 회의를 하다보니 보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서 논의가 길어졌다."

- 일부 언론은 서울시가 발표한 후분양제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미봉책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객관적인 상황이 그렇게 흘러왔기 때문에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후분양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과정을 보면, 취임 전부터 내가 갖고 있던 구상이 이번 기회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언론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마치 몰려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오히려 공세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사실은 작년부터 분양제도나 입찰제도의 관심을 갖고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 어떤 기회로 관심을 갖게 됐나.
"책을 읽었다. 내가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후분양제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입찰제도의 전면 개정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건설 비리가 굉장히 심각한 나라다. 서민들의 피해를 담보로 대형 건설사들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이번 기회에 건설 쪽에서 관행적으로 해왔던 불합리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 후분양제에 대한 사전 스터디(공부)가 없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내부 구조가 있다."

- 후분양제는 미봉책이 아니라 오 시장의 깊은 견해가 반영된 정책이라는 건가.
"내 임기 4년 안에 꼭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정책이 의외로 빨리 기회가 온 것이다."

"건교부는 건설사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 시민단체 입장도 여러 갈래다. 경실련은 후분양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참여연대는 분양가 공개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실천으로 보이겠다. 분양가 결정 시스템에 전문가와 시민들을 참여시키겠다고 했는데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이익을 취하겠다고도 했다. 시스템 공개하고 시민이 참여하는데 많은 이익을 내는 게 가능하겠나."

- 시장 상황은 다른 것 같다. 이미 서울시가 밝힌 가격이 있기 때문에 더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SH공사도 '사업비가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후분양을 해도 분양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자 얘기지. 부동산 업자들은 분양가 내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잘 새겨들어라. 공직에 있으면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염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값 하향 조정으로 결정하면 시장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겠나. 생각을 해봐라."

- 부풀려진 가격을 적정가로 맞춘다는 거지, 시장을 흔들겠다는 건 아니지 않나.
"어떤 뜻이 담겼든간에 아파트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투기세력은 항상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가격을 내리겠다고 말한다면 돈을 벌기 위해 달려드는 세력이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맞는다. 그래서 말을 아끼는 것이다. 내년에도 똑같은 가격에 분양하려면 무엇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나."

- 내년엔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말로 들린다.
"어제도 밝혔지만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려는 의지가 있다."

-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교통부 쪽도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던데. 또 민간주도 방식의 뉴타운 사업처럼 후분양제 적용을 의무화한다면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교부 대변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간을 보니 대부분의 언론이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 멘트만 땄다. 그것도 거의 한 사람 멘트에 의존했다. 건교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후분양제를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건교부와 생각이 같다면 따라가면 된다. 그러나, 건교부와 우린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바라보는 평가의 눈이,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

- 건교부가 건설사 이익을 대변한다는 건가.
"일면 그런 측면이 있다. 아니, 세상에 우리 나라 같은 주택 분양 시스템이 어디 있나. 후분양이 원칙이지. 지금까지는 후분양제를 하면 시장이 급속도로 영향을 받는다는 명분 하에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런 점에서 건교부와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르다."

- 후분양제가 주택정책을 전환시킬 수 있는 주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오 시장이 임기 내내 이 정책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벌써부터 흔들기 시작하는데.
"나는 지금 의지에 충만해 있다. 이럴 때는 짧은 답변이 의지를 확인하기 좋지 않겠나."

'분양가 심의위원회' 태동의 비밀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알아듣기 쉽다. 미봉책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가지려면 충분한 정책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25일 발표한 문건은 대충 만들어진 게 아니다. 글자 하나 하나에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모든 공공아파트의 분양가 산정 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공개 검증을 거쳐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위원회' 성격을 둘러싸고 고민을 많이 했다. 건교부에도 자문위원회는 있다. 자문위원회는 자문만 듣고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는 기구다. 둘째, 심의위원회냐, 검증위원회냐를 놓고 토론이 있었다. 심의위는 정책 입안부터 참여하게 된다. 다 만들어진 것을 검증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 봐도 내 의지를 알 수 있다."

- 장고 끝에 만들어진 심의위원회는 언제부터 가동되나.
"사람을 선정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 몇 명으로 구성할 지는 아직 안 정했다. 입찰방식 제도개선, 분양가 상한제 도입, 대기업의 일정 부분 의무시공제 도입, 원가절감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TF를 즉각 구성할 예정이다. 분양가 심의위원회는 급하게 만들 일은 없다. 이 TF는 추석연휴 이후 9∼10월이면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 TF는 서울시 관계자로만 구성되는 건가.
"외부 전문가도 들어간다. 분양가 심의위원회에도 시민을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다. 결국 이 TF를 모태로 주택제도 전반이 바뀌게 될 것이다."

- 어느 정도의 수위로 활동하게 되나.
"그동안 턴키방식이나 대안입찰제를 시행해왔는데 이 같은 입찰제도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과 함께 하도급 비율을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개선 노력을 할 것이다. 건축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위해 합리화하겠다. 후분양제도에 관한 연구가 포괄적으로 이뤄지면 내년도 은평 뉴타운 분양가 결정을 위한 심의위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 서울시가 추정치를 거론하며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분양원가를 밝히지 않겠다고 한 데는 나름대로 논리적 이유가 있다. 밝혀서 좋으면 왜 안 밝혔겠나. 전문가끼리 앉아서 한 시간 이상 설명해야 알아듣는다. 신문 헤드라인만 읽는 일반 소비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무슨 수로 설명하겠나."

- 건교부의 논리 중에도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있다. 중소형 건설사가 자금난 때문에 중도 포기하거나 부도날 우려도 있다.
"그렇게 걱정되면 단기적으로는 왜 후분양제를 시행한다는 건가?(웃음)"

- 공급부족은 사실 우려할만한 변수 아닌가.
"동의하지 않는다. 건교부의 지나친 걱정 아닌가. 다른 물건들은 모두 다 만들어놓고 파는데 유독 아파트만 다 짓지도 않았는데 계약을 하고 집을 산다. 동의할 수 없는 주장 중 하나가 건설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왜 줄어드나. 분양시점에 상관없이 공급시점은 예정대로 간다. 분양계약 늦게 한다고 공급될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착각하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물량이 줄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신문에서 큰 글씨로 이 같은 내용을 비판하는데 후분양이 불만이라서 시장에서 발을 뺄 건설사가 있을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언론의 이중성... 소비자는 빠진 채 건설업계만 대변?

- 이번 발표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불만 있나.
"최근 보도는 후분양제의 단점을 지적하고 부각시키는 비판 기조인데, 그게 본질은 아니다. 그 동안 주택시장에서 완성된 물건을 보지 못하고 주택을 구매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있어왔다. 아파트 분양가 문제가 소비자 피해의 전형적인 경우다. 언론은 그런 평가에 인색하다. 발표 이후 첫날인 점도 있겠지만 대부분 건설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건설회사, 건설산업연구원, 부동산 업자로부터 코멘트를 땄다. 이게 말이 되나.

또 언론이 기존에는 은평뉴타운으로 돈 벌려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기사를 써왔다. 실제 생태형으로 짓기 위해 분양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투자를 했던 건 사실이다. 언론이 처음에는 그 점을 강조하더니, 분양원가를 공개하니 너무 거품이 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이중성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 언론이 정작 소비자는 빼놓고 업계 관계자들에게만 들어 비판하고 있다, 이 얘긴가.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만…."

- 10월 8일이면 오 시장의 취임 100일이다. 원래 이 인터뷰는 오 시장의 강북구상을 듣기로 했었다. 그런데 은평뉴타운 문제가 핫이슈로 불겨져 90% 이상을 할애하게 됐다. 은평뉴타운도 강북 프로젝트의 일환일텐데, 강북구상의 핵심은 뭔가.
"강남·북 격차해소 문제는 주택정비와 상권 부활에 있다고 본다. 은평뉴타운은 토지 수용을 통해 이뤄지는 도시개발 방식이고, 앞으로 이뤄지는 뉴타운 사업은 민간조합 방식이다. 기존의 재개발 방식과 유사한 건대…,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할 때도 의지를 가지고 고분양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외에 뉴타운과 관련해 기존의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 또 하나는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다.

청계천을 뼈대로 동대문-남대문 상권을 살리겠다는 프로젝트다. 동대문 지역을 디자인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즐비한 노점상 갖고는 고급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 이걸 정리해서 고급화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계천을 보고 지방도시에서 복개공사 한 것을 뜯어내고 다시 자연으로 바꾸듯 구로 신촌 왕십리 구도심에서도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

- 노점상을 정리하고 고급화 이미지로 간다는 것은 결국 슬럼화 돼가는 지역을 잘 고치고 꾸며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가겠다는 건대, 결국 이 말을 바꿔보면 강북도 강남스럽게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 이런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비난은 감수하겠다."

- 오 시장은 행정가이지만 정치인이다. 정책을 추진할 때 소신과 당론 사이에 고민할 때가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욕을 얻어먹을만한 정책을 써야 할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판단하겠나.
"내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시민의 이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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