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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에게 한미FTA의 진실을 설명하고 있는 정태인 전 비서관. 노무현 정권에게 희망 걸었던 정의구현사제단은 한미FTA를 졸속 강행 추진하는 참여정부에 실망감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 최종수
지난 18일 오후 4시 충남 공세리 성당 교육관에서 한미무역협정(FTA) 특별강연이 있었다. 강사는 청와대가 가둬놓은 한미FTA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내린 정 전 비서관의 결론은 "다섯을 얻고 아흔 다섯을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된다"라며 호도하고 있으나 현실은 과연 그럴까?

무역협정은 축구 경기가 아니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한국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선수들이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깡으로 투지로 임하면 비길 수는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브라질의 공격이 매번 골대를 맞고 나오는 반면에 한국은 단 한 번의 슛이 골로 연결되어 승리할 수도 있고, 경기도 단판에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무역협정은 이러한 운이 따르는 축구경기도 아니거니와 단판으로 끝났다고 해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경기도 아니다. 한번 맺은 협정은 영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에서 신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문구 하나 바꾸는 데도 반 백년이 걸렸는데, FTA 거래 품목이 무려 1만 2천 개에 이른다. 미국이 그동안 협정을 맺은 나라 가운데 가장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한국이고, 지금까지의 FTA의 문제점을 보완한 슈퍼 FTA 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다. 그런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럽은 물론 일본도 신중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마치 번갯불에 콩 볶듯이 강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청와대 재직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1년 6개월의 민간기관연구와 1년 6개월의 민관 공동연구를 통해 2년 동안 실무협의를 진행하다가 중단하게 된 한일FTA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일FTA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일본보다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 없이 2년 안에 끝내겠다고 하니, 노 대통령 스스로 한미FTA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체결하면 "다섯을 얻고 아흔 다섯을 잃게 된다"

정 전 비서관의 고백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정부는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개방하면 투자가 늘고,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이 늘어나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상황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철저히 국익을 챙기는 나라이다. 즉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충실히 보장하는 국가라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FTA가 결렬된 스위스가 그 단적인 예이다. 스위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유전자조작’ 식품표시를 요구한 것이 미국이 협정을 파기한 결정적인 이유였다"며 미국이 초국적 기업의 이윤에 얼마나 철저한지를 직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어떠한가. 한미FTA를 추진하면 당장 수출과 투자가 늘어 몇 년 안에 선진국에 진입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말하고 있듯 선진국의 가늠잣대는 복지수준이다. 그러나 국민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료와 교육 복지는 지금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한미 FTA가 추진되면 오히려 후퇴할 수도 있다.

자국민의 복지와 의료도 챙기지 않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들이 과연 남의 나라인 한국 국민의 복지를 생각하겠는가. 한국의 초국적 자본인 거대기업이 국민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의 변칙증여에서 알 수 있듯이 오히려 세금을 될수 있으면 '내지 않겠다"는 것이 초국적 자본의 생리이다.

서비스산업을 대표하는 미국의 초국적 기업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단기 수입만을 노리는 외국기업들은 기업의 시설투자는 하지 않고 비정규직 양산을 통한 이익창출에만 급급할 수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의료복지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원천적으로 의료복지에 투자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소득이 늘어도 국민들의 의료복지에 투자를 확대할 수 없고, 자칫하면 국민건강보험이 퇴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한미FTA가 타결되면 국민건강보험 퇴출될 것

▲ 정태인 전 비서관의 한미FTA 강연을 듣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사제들
ⓒ 최종수
정 전 비서관은 그 선례를 미국의 의료복지에서 찾고 있다.

"미국에는 3600만 명이 의료보험 무가입자다. 미국은 국민건강보험이 없다. 아니 시장원리인 경쟁력이 없어 퇴출된 것이다. 미국은 국민건강마저도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인 개인의료보험료가 천차만별이다. 돈이 없으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이 있다. 의료보험 카드 하나면 서울대·아산·삼성병원 등 세계적인 초일류 병원을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가 되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도 국민건강보험이 있었다. 그러나 부자들이 그 시스템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가의 수술비나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즉 부자들에게 국민건강보험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부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서 탈퇴하자, 적자가 누적되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증가되었다.

국민건강보험료와 개인의료보험료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데 의료혜택은 훨씬 빈약해진 것이다. 보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의료혜택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개인의료보험으로 중산층이 이동을 한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적자 누적으로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은 계속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마저도 인상된 보험료를 낼 수가 없게 되어 국민건강보험이 퇴출을 당하게 됐다."

한미FTA가 타결되면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민건강보험을 퇴출 시킬지도 모른다. 또한 아무리 국민소득이 증가해도 의료복지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소득이 늘어서 세수가 많아져도 국민건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확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한국 진출로 문닫는 한국 대학 증가할 것

교육시장도 개방된다. 유치원 아이 때부터 영어 교육을 위해 짧은 혀를 길게 수술까지 하는 나라, 수만 세대가 기러기 가족이 된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감안한다면 교육은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이 들어오면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존폐위기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사실 미국의 유명대학 재정의 상당부분은 기업과 그 대학 출신 선배들의 후원에 의존한다. 그런 미국의 시스템에서 미국의 유명대학이 한국에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미국기업과 대학선배들이 모교의 대학이라고 해서 한국까지 지원할 리는 만무하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다고 하더라도 대학등록금은 미국 수준이 될 것이다. 이윤창출이 목적이니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농후하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기업과 선배들의 지원이 없어진다면 미국 교수들은 낮은 임금의 한국대학을 꺼려할 게 불보듯 뻔하다.

정 전 비서관은 교육개방의 문제점을 이렇게 꼬집는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대학의 등록금이 한 해 3∼4만 달러가 될 것이다.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열은 그 대학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또한 등록금도 자율화된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대학의 한 해 등록금이 3∼4천만 원이 되면 한국대학의 등록금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그러면 대학진학자가 줄어들 것이고 문을 닫는 대학들이 증가할 것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은 더 할 것이다.”

"제2의 6월 항쟁으로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

▲ 한미 FTA의 진실을 말해 주고 있는 정태인 전 비서관.
ⓒ 최종수
강연회를 마칠 즈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청와대에는 대다수 국민을 위한 공직자가 없단 말인가?
"바른 소리 쓴소리도 한두 번이다. 사사건건 자기 자리를 걸고 바른 소리를 할 수 없다. 또한 그만한 비전과 그만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에는 그런 비전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아쉽다.”

- 왜 정부는 한미FTA에 몰아 부치고 있는가?
“청와대는 삼각의 축으로 돌아간다. 재경부와 보수언론과 삼성이 그 축이다. 이들은 기득권이다. 즉 한미FTA를 통해 이득을 볼 사람들, 양극화의 수혜를 누릴 세력들이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럼 어떤 대안이 있는가.
“대안은 없다. 오로지 협상을 막아야만 한다. 한번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천만 명이 넘게 서명을 해서 협상을 중단시켜야 한다. 서명이 없다고 하더라고 국민생활과 직결된 문제이니 당연히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윤곽이 드러날, 올 연말에 87년 같은 제2의 6월 항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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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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