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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럼스펠드 장관은 지난 8월 27일 "나는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14일에는 한국군이 전시작통권을 행사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전시작통권 환수 논란에 관해 미국의 국방장관이 노무현 정부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준 셈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럼스펠드의 고백

얼마 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가 논란을 빚을 때 럼스펠드의 고백이 화제가 되었다. 말인즉,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시 정권 출범 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지목되어, 온갖 제재에 시달리고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팽창의 명분이 되었던 북한이다. 그런데 북한은 사실 군사적으로는 아무 위협도 아니라니.

이제 미국의 군사 패권은 그 어떠한 명분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이러한 미국 고위 관리들의 말에 대해 한국 정부와 보수 진영이 보이는 반응이 더 우려스럽다. 빅 브라더(Big Brother) 미국에 대한 충성과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정체성의 양축으로 삼는 보수 진영의 분열증적 반응은 논외로 하자. 더욱 문제는 이러한 미국 관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작권 환수를 외치고 있는 노무현 정부다.

사실인즉, 전작권 환수의 대가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승인하고, 평택 미군기지를 신속 기동군을 위한 최상의 기지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와 작통권 논의를 하러 미국으로 떠나던 날 경찰이 대추리 철거를 단행한 데서 보듯, 양자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일본 자마 기지와 더불어 해외 미군 재배치 전략의 핵심 중 하나다. 미국 스스로 말하듯 주한미군은 한국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동군으로 재배치될 계획이었고, 노무현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대가로 전작권 환수를 얻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개혁의 성과를 애타게 바라던 노무현 정부와 미국의 재편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과 새로운 평화 운동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은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이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은 지금까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위험성에 대해,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기본적 생각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기획 자체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고, 때문에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점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른바 ‘사활적 이해’를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전쟁을 벌였던 호전적인 국가가 바로 오늘의 미국이 아닌가.

또 평택이 미군기지 확장 장소로 선택된 이유가 북한의 장사포 사정권에서 벗어난 최적의 장소라는 점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럼스펠드의 고백처럼 사실 북한이 아무런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이라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국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 한반도 전체가 절멸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이 같은 안보환경의 변화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평택 싸움은 이처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한미군, 미국의 군사 패권 전략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이다. 이들의 목소리와 존재가 점점 더 전면에 등장할수록, 전작권 환수로 자주-친미의 대결을 만들고 그 속에서 이득을 얻고자 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사실은 미국의 군사 패권에 대한 철저한 부역자라는 자신들의 추한 본질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9. 24 평화대행진으로 가자

▲ "나는 굴착기를 처음 보았을 때 하도 신기하여 온 종일 지켜보았다. 지금은 파괴의 괴물이다. 나는 굴착기를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 노무현 정부의 탄생과 지금은 마치 굴착기를 보는 것만 같다." 문정현 신부의 말이다.
ⓒ 김철수
9월 24일, 이제 평택 투쟁은 새로운 전기를 앞두고 있다. 9월 24일 열리는 평화대행진은 이미 수차례 진행된 바 있는 평화대행진이나 범국민대회의 연장선에 있지만, 또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도리어 개혁으로 치장하며 국민들의 눈을 가리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투쟁을 선포하는 장이기도 하다.

9. 24를 계기로 우리는 많은 시민들에게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리고, 평택 미군기지가 수십 개의 다른 미군 기지를 돌려받는 대가로 제공되는 조그만 땅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님을 말해야 하며, 노무현 정부가 주장하는 자주 혹은 한반도 평화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길이라는 것을 외쳐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가 봐서 알겠지만, 대추리 도두리가 있는 황새울의 가을은 ‘노을’이라는 동요로도 불리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땅에 노무현 대통령이 쳐놓은 철조망은 9월 24일, 이 땅의 정의로운 시민들에 의해 청와대를 칭칭 감는 그물로 되돌아 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직 '양심의 명령'을 지킬 시간은 소멸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9월 24일에는 '사람을 먹여 살려온 들녘을, 사람 죽이는 전쟁기지로 만들지 않기 위한' 4차 평화대행진이 서울에서 열립니다. 황새울의 평화를 위해 힘과 뜻을 모아주십시오.

여러분을 9.24 평화대행진 ‘10만 준비위원’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클릭)

글쓴이 정지영은 사회진보연대 정책편집부장이다. 사회진보연대는 민주적, 계급적 사회운동을 목표로 한 진보적인 활동가, 노동자, 농민, 여성, 지식인, 시민의 자발적인 사회운동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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