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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란 개념을 살펴보니 자기 자신과 타인과 사물(대상)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원칙은 지식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살이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이랍니다. 절이란 공간을 답사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알아보았으니 이제는 절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이 답사객들에게 요구하는 예절을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친한 이웃집에 놀러가더라도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눌러 자기의 신분을 밝힙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신분을 확인한 뒤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줍니다. 나랑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나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해꼬지를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출입여부를 결정하는 셈이죠.

그런데 절에는 그런 확인절차가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유명한 절이야 입장료를 받지만 그건 신분의 확인이 아니라 문화재를 보여주는 대가로 들어오는 사람 모두에게 받는 것이니 신분의 확인이 아닌 것이죠.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바로 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모르거나 또는 쉽게 어긴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사찰예절을 잘 아는 사람만 받아주는 절차를 거쳤다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개방을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다보면 자비심을 널리 베풀어야 하는 절에서 호통을 치고 꾸지람을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래서 답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절의 주인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예절을 알고 가는 것이 기본도리인 것입니다.

절을 답사하는 사람이라면 절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니까 종교적인 의미가 많고 또한 나랑 전혀 상관이 없는 종교이므로 나에겐 그런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십시오. 오히려 좀 엄격한 할아버지나 집안의 어른이 계신 친척집을 찾아간다고 생각하시면 훨씬 편할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친척집을 방문할 때는 최소한의 정성을 담은 선물을 들고, 옷매무시를 살피고, 들어간 뒤에 목소리를 가다듬어 인사와 함께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말씀을 듣고 물러난 다음 그곳의 친척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절이라는 공간 또한 이런 행동을 약간 변형시켜 행동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절은 불교라는 종교를 창시한 부처께서 가르친 내용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으로 그들은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과 예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도 그들이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절의 주인이 우리를 믿었기 때문에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놓은 것처럼 우리도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들의 행동 양식을 지켜주는 것이죠.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라”는 속담처럼 절 안으로 들어갔다면 절 안의 예절을 지켜주는 것이 도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에서 요구하는 모든 예절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다만 크게 눈에 벗어나지 않는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입니다.

먼저 절에 가고자 할 때는 울긋불긋한 화려한 색상의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을 가급적 피하십시오. 세속의 그 많은 끊기 힘든 인연을 버리고 오직 잿빛의 옷만을 입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신다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절 앞에 도달하면 입고 있는 옷매무시를 단정하게 해주십시오.

단정치 못하고 삐죽 튀어나온 옷이나 질질 끌고 다니는 신발 등은 절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요. 손은 최대한 가지런히 하여야 합니다. 호주머니의 쑥 집어넣거나 건들건들 심하게 흔들면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공중 예절에도 어긋나는 행동임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절에 들어가면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에 모셔진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난 불교를 믿지 않고 그냥 나들이삼아 나왔는데 왜 내가 절을 해야 하냐고 여기실지 모르나 큰 어른이 계신 친척집을 찾아간다고 생각하십시오.

절에서 모시고 있는 부처님은 비록 생명이 없지만 모두가 이곳에서 가장 큰 어른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이 어른께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옳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절에 있는 가운데 길과 가운데 문으로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가운데는 부처님 또는 큰 스님께서 다니는 상징적인 길이므로 우리는 옆으로 피해서 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사찰 예절

앞에서 말한 것은 불교의 예절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누구나 지켜야 할 예절이라고 하실 분이 계실 것입니다. 기왕 절과 관련한 불교 예절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간략하게 그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절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일주문입니다. 일주문은 세속의 세계와 진리의 세계가 만나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법당 쪽을 향하여 합장하고 절을 올립니다.

일주문을 지난 다음에는 자세를 바로 하여 가운데 길을 피하여 한 쪽으로 걷는데 일반적으로 좌측통행이 무난합니다. 다음으로 천왕문에 들어서면 좌우에 계신 사천왕에게 반배(半拜)를 올립니다. 길에서 스님이나 불교신자를 만나는 경우에도 인사를 하여야 합니다.

▲ 통도사 천왕문에서 경건하게 사천왕께 합장 반배하는 모습.
ⓒ 김성후

절 입구에 모셔진 부도(浮屠)를 만나면 합장하여 절을 하며 탑(塔)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신성한 곳이므로 실제로 사리가 모셔져 있지 않더라도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합장하여 삼배(三拜)를 올립니다. 그리고 탑을 돌 때에는 자기의 오른쪽에 탑이 위치하도록 하고 세 번 또는 여러 번 도는데 이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오는 예배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법당에 올라가는 계단은 가운데와 좌우의 계단이 별개로 있는 경우도 있고, 넓은 가운데 계단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는데 가운데 계단을 피하여 오른쪽이나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시고 계단이 하나만 있는 경우에는 가운데를 피하며 측면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그리고 법당에 들어 갈 때도 마찬가지로 가운데 있는 문이 아니라 좌우측의 문을 이용하며 문 밖에서 신발을 잘 정돈해야 합니다. 한편 법당은 부처님을 모신 곳으로 스님과 신자들이 예배하는 신성한 장소이므로 조용히 해야 합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열면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합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절을 한 뒤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합장한 자세로 조용히 불전으로 나아가거나 예배를 하기 위하여 적당한 자리를 찾아갑니다. 또 부처님께 절하고 있는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하여 가운데 통로는 사용해서는 안 되며, 부득이 가운데를 지나갈 때에는 합장한 자세로 허리를 굽히고 경건하게 지나가야 합니다.

부처님께 향이나 초를 올리기 위하여 준비하였더라도 이미 촛불이 켜져 있거나 향이 피워져 있으면 준비한 향과 초를 그대로 부처님 전에 올려놓는 것으로 공양을 대신합니다. 다른 사람이 켜 놓은 촛불을 끄고 자기가 준비한 초에 다시 불을 붙여 올린다든지 이미 촛불과 향불이 피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촛불과 향불을 켜서도 안 됩니다.

향을 올릴 때에는 합장한 자세 그대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부처님 앞에 이르게 되면 합장 절을 올린 다음 향합에 있는 향이나 준비한 향을 잡고 촛불에 향불을 붙입니다. 향에 붙은 불을 입김으로 끄지 말고 손을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꺼야 합니다. 불이 붙은 쪽이 위로 가도록 두 손으로 받쳐 잡되 오른손은 향의 가운데를 잡고 왼손은 오른 손목을 받쳐 잡은 다음 향을 든 손을 이마 높이로 올려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표한 다음 향로 중앙에 똑바로 꽂고 난 뒤 합장한 자세로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참배를 드리면 됩니다.

법당에서 밖으로 나올 때에는 먼저 법당 안에 다른 사람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기가 마지막으로 법당을 나오게 되는 경우에는 촛불을 끄고 정돈한 후 나와야 합니다. 법당은 거의가 목조건물이므로 불이 나면 곧바로 타버릴 정도로 취약한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촛불을 끌 때도 불전으로 나아가 합장하여 절을 하고 손으로 불을 끄거나 별도의 기구를 사용하여야 하며, 촛불을 끈 다음 다시 뒤로 물러서서 합장하여 절하고 법당을 나오도록 합니다.

나올 때에도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합장한 자세로 들어왔던 문으로 와서 상단의 부처님께 합장하여 절을 한 다음 뒷걸음으로 문을 나오도록 합니다. 법당을 나올 때 뒷사람은 앞사람이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며 또한 자기 신발을 다 신은 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신을 좋은 위치로 가져다주든가 흐트러진 신발이 있으면 가지런하게 놓는 것이 좋습니다.

절에 부탁드리는 말

이제 사찰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알아봤으니 마지막으로 절에 계신 분들께 아주 작은 부탁을 드리고 싶은 점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불교신자가 아니면서 절을 찾는 많은 사람들, 즉 나들이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에게 좀 더 융통성 있고 개방적으로 대해달라는 것입니다.

서로가 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 다른 마당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통제에 따라달라고만 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금기(禁忌) 이외엔 허용을 해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 '사진촬영금지'라 멀리 문 밖에서 찍은 부석사 무량수전 내 소조아미타불.
ⓒ 김성후
절에 가보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글이 바로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가장 높으신 분인 부처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례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아니면 카메라의 섬광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라 금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라도 카메라를 들고 불상을 향해 렌즈를 돌리면 벼락같은 호통을 듣습니다. 글자도 못 읽은 무식한 사람 내지는 예절을 모르는 불한당으로 몰리며 말입니다. 저도 유명한 사찰에서 수십 명 앞에서 그런 봉변을 당하고 꼼짝없이 뒤돌아 나온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제는 오직 승려와 신자들만의 절이 아니라 우리 문화재로서 널리 알리고 보존해야 할 공간으로써의 기능도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기왕 문을 활짝 열어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했다면 기도와 예배에 방해가 없는 순간의 실내 촬영 정도는 허용해도 무방하지 않나 하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요즘 박물관도 실내에서 삼각대와 섬광이 없으면 사진을 허용하는 추세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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