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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식이란 내가 믿고, 남이 검증하고, 사물이나 대상이 참이라는 세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답사를 함에 있어 그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목처럼 본 글에서 답사의 대상은 절입니다. 왜 하필이면 절을 선택했을까요? 이런저런 이유가 많겠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공부하는 답사로서 공부할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대부분의 절이란 곳에는 삼국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아는 만큼 역사를 읽을 수가 있는 셈이죠.

널리 알려진 절에는 대체로 탑이나 불상이 있습니다. 그 모양을 보고서 백제시대, 신라시대 아니면 고려시대 때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절에 있는 건물이나 그림 등에도 한 시대를 나타내는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 국보 제15호 봉정사 극락전
ⓒ 김성후
우리가 제대로 공부를 했다면 특정한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읽어낼 수가 있습니다. 경북 안동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목조건물이라는 역사적인 사실도 알 수 있고 여러 시대에 걸쳐 만들어진 건축물도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절에는 불교라는 종교의 가르침과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절에 이르는 동안 많은 대상들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계곡을 건너게 해주는 다리를 만든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착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다리를 건너는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복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월천공덕(越川功德)이라 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 보물 제400호 선암사 승선교
ⓒ 김성후
초창기 불교에서 탑은 부처를 상징했기 때문에 탑을 만들거나 탑을 믿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한량 없는 복이 올 것이라고 하여 우리나라 절에는 탑을 많이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절의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은 사천왕천이라는 하늘나라를 지키며 우리들이 착한 일을 하는지 나쁜 일을 하는지 늘 확인하는 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 불국사 사천왕 중
ⓒ 김성후
불상이나 보살상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32길상 80종호'라는 정해진 원리에 따라 만들어지며 있다고 것도 알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아무튼 절에 있는 모든 물건은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이 불교의 가르침과 사상을 근거로 해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불교 교리의 이해 또한 필수적입니다.

셋째, 절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절을 지을 때의 이야기도 있고, 세월이 흘러 절이 무너지거나 전쟁 등으로 불타 없어지고 난 다음 다시 지을 때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석사(浮石寺)는 잘 아시죠?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를 흠모한 중국의 선묘라는 낭자가 바다에 몸을 던져 용이 되어 중국에서 신라까지 그를 보호했다고 하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편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짓고자 하였으나 도적들이 너무 많아 감히 지을 엄두를 못내고 있을 때 또다시 용으로 변한 선묘는 바위를 공중에 번쩍 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리자 도적들이 모두 도망갔다고 합니다. 지금도 부석사 무량수전 뒤편에는 부석(浮石)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이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를 따지면 안됩니다. 다만 이런 전설과 설화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들이 답사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며 또한 잃어 버린 우리의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 부산시유형문화재 제2호 범어사 일주문
ⓒ 김성후
넷째, 절에는 사람들의 과학이 있습니다. 과학이라고 해서 로봇이나 컴퓨터 또는 우주비행선 같은 최신의 과학기술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 사람들의 과학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있다는 뜻입니다.

절 입구에서 처음 만나는 문을 일주문이라고 합니다. 일주문은 기둥이 한 일(一)자 모양으로 되어 있으며 그 위에 지붕을 올려 놓았습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건물의 모양은 사각형(□)이며 그 위에 지붕을 올린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한 일(一)자 모양으로 늘어선 기둥 위에 무거운 지붕을 올린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없으면 만들기 힘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국보 제57호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
ⓒ 김성후
마지막으로 절에는 예술이 있습니다. 절에는 국보나 보물 등으로 지정된 문화재는 역사적인 가치, 희소성, 장인의 노력, 예술적인 아름다움 등 독특하고 탁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전남 화순의 쌍봉사 부도나 구례의 연곡사 부도는 화강암이라는 아주 단단한 돌을 너무나 섬세하게 깎아서 만든 탁월한 예술성을 자랑하는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절에는 석탑, 석등, 부도, 건축물, 불상, 불화 등 소위 예술품으로 불리는 대상이 많이 있습니다.

이 땅 한반도에는 발에 걸리는 돌부리도 답사의 대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 다녀야 할 곳은 아주 많습니다. 절 또한 그 안에 있는 각각의 대상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 답사지로서 손색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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