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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의 진혼굿이 진행되고 있다.
ⓒ 이정훈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 사업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이 23일 '행정권을 포기한 종로구청 장례식'을 진행하자, 종로구청 직원과 경찰이 강제 해산 명령을 내리며 진압에 나서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공투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성람재단 및 종로구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인권단체대표들의 발언에 이어 진혼굿을 진행했다. 이때 전경들은 행사장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어 경찰의 '강제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 진혼굿이 진행되는 순간 상복을 입은 참석자들 뒤로 전경들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 이정훈
▲ 경찰의 자신 해산 명령을 듣고 참석자들에게 자신 해산을 권유하고 있는 박경석 집행위원장.
ⓒ 이정훈
이에 박경석 공투단 집행위원장은 "이번 장례식은 집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의 관혼상제 중의 상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강제 진압하려는 경찰에게 자제를 권유한다"며 "행사 참석자들은 자진 해산하길 바란다"고 자체 유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전원 해산하지 않으면 길을 열어주지 않겠다"며 자진 해산하려는 참석자들의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전경과 참석자들은 몸싸움이 벌였고, 경찰은 박 집행위원장을 경찰버스로 강제 연행했다. 이에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또 현장 지휘 중인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공투단의 김정하 활동가를 '체포'하라고 여경들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려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이 종로구청 직원들은 구청 주변 길바닥과 구청 입구 기둥에 적힌 각종 구호들을 페인트로 지우기 시작했다. 또 공투단의 자가 발전기를 빼앗아 가다가 공투단 활동가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잠시 후 이날 행사참가자들과 활동가들은 다시 종로구청 앞에서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도 강제 해산시키며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강제로 농성장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투단과 경찰의 옥신각신하는 몸싸움은 저녁까지 이어졌으며, 박 집행위원장은 결국 풀려났다.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을 위해 마련되었던 모든 물품들을 압수당한 공투단은 또다시 종로구청 앞으로 집결해 밤을 새우고 있다.

▲ 행정 감독기관으로 감독권을 포기한 종로구청에 대한 장례식을 진행하기 위해 제작된 관이 운구되었다.
ⓒ 이정훈
공투단은 이날 진행한 장례식에서 "그동안 성람재단의 비리와 인권 유린을 묵인 방조함은 물론이거니와, 종로구청 측이 지금까지 성람재단에 대한 감독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은 것이 행정 감독기관으로서의 불법성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라며 "법인운영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떠한 행정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비난했다.

덧붙여 공투단은 장례식에 대해 "이미 행정권을 포기한 감독기관으로서 '사망'과 같음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여는 발언에 나선 홍순하 최고위원(민주노동당)은 "이 장례식은 무책임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종로구청에 대한 심판"이라며 "국가인권위가 광주 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태에 대해 이사진 전원 해임을 권고한 것은 이번 성람재단에 대한 투쟁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밤샘 농성 중인 공투단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24일 새벽 현장에 있는 한 활동가와 간단한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이렇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끝까지 투쟁해 장애인 시설의 비리 척결과 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 농성장을 지키려는 장애인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는 종로구청 직원들.
ⓒ 이정훈
▲ 농성장이 정리되자 구청 직원들이 나와 도로에 적힌 각종 구호들을 지우고 있다.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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