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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7시 야스쿠니 신사를 진입하려는 일본의 좌파 학생운동조직인 "전학련"이 우익단체들과 충돌해 와이퍼가 부러지고, 비상등이 깨지는 등의 실랑이가 있었다.
ⓒ 박철현
▲ 야스쿠니 신사 근처에서 집회를 가진 대만의 시민단체. 가오친 대만 국회의원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대만인 전몰자 영령반환을 요구하면서 약 1시간에 걸쳐 집회를 가졌다.
ⓒ 박철현
8월 15일 오전 6시. 야스쿠니 신사의 정문이 열리자마자 전날부터 밤을 새운 수백여명의 보도진과 일장기 깃발을 든 우익결사단체가 안으로 들어간다. 종전기념일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오늘은 보도진의 움직임도, 우익단체들의 표정도 조금은 다르다. 긴박감과 결연함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야스쿠니신사로 들어가는 몇개의 문에서는 일본 시민단체들과 우익단체간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영내 진입을 하려는 일본의 전학련이 우익단체의 육탄돌격에 차량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자, 비로소 경찰이 개입해 중재를 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를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중국, 한국의 종군위안부는 날조된 것", "대동아 공영권을 위한 태평양 전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등등이 적힌 수십개의 깃발, 플래카드. 군복과 제복을 입은 우익단체 회원들이 점령한 야스쿠니신사에 결국 진입하지 못한 대만의 시민단체는 합사된 영령을 반환하라는 집회를 신사근처에서 가졌다.

오전 6시 20분부터 시작된, 약 30여명이 참가한 이 집회에서 대만의 국회의원인 가오친 스이메이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대만의 영령들을 돌려 달라"고 절규한다.

가오친 의원은 지난 2004년 대만의 전몰자 가족 236명과 함께 영령반환을 요구하면서 일본정부에 소송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 결국 2004년 5월 오오사카 지법의 원고청구기각 판결과 2005년 고등법원의 완전기각으로 인해 재판에는 졌지만, 그 이후에도 줄기차게 영령반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전 7시가 되자 고이즈미 총리의 근황을 상공에서 체크하고 있던 각 방송국들의 헬기의 수가 7대로 불어나면서 지상에 근접한다. 7시 30분 총리가 관저를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도진의 움직임이 급박해지고, 야스쿠니 신사 근처의 경호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때는 보통 정문입구에 도착해 참배를 마치고 궁사를 만나 환담을 나누는 것이 보통인데, 오늘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 본당의 뒷편에 위치한 북문으로 들어와 본당 안쪽으로 바로 들어가 참배를 했다. 7시 40분쯤 연미복 차림으로 등장한 고이즈미 총리는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적은 후 자신의 지갑에서 3만엔을 꺼내 봉헌함에 넣었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보였다.

일부 참가자 "참배하는 모습 보니 역시 감동적"

한편, 안쪽에서 참배를 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이 보이자 여기저기서 "총리! 아리가또(고마워요)!", "고이즈미 총리! 만세!"등을 외치는 우익들의 환호성이 몇분간 끊이지 않고 퍼져 나왔다. 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참배 이후 21년만에 이루어진 현직총리의 종전기념일 참배에 그들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일반 참가자라고 밝힌 모리시마 쿠니오(38)는 "(총리가 참배를 하기 직전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실제 참배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감동적이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연인 사이로 보이는 코스프레풍의 복장에 일장기를 들고 참가한 젊은 커플은 "고이즈미 총리, 멋있네"라는 대화를 나누면서 일장기를 흔들었다.

8시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이 사라지자, 보도진들도 하나둘씩 야스쿠니 신사를 뒤로 했다. 21년만의 종전기념일 참배는 불과 15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참배가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던질지, 일본의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전 10시부터 있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한 우익단체. 티셔츠에는 "일본인이여! 가슴을 펴라! 야마토민족의 자손으로서!"라고 적혀져 있다.
ⓒ 박철현
▲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몰린 보도진은 약 600여명에 달해 이번 참배에 대한 매스컴의 관심도를 반영하기도 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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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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