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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사태를 계기로 일본이 군국주의적 성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의 리츠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센터장인 서승 교수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 야스쿠니신사의 정면. 2001년 10월 17일 현재 야스쿠니신사에는 총 246만6364위의 신들이 모셔져 있다. 이 신들은 모두 일본 군국주의 하에서 전쟁에 가담한 혹은 동원된 군인·군무원 출신이다.
ⓒ 김재영

유엔 안보리의 대북 비난 결의안 통과는 일본 외교의 크나큰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패권주의가 부활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일본이 처음부터 주장했던 유엔 헌장 7장에 근거한 북한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은 외교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순발력 있고 적극적인 외교를 벌여 이번 결의안의 주동자로 주목받았다.

1952년 일본이 7년간의 미군 점령 시대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게 계속 외교·안보문제를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독자성을 발휘한 적이 없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은 이 결의안에 7장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행동'을 담아 직접적인 제재 조치에 발동을 걸려고 했었다. 중국·러시아 등의 강한 반발 때문에 7장 중 40조(경고 조치)에 한정해 타국의 동의를 얻으려고 했으나 결국 7장 자체에 대한 언급을 뺀 채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만일 일본의 뜻대로 이번 결의안에 7장이 적용됐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적'으로 규정돼 41조(제재), 42조(군사행동) 등에 따라 무력 공격으로 확대되는 조치를 받게 될 뻔했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 결의안을 통해 대북 군사행동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노골적인 공갈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침공도 가능하도록 하는 합법적 명분을 얻고자 한 것이었다. 한국과 중·러의 반대로 7장이 빠진 마당에도 미·일은 결의안이 사실상 7장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무력 발동으로 이어지는 구속력을 갖는다고 강변하고 있으며, 한 단계 강도 높은 제재 조치의 실시에 착수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유엔 결의 없이 무력 침략을 강행했다. 이번 결의안만 갖고도 미·일은 충분히 대북 무력공격을 위한 빌미로 삼을 수 있다. 더구나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드러내놓고 '적기지' 선제공격론을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일본의 호전성에 반발한 것은 민족 전체의 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게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데에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만행'이라고 규정짓고 비난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클린턴 정권 때에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 일보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작년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의 해법이 가닥을 잡았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진행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이 '말'이나 '행동'을 모두 저버리고 있다. 사람의 선의나 약속, 인간성을 아예 멸시하는 오만한 미국의 힘의 논리가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이어져 오늘의 사태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결국 미국의 냉소적 논리에 대한 대답으로 '힘 대 힘'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베 장관, 차기 수상자리 겨냥하며 '요란'

▲ 아베 신조 일본 관방 장관.
그런데, 북한에 대한 이번 공격을 주도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미국이지만, 가장 앞장서서 호전론을 펴며 날뛴 쪽은 일본이다. 이른바 '평화헌법'을 통해 헌법 9조에서 군사력 보유도 무력 발동도 불법화 돼 있는 일본이었다.

아베 장관은 미사일 발사를 호기로 삼아 차기 일본 수상 자리를 겨냥하면서, 엄청난 전쟁 소동을 벌이고 사태를 확대·악화시키는 일에 부심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애당초 일본 정부는 북한이 어선 접근 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을 알고 있었으나, 사전 통보 없이 생명을 위협했다는 트집을 잡았다.

게다가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해, 제재 조치의 발동을 준비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미사일이 연해주 앞바다에 떨어지자, 외무 관료들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아베 관방장관은 "아무래도 좋으니 제재를 발동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가히 모략 차원의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요는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장관은 불문곡절, 무조건 북한 때리기로 작심했었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법 위반이라 할 수 없으며, 더구나 일본의 영해·영토에 떨어진 것도 아니기에 직접 위협했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온통 뒤집어질 요란을 떤 것은 일본 정부가 주도한 미디어의 선동 탓이라고 하겠다.

나는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문제에 대해 비합리성을 느끼면서도 그리 대수로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소동을 통해 나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일본에서는 먼 러시아 연해주 앞바다에 떨어진 것을, 북한 미사일이 일본해 즉 일본 영해에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계의 미디어들도 이번 낙하 지점을 '일본해'로 보도하면서 이러한 '오해'를 증폭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지역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일본이 유엔 헌장 7장을 가지고 북한을 비난하는 주객전도였다. 원점으로 되돌아 간다면, 2차 대전에서 50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엄청난 파괴와 살상을 초래한 나치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허용치 않기 위해서 유엔이 결성됐다. 유엔 헌장의 목적에서 규정된 평화는 추상적인 규정이 아니고, 바로 파시스트의 준동을 철저히 막아내자는 취지였다.

유엔 헌장 53조와 107조에 규정된 바 '적국'은 주로 일본과 독일을 지칭, 그들이 유엔 헌장을 위반할 경우 유엔 구성국가는 그 결의를 거치지 않고 무조건 군사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조항이 아직 살아 있는데도, 그런 전범국가가 다른 나라를 제재한다고 외치고 있다.

선제공격을 한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가 2차 대전 후에 오히려 군사점령 하에서 전범국가 대접을 받고, 전범국가 일본이 미국의 너그러운 점령정책을 즐긴 쓰디쓴 역사적인 전도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조항이 냉전 탓으로 사문화되었으며, 독일은 나치와의 단호한 결별 의지를 표명하고, 나치를 불법화 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에게 '시한이 없는 속죄'를 해왔다. 그러나 일본은 천황에 대한 전쟁 책임을 불문에 붙였을 뿐만 아니라, 그 대가로 볼 수 있는 '비무장, 부전'을 규정한 헌법 9조를 오늘에 이르러 주변국가에 대한 과거 청산도, 양해도 없이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려 하고 있다.

아소 다로 외상이나 모리오카 후생성 정무관 등 일본의 중심적인 정치지도자들은 최근 뻔뻔스럽게 "A급 전범은 죄인이 아니다", "극동 국제 군사재판은 점령군의 일방적 재판으로 국제법 위반이다", "샌프란시스코 재판은 무효다" 등의 망언을 되풀이 하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대북 선제공격론을 폈던 아베는 벌써 3년 전에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하며, 결심하면 1주일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떠벌였다.

군국주의와 그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망언이 전혀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데가 일본이다.

▲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군국주의를 찬미한다'는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거의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이같은 그의 행동이 동북아 평화를 깨는 것은 물론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대일본제국의 탯줄은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대일본제국' 탯줄이 다름아닌 전쟁의 찬미자이자 선동자인 '야스쿠니 신사'이다. 우리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무엇인가. 첫째 A급 전범을 합사했고, 수상이 매년 참배하고 찬양하고 있으며, 전쟁박물관인 유슈칸이 상징하듯 야스쿠니가 과거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 찬양하고 있다.

강화도사건 이래 일본이 우리나라 침략 첨병을 군신으로 기리고 있다(신이 된 일본인 사망자 : 임오군란 12명, 갑신정변 6명 등)는 점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만2000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유족과 국가의 동의도 없이 강제로 합사한, 국권과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전쟁에 강제 동원해서 죽여놓고, 죽은 후까지 일제의 침략전쟁과 천황을 찬미하는 야스쿠니에 영혼을 가두어 본인과 그 가족을 욕되게 하는 이중의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에 일본은 무슨 기여를 했는가? 근대 이후 일본은 항상 승자의 편에 서서 동아시아 여러 민족을 억압해왔다. 오늘에 이르러 전쟁의 참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본의 군사모험주의자의 손에 우리 겨레의 운명을 내맡길 수는 없다. 아직도 패전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일본 호전성의 뿌리를 끊는 것이야말로 동아시아 평화의 절대적 전제 조건이라 하겠다.

오는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야스쿠니의 어두움'을 밝히고자 세계 각국에서 10만명의 사람들이 야스쿠니를 에워싸고 촛불시위를 진행하려 준비하고 있다.

▲ 서승 일본 릿츠메이칸대 교수.
이 행동은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야스쿠니반대 집회, 시위, 성명 발표 등과 연결되어 일본의 비정상성, 야스쿠니 신사의 반인륜적이고 반문명적인 모습을 세계 시민 앞에 드러낼 것이다. 이 행사를 위한 디딤돌로 7월 21일, 22일에 서울의 금융연합회관에서 '세계의 눈으로 야스쿠니를 본다–문명과 야만의 사이'라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고 촛불시위가 거행된다.

이것은 "미·일 관계만 잘하면 한·중과의 관계는 문제 없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만 야스쿠니 반대를 떠든다"고 오만을 떠는 고이즈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일본의 호전성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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