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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급식사고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부모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먹는 음식과 관련한 일이라 더 놀라고 있다. 경남 마산에서는 올해 초부터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마산학교급식점검단'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이 점검단을 이끌고 있는 한중권 단장이 전국 처음으로 이뤄진 학교급식업체 평가와 관련된 글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주>
▲ 서울경기 중고교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한 고등학교 보건실에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누워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수도권에서 일어난 대형 급식사고가 월드컵 기사와 나란히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축구를 잘하는 나라가 좋으냐? 제대로 차려진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라가 좋으냐? 아이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얼마 전에는 학교급식비리에 관련해서 수도권 전 현직 교장 31명이 불구속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코흘리개 아이들 밥값, 반찬값을 호주머니로 빼돌린 선생님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여 경찰서행이라니…. 묵묵히 소신껏 교단에 서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들한테 뭇매를 맞아도 시원찮을 일이다.

크고 작은 급식 사고는 지역과 상관없이 그동안 끊임없이 일어났다. 어지간한 사건에는 둔감하던 사람들도 이번에 일어난 수도권 대형 급식사고 앞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한발 앞서 마산학부모들은 이미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 나섰다. 학부모 급식점검단을 만든 것이다.

평가표부터 직접 만들었다

지난 4월 7일 마산 교육청에서는 마산 학교급식점검단원들의 교육과 함께 위촉장 수여식이 있었다. 마산 교육장과 급식담당 사회체육과 공무원, 그리고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학교급식을 만들기 위한 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단원 12명 중에 10명이 순수한 학부모로 구성되었다.

첫 발을 내딛으면서 겪은 어려움은 급식재료를 실제로 점검하고 그 점검내용을 학교급식행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업체를 평가하는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계획한 것이 새롭게 만든 점수표로 급식업체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는 일이었다. 기준은 교육부에서 나온 2006년 학교급식 기본 방향에 따르기로 했다. 위생 위주의 점검 항목에서 벗어난 새로운 급식평가표가 무엇보다 필요했다.

우선 도축가공업·육류가공업·수산물·농산물·기타 식품으로 납품 업체를 분류해서 평가하기로 했다.

또 평가항목은 ▲기본 가공시설이 있는가 ▲신선한 재료를 구입했는가 ▲경남지역에 사업장이 있는가(지역경제성) ▲자체 홈페이지를 마련해서 급식 관련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가 등의 항목을 정해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눠 평가표를 만들기로 했다.

이같은 평가표를 만들어 마산교육청 '업체평가' 방에 올리고, 각 업체로부터 평가 신청을 받았다. 평가를 신청하지 않는 업체 중에서도 마산 지역 학교에 많이 납품하는 곳은 일일이 직접 찾아가 평가를 하고 학교에 알렸다.

하기 전에는 우선 단원이 모여서 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봤고, 기준에 대한 꼼꼼한 교육을 받았다.

설명 듣고, 현장 보고, 질문 하고... 한 업체당 3시간은 기본

평가를 하면서 일부 반발하는 업체는 조목조목 개선을 요구했고, 개선할 경우 다시 평가를 하기로 했다. 우수 업체로 평가받은 곳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는 다시 평가표를 만들기로 했다. 업종이 비슷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전체 단원들이 모여 개별 평가한 자료를 토대로 토론을 하고 점수를 매겨 공정성을 기했다.

그러나 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뒤따르기도 했다. 점검단에서 실시한 평가 결과와 신청한 업체의 예상 결과가 다르게 나와 업체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이 생기기도 했다.

여러 업체를 방문해 서로 견주다보니 자연스럽게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동한 시간은 빼고도 한 업체당 평가에 세 시간 이상 걸렸다. 업체 관계자들에게 전체 설명을 듣고, 현장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와서 다시 자세한 질문을 하다 보니 하루에 두 곳 이상을 평가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열성은 지역 학교급식납품업체로 하여금 급식재료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마산지역에서는 학교에 급식재료가 들어오는 시간이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다. 학교와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이렇다 보니 학교 점검을 나갈 때는 아침 일찍 나간다.

학교에 나가서는 급식재료를 일일이 검수하고, 급식시설을 일일이 살펴보고, 사진을 찍는다. 찍어온 사진은 업체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학교급식 위원회 교육을 통해 공개했다. 비슷한 업체는 업체끼리 학교는 학교끼리 서로 견주어 급식재료에 대한 실태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2500명 학생들에게 밥퍼주는 교육장

▲ 마산교육청은 지난 4월 ‘2006학교급식점검단’ 위촉장 수여식을 가졌다.
ⓒ 경남도민일보
▲ 마산교육청은 학교급식점검단을 구성해 위생시설 점검 활동부터 벌였다.
ⓒ 한중권
점검단의 대부분은 아줌마들이다. 살림하랴, 이리저리 업체를 찾아다니랴, 갔다와서 평가하랴 한 마디로 강행군이었다. 보통 의지와 관심으로는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관점도 생기기 시작했고 급식에 대한 의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자식을 위한 일념으로 시작했다지만 점점 사회의식으로 바뀌어갔다. 역시 학부모들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던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학부모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졌더라도 행정 책임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마산 교육청 급식담당 책임자들의 협조와 의지는 급식단원들에게는 큰 용기와 힘이 돼주었다.

마산교육청은 지난 2월 영양사 교육을 시작으로 행정책임자·학교운영위원·급식소위원·급식모니터요원을 대상으로 급식에 대한 교육을 했다. 급식물품 구매방법과 업체평가 결과를 알려 급식업체 평가를 하는 학부모들과 아울러 지역내 각 학교 급식소위원회에게도 업체를 방문하도록 했고, 방문사진이 첨부된 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사회체육과 급식담당 공무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급식실태를 점검하고 급식점검단의 평가자료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되도록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했다. 교육장은 학교를 방문하여 2500명 학생들에게 밥을 퍼주는 배식당번을 자청했다. 이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는 후문이다.

3억5천만원 예산 내역이 단 몇 줄?

각 학교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이 월별 결산 내역이다.

경남 모 초등학교 급식관련 결산서를 보면 이렇다. 이 학교의 1년 급식비는 3억5000만원 정도. 그런데 2005년 결산서 내역은 식품비 2억4000만원, 인건비 7800만원, 관리비 3000만원. 그것으로 끝이다. 급식 담당자들은 다 천재다. 4억 가까운 돈을 단 몇줄에 압축하고 자세한 것은 머리에 다 입력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마산 학교운영위원 교육 때 각 학교 홈페이지에 월별 결산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학교는 아직 적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홈페이지에 급식납품업체나 월별 결산내역을 올리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아직 마산 학교급식점검단의 활동은 진행 중이다. 5·6·7월 마산 지역 학교 업체계약현황을 서로 견줘보면 급식점검단 활동성과가 나올 것이다. 7월 중순 마산학교급식점검단 평가회와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바람직한 학교급식 발전 대안이 나올 것이다.

숨겨진 것은 파헤치면 '꼬롬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학교급식 예산을 당당하게 공개하지 못한다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당당하다면 공개하라. "우리 아이들의 입에 이렇게 좋은 음식을 들어가게 했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학부모의 눈과 발은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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