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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위난(危難)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참담한 패배를 당했어도 패배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서 적절한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패배를 승리로 뒤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패는 병가지상사라는 손자병법을 굳이 들지 않아도 실패를 성공의 모체로 삼은 일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므로 실패했다고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엉뚱한 대상을 향해 분풀이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실패가 위대한 승리의 전주곡이 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5·31대참패로 넋이라도 나갔는지 열린우리당 일부 지도부가 생뚱맞은 개악 대책을 낼 수 있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만들고 있다. 파란의 핵심은 부동산 정책과 세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넋 나간 발상.

이는 청와대의 부동산 억제 대책과 그에 관련된 세제 문제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는 움직임이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런 발상을 내게 된 것은 5·31 지방선거 참패의 중요한 원인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조세 정책에서 국민의 불만을 샀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한겨레>는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원내대표단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 드러난 엄중한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무겁게 새기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부동산과 조세 정책에 고칠 점이 없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남북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국민의 불만을 샀는데 특히 부동산과 세금 문제에 불만이 집중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시정하고 개선할 것이 있다면 시정하고 개선해 가겠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비록 큰 틀의 정책 기조가 바뀌는 재검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지만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당내에서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한 뒤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파악된 것이 있으면 당정협의 과정을 통해 정부와 조율해 나갈 것이며 당정협의를 통해 보완할 것도 있지만,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여당 일부에서는 1가구1주택 실수요자과세 등 민원이 제기된 부분을 중심으로 개선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는 움직임을 <한겨레>는 전했다.

열린우리당 어느 관계자는 경기활성화문제와 내수 진작 등의 정책적 변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이 사실이므로 이런 문제들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이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는 분명한 연관 관계가 입증된 바도 없는데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해온 정책 전반에 대한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우왕좌왕 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민심을 읽은 시야가 생소하고 인식 자체가 생경하므로 실망이 크다. 열린우리당의 참패는 정체성 문제도 중요하려니와 뭉쳐야할 때 내홍분열하면서 개혁 정책을 포기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통적인 개혁진보계층의 지지 세력까지 이반되어 나간 사실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한 번 패배로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열린우리당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선거 참패를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은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여당은 선거 참패를 계기로 단결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고, 남은 임기 동안 여당답게 당당하게 정치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회는 다시 온다. 지금부터라도 여당은 심기일전해야 한다. 당청화합을 통해서 마지막 개혁 작업을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토마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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