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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 열린 주민들의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박상규

경찰과 용역, 포크레인이 파헤쳐놓은 대추리 주민들의 마음 속 상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범대위 등 시민단체가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국방부 측 주장과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강한 분노를 넘어 허탈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6일 주민대책위와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범대위)가 대추리 노인회관 2층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우리가 불법적인 빨갱이? 화가 치민다"

조상 대대로 대추리에서 살았다는 노인회장 정태화(71)씨는 "지난 2~3일 TV를 보면서 억울한 점을 말하겠다"고 운을 띄웠다.

"우리 마을은 엉망진창이 됐는데, (언론)보도 나올 때 보니까 '외지에서 온 사람들 뿐이다' '주민들은 없다' '무슨 꼬임에 빠져서 못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고 하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5월 2일 마을총회를 열었고, 이장이 얘기해서 온 사람들은 절대 출입도 못하게 한 채 비밀투표까지 했어요. 주민 90%가 '우리는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고 작정한 것 아닙니까."

정씨는 특히 "국방부 장관이 TV에 나와서 하는 얘기를 보면서, 농촌 촌놈이지만 너무 억울해서 TV를 깨뜨리려고까지 했다"며 "가구당 6억원씩 줬다고 하는데 나는 6천원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보도를 어떻게 함부로 내보내는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국방장관이나 총리가 강력히 뭣을 한다고 하는데, 이 분들이 대추리에 오면 내가 안내를 해서 우리 주민들의 사정을 생생히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방유태(70)씨는 "우리는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여기서 살겠다는 것이고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대로 보도가 되어야 하는데, 주민들을 폭거라고 하고 불법이라고 하고…. 생각들 해보쇼. 주민들이 이 촌사람들이 어떻게 폭거가 되고 불법이 됩니까. 그 원인이 어디서부터 나왔는데, 우리는 우리 땅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데 오히려 불법자로 인정하니, 이게….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려고 하는지, 앞날이 캄캄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불법자입니까? 미군이 불법자고 정부가 불법자지."

방씨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올바르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주민의 의사가 뭔지 여기서부터 얘기가 들어가야지. 어떻게 정부에서 하는 얘기만 보도를 하는지, 이게 어느나라 법인지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이 나라가 어떻게 국민의 정부입니까? 우리가 불법자이고, 소위 뭐 빨갱이?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것을 벗어난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범대위에 놀아납니까? 우리 주민의 의사입니다. 여러분들 깊이 생각해서 올바르게 주민이 반대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바르게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범대위 "군이 민간인 제압... 지금이 계엄·전시 상황이냐"

▲ 평택 범대위 대표인 한상렬 목사는 "미군이 감축한다는 마당에 많은 땅이 필요없으니까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이를 이념 문제로 얘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범대위 대표인 한상렬 목사 역시 언론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 목사는 "주민들의 고통을 겪었을 언론이 이번 사태를 보상과 이념 문제로 몰고 왔던 일에 대해 주민들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하고 이 땅을 떠난다면 보상 문제가 나오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 땅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돈을 얼마를 갖다줘도 떠나지 않는다는데 왜 보상 문제로 호도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슨 이념 문제냐"며 "정책이 잘못됐으면 바꾸라고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미군이 감축한다는 마당에 이렇게 많은 평수가 필요없으니까 다시 협상하고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이념 문제로 얘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라가 땅을 요구하면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서 양코배기에게 땅을 준다는 것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특히 "이번 (강제집행) 사태는 전적으로 국방부 장관과 경찰에게 있으므로, 책임과 보상을 요구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사과해야 하고,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대로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범대위 측은 현재 대추리의 상황을 계엄 사태에 비유했다. 범대위측은 "정부가 불법적이고 부당하게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고, 5일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공격하고 포박하는 불법 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범대위 측은 "우리가 우려한 대로 군이 민간인을 폭행하는 중대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계엄 또는 전시도 아닌데, 군이 민간인을 제압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책임을 끝까지 물겠다"고 밝혔다.

또한 범대위 측은 지난 4일 대추분교 강제진압 당시 벌어진 경찰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범대위는 "당시 야만적 폭행이 가해진 데 이어, 연행과 수사과정에서 목조르기, 성추행, 유치장 입감시 알몸수색 등의 인권유린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대위측이 정부에 요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범대위가 주민을 선동하고 이용하고 있다며 범대위와 주민대책위 이간시키는 행위 중단
▲ 야만적 폭행과 인권유린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연행자 전원 석방
▲ 불법 부당한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과 군투입 철회
▲ 국방부장관과 경찰청장 사퇴
▲ 평택사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위해 평택범대위와 국방부, 공정한 제3자가 함께하는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 5일 평택에서 군인이 민간인인 학생을 직접 제압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대위
"더 이상 충돌은 피하겠다, 범국민대회 연기하기로"

한편 범대위 측은 이날 오후에 예정돼 있던 범국민규탄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범대위 측은 "현재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고 개최해야 한다는 내부 요구도 있지만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신 이날 저녁 7시 30분 '우리땅 지키기 촛불 문화제'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특히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야만적 평택 강제집행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규탄 촛불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범대위측은 "어제(5일) 철조망을 제거한 것은 범국민규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추리로 들어오던 각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지, 범대위가 조직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요구를 주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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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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