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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사학법 재개정안은 한나라당의 그것보다 재개정 폭이 크다. 이로 인해 너무 인심을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당 안팎으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최고의원회의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이 총대를 멨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안을 내놨다. 양보안이라고 하지만 인심을 써도 너무 썼다. 이런 것들이다.

▲이사장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학교장 취임금지조항 삭제 ▲초중고교 개방형 이사 자격의 정관 규정 허용 ▲이사의 겸직금지조항 삭제 ▲감사자격 요건 완화.

비교해 보자. 한나라당의 재개정안이다. ▲초중고교의 개방형 이사는 의무사항에서 자율사항으로 변경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회가 갖는 개방형 이사 2배수 추천권을 동창회나 종교재단 등에도 부여 ▲중고교의 경우 각 학교 정관에 따라 자율로 개방형 이사 도입.

차이가 없다. 오히려 강봉균 의장 안의 재개정 폭이 크다. 그래서 학부모단체는 물론 같은 당 의원들까지 나서 맹비난하고 있다.

관심사는 당연히 하나다. 강봉균 의장은 왜 악역을 자임했는가?

대비되는 현상이 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5일과 26일 잇따라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비공식 접촉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때 김한길 원내대표가 내놓은 타협안은 ▲개방형 이사 자격을 정관에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사학법 시행령에 규정된 '건학이념에 맞는 자'란 제한규정을 모법에 포함시킨다는 것이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제한된(?) 양보안을 내놨지만 강봉균 의장은 파격적인 양보안을 내놨다. 엇박자를 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건 현상이다.

강봉균의 엇박자는 '난센스'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표와 짝을 이루는 사람이다. 원내대표 경선 때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는 사람이다. 그런 정책위 의장이 원내대표와 사인이 안 맞아 엇박자를 친다는 건 난센스다. 더구나 사안이 사학법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스스로 '당의 정체성'과 동일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인 미스의 결과라기보다는 거꾸로 사인 교환에 따른 총대 메기로 보는 게 타당하다. 강봉균 의장이 양보안을 내민 시점이 원내대표 협상이 교착된 직후라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질문 대상을 강봉균 의장에서 김한길 원내대표로 바꿔야 한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왜 당 안팎의 비난까지 무릅쓰면서 사학법 재개정에 신경을 쓰는 걸까?

<경향신문>은 열린우리당의 급박한 처지가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법 등 각종 민생 법안들이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있고, 정부와 청와대의 국회 정상화 압박도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다. 열린우리당 지도부 말대로 사학법은 '당의 정체성'이다.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양보를 하기엔 국회 정상화의 절박성이 약하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으로 두 달 가량 국회가 공전될 때 강경대응으로 대처했던 전례는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 사학법 재개정 무산에 대비한 명분쌓기용 양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보기엔 양보의 폭이 너무 크다. 한나라당이 덥석 받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기억을 되살리자. 두 원내대표의 북한산 합의가 나오자 양당 일각에서 의혹이 일었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기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면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이재오 원내대표의 답은 이것이었다. "그건 이미 얘기가 끝났다".

꽃놀이패 쥔 이재오 원내대표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30일 오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북한산 대동문에 올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 양 당은 2월 1일부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 오마이TV 김윤상
이면합의 가능성을 강하게 풍기는 발언이었지만 김한길 원내대표는 부인했다. 그래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석 달 가량이 흘렀고 이상한 모습이 열린우리당 안, 정확히 말하면 열린우리당 원내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면 합의 가능성을 되짚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얼마나 확인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에 하나 김한길 원내대표가 정말 이면 합의를 해줬다면 '경악할 만한 합의'임에 틀림없다. 국민을 우롱한 건 둘째다. 그렇게 해서 국회를 정상화한 후 뭘 했는지를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선뜻 기억 목록에 오르는 게 없다. 국회를 정상화한 형식상의 성과 외에 뚜렷한 족적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이제 와서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북한산 합의의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다. 특히 이재오 원내대표는 잃을 게 없다.

열린우리당의 양보안은 공식화됐다. 열린우리당이 이 양보안을 그대로 추진하면 사학법 재개정이란 큼지막한 떡을 손에 쥔다. 설령 열린우리당 원내 지도부가 당 안팎의 극심한 반발에 밀려 양보안을 거둔다 해도 잃을 게 없다. 열린우리당의 갈팡질팡 의정, 약속 파기가 사학법 재개정 무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60%에 달하는 사학법 지지 여론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은 한나라당의 이재오 원내대표가 쥐게 됐다. 이른바 '꽃놀이패'를 쥔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김한길 원내대표의 행보는 경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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