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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미얀마 여승들의 가사가 날리고 있다.
ⓒ 정범래

돌풍 불다 강가로 밀려나온 대형 바지선.
ⓒ 정범래
미얀마의 바간(Bagan)은 세계문화유산이며 세계불교 3대 유적지 중 한 곳으로, 사시사철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유적도시입니다.

미얀마 중부 건조지대에 있는 이 곳은 비가 잘 오지 않지만 기자가 찾은 지난 15일에는 갑자기 비를 동반한 돌풍이 몰아쳤습니다. 낮 기온이 섭씨 43도를 오르내리는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에이야와디 강변의 '부파고다'를 찾아온 많은 여행객들도 당혹스러워 했습니다.

돌풍이 약 30분 정도 불었는데 얼마나 거셌던지 에이야와디 강에 파도를 만들었고 근처를 지나가는 대형 바지선이 돌풍에 의해 강가로 밀려나올 정도였습니다.

비바람이 잠잠해진 후 강변으로 내려가봤더니 강변에 유람선 한 척이 물에 잠겨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옆에는 한 미얀마 여인이 "내 배를 꺼내달라"고 소리치며 황망하게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좌절... 배 주인 아주머니가 물에 잠긴 배를 잡고 흐느끼고 있다.
ⓒ 정범래
▲ 물에 잠긴 유람선.
ⓒ 현동순
영차, 영차...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배 주위로 몰려들어 힘을 보태고 있다.
ⓒ 이영규
그런데 누가 그 소식을 전했는지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사람들은 침몰된 배를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배에 달라붙었습니다. 심지어 목까지 차 오르는 물 속까지 들어가서 배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사람들은 배를 기울여서 배 안에 찬 물을 빼내려고 했지만,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물 찬 배 안으로 들어가서 물을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수행하던 스님도... 젖 먹던 힘까지 보태 봅니다.
ⓒ 정범래
애타는 마음 "제발 떠올라라"
ⓒ 정범래
▲ "그 안쪽으로 사람 더 붙어요!"
ⓒ 정범래
그러기를 한 시간. 배가 떠오르려고 합니다.

배 주인인 아주머니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고 동네사람들은 더욱 신이 나서 물을 계속 퍼내었습니다. 근처의 사원에서 급하게 빌려온 양수기까지 동원해서 말이지요.

에이야와디 강 속에 거의 가라앉았던 배는 드디어 동네 사람들의 힘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구름이 걷히고 다시 햇살을 비추는 태양처럼 말이지요.

약 1시간 20분 간에 걸친 미얀마 사람들의 침몰선과의 사투를 지켜보며 힘을 합쳐 서로를 도와주는 미얀마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동의 시간이었지요.

드디어...!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배.
ⓒ 정범래
다시 평화가... 배와 함께 태양도 떠올라 에이야와디 강을 비춥니다.
ⓒ 정범래

덧붙이는 글 | 미얀마는 우리네 60~70년대 시절과 매우 닮았습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따뜻한 이웃 간의 정이 흐르던 그때 그 시절의 한국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더 많은 소식을 보시려면 정범래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미야비즈(www.myabiz.com)'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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