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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실내악단 정가악회,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와 사계, 월드뮤직그룹 바이날로그, 요즘 우리 전통음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젊은 실력파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 선다. 4월 10일 저녁 8시 나루아트센터(서울 광진구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꾸미는 합동공연이다. 용산구 서계동에 있는 여성노숙인 쉼터, 열린여성센터 전세금 마련을 위한 '쉼표를 위한 에튀드' 음악회의 21번째 무대이다.

출연료를 받지 않고, 음악회 수익금은 여성노숙인 쉼터를 위해 쓰는 이 음악회는 그동안 클래식과 재즈, 뮤지컬과 대중가요, 연극, 방송계에서 이름난 여러 문화예술인이 함께 해 왔지만, 국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100~200석의 자리가 채워지는 작은 음악회 성격을 일부러 지켜온 만큼 70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갖는 첫 무대이기도 하다.

2004년 11월부터 음악회를 마련하고 있는 자유방송인 최영미씨(전 KBS 아나운서, 현재 국악FM방송 <우리마음 우리음악> 진행), 한국방송공사 작가로 일하는 신혜원씨와의 인연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된 천재현 대표('정가악회', 거문고)는 "사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자랑이 됐으면 좋겠다. 잘 치러져서 밖에서 볼 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전통음악을 하는 우리 내부에서도, 계속 할 만한 일이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각자 일정들이 바쁜 사람들이지만 섭외는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좋은 일은 누가 하자고만 하면 사람들이 그냥 같이 하지 않느냐고.

"'국악'하면 '전설의 고향'이나 산속 폭포수 아래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걸로 생각되는 데 늘 문제의식이 있어요. 새로운 음악이 필요할 것 같았지요. 가령 환경문제다, 이라크 파병 반대다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걸 제목으로 한, 그러한 메시지를 갖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생각이 바뀐 거지요.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가지고 동참하는 것, 자기 장기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사회와 관계 맺는 일이라고…."

국악은 진흥기금을 비롯해서 정책적으로 보호받는 데 익숙한 것이 현실이라, 스스로 일어서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동시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베푸는 기회와 과정을 통해서,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다른 음악분야에서 그러는 것처럼 사회와 접촉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700석 공연장이 꽉 찰 수 있기를….

여성노숙인 쉼터 마련을 위한 음악회 통장에는 이제까지 5천 8백만 원이 모였다고 한다. '3년 안에 1억 모으기' 목표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꿈이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라고. 최영미씨는 "선뜻 공연장을 내주고 기꺼이 무료로 출연하는 연주자들, 음반과 책을 기증하며 동참하는 사람들, 매회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는 청중들과 함께 공연문화, 기부문화, 봉사문화가 하나가 되는 음악회이다. 모두가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 봉사하는 음악회를 실현하고 있다"라고 음악회의 의미를 새겼다.

그는 "편하자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쉽게 음악을 하고, 무료공연으로 청중 눈치 살피지 않고 공연도 할 수 있을텐데, 젊고 뜻있는 국악인들이 어렵고 힘든 길을 택했다. 스스로 나서서 발 벗고 청중과 만나려는 것이다. 새로운 전통을 창조해내는 작업으로 한국음악의 맥을 잇고 음악으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려는 젊은 국악인들의 이번 공연은 국악의 사회참여라는 의미에서도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추구해온 21세기 한국음악과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이자, 유망한 젊은 국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고마운 일이지만 국악 공연으로는 좌석 채우기가 만만치 않은 우리 음악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700석 규모의 나루 아트센터 무대가 텅 비지 않아서, 온실을 벗어나 실력으로 청중 앞에 서겠다는 그들의 용기가,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의 의지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
ⓒ 아우라
우리 음악의 진실한 소리를 찾기 위하여

경소, 혜인, 설현 3명의 가야금 연주자로 이루어진 <아우라>는 2004년 12월 금호아트홀에서 첫 번째 단독 공연을 가졌다. 2005년 5월 북경현대음악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 한국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기도 했다. 2005년 12월 두 번째 연주회를 했다. 다소 현대적이며 실험적인 음악으로 가야금 음악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면서 그들만의 당찬 연주로 가야금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00년에 활동을 시작한 국악 실내악회. 5번의 정기 연주회, 음반-출판 작업, 연주여행을 해왔다. 스스로 음악뿐 아니라 우리 시대 우리 음악이 사람들 속에서 숨 쉬는 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 국악 실내악회 <정가악회>
ⓒ 악당이반
"창작곡과 더불어 전통음악 중 특별히 가곡을 주로 연주하고 있으며 시와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살아가고, 함께 변화해 가려 한다. 전통음악이 그 맛을 아는 몇몇 사람들만의 음악으로 남지 않기를, 대표적인 몇 가지 장르에 가려져 전통음악의 숨은 보석들이 어둠 속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얄팍한 귀의 쾌락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다 함께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진실된 음악, 돈이 아니라 사람 속에 뿌리 내리고, 권력에서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림으로 열매 맺는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삶과 그 삶의 근거를 마음에 새기고, 자생하는 힘과 나눔의 꿈이 음악에서도 꿈틀대며 이루어지는 것, 삶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고 또 실천해 낼 수 있기를 언제나 바라왔다."

서로 다른 세계의 조화로움과 울림을 위하여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界)는 1999년 12월 창단 연주회 이후로 현재까지 1, 2집 음반 작업과 더불어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공연했고, 방송, 영화음악, 패션쇼, 비엔날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 가야금 앙상블 <사계>
ⓒ 그루비주얼
'四界'(four worlds)란 서로 다른 네 사람의 세계가 함께함으로써 조화로운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야금을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음악적인 감수성을 조화시키려는 이들은 삶을 울리는 감동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나아가 조화에 천척하는 진정한 사계(four worlds)의 소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국악 퓨전, 국악 뉴에지로 알려진 바이날로그는 2003년에 만들어졌다. 우리 전통음악을 깊게 경험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섭렵한 연주자들이 우리 악기 외에도 다양한 동서양 악기의 조화로움과 음악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월드뮤직그룹 <바이날로그>
ⓒ 바이날로그
바이날로그의 음악적 지향점은 한국사람들의 고유한 음악적 감성을 바탕으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더 오랜 생명력을 지닌 음악, 상업 지향적인 음악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음악을 하는 데 있다고. 2장의 음반을 내놓았고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덧붙이는 글 | - 공연안내 -

ㅁ 일  시: 2006년 4월 10일 월요일 오후 8시 
ㅁ 장  소: 나루아트센터 (www.naruarts.co.kr)
ㅁ 입장료: 일반 20.000원, 학생 10.000원 
ㅁ 주  최: 열린여성센터     
ㅁ 주  관: 음악회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 문화예술봉사연대<희망의 메아리> 
ㅁ 기  획: 뮤직 매니아   
ㅁ 후  원: 서초국악포럼, 우리은행
ㅁ 홍  보: 드림쉐어, 더 뮤직
ㅁ 예  매: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ticketlink/theater/index.jsp)
'제21회 쉼표를 위한 에튀드'로 검색

- 프로그램 -

<아우라> 3대의 25현 가야금을 위한 ‘순간’(임준희 곡) 
         25현 가야금을 위한 ‘뻥쟁이 아줌마, 강아지와 주지스님’(김희정 곡) / 흐르는....(원일 곡) 
<정가악회> 태평가 / 넘어(이태원 곡) 
<사계> 4대의 가야금을 위한 <호호굿> (김대성 곡) / 줄 (이태원 곡)
<바이날로그> One / Flying High / Skyline / Runaway / Chicken Run 

- 후원 안내 -

여성노숙인쉼터 <열린여성센터> 

용산구 서계동에서 보증금 오천만원에 55만원 월세로 살고 있습니다.
가정폭력과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타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노숙인들의 쉼터입니다. 

현재 모자가정과 단신노숙여성 3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우울, 망상, 정신분열 등으로 고통받는 노숙여성들에게는 이곳이 마지막 쉼터로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지나간 날을 잊고 내일을 꿈꾸며 정신과 치료와 심리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새 삶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 33-276 TEL(02) 704-5395 FAX (02)704-5314

*후원계좌: 국민은행 002801-04-034842, 우리은행 317-115877-13-002 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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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기 기자만들기 과제 수행을 위해 가입함. 일기체, 수필체로 할 수 있는 잡다한 이야기. 주관심사는 사람과 문화. 근성이나 사명감은 거의 맹물 수준. 훈련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다양성과 열린 진보 사회를 위한 실뿌리로서 역할을 다하며 의미있게 살다죽길 희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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