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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분노로 들끓게 했던 용산 아동 성폭력 피해자 허모양의 장례식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차마 뉴스를 보지 못했습니다. 11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같은 아저씨의 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고도 모자라 무참히 살해당한 아이의 아픈 비명이 들리는 듯해서 더 이상 채널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2월 24일. 이번엔 현역군인이 어린 초등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예방대책이 마련되기 위해 더 이상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성폭력 피해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함께 부모 및 보호자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자 설립된 해바라기 아동센터
ⓒ 해바라기아동센터
사례1. 논둑길에서 성추행당한 7세 여아

지금은 한국을 떠나 자신의 과거를 잊고 사는 3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이 여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 어린나이에 같은 동네 남성이라 추정되는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우입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전하는 말로는 밭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어린 것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랫도리가 흥건하게 피에 젖어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 병원을 찾았고 상처부위를 봉합한 후 바로 그곳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당했던 일이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랄 줄만 알았던 그녀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사춘기 무렵이라고 합니다. 직접적인 동기야 본인만이 알겠지만 기억을 떠올린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녀의 가족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그녀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성폭력을 당하고도 드러내 신고하거나 당당히 치료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성폭력 피해여성을 흠결 있는 신부감으로 보는 우리사회 뿌리 깊은 남성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벋어나지 못하는 한 피해 여성을 따라다니는 평생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례2. 친척 오빠의 아이를 가진 여고생

그녀는 아주 착한 여고생이었습니다. 목소리도 몸가짐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어린 숙녀였던 그녀에게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교실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진 날부터 입니다. 불러오는 배를 누가 볼새라 아기 기저귀로 배를 꽁꽁 동여 메고 학교를 다녔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격심한 통증 끝에 유산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학교는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외면하기에 바빴습니다. 학교 이름에 먹칠을 한다는 이유로 전학을 권유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친척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해 왔고 부모에게 알린다는 오빠의 협박이 무서워 어쩔 수없이 그의 요구에 응해왔다는 그녀. 그녀는 분명 성폭력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죄인처럼 숨어 다녔습니다. 사회는 피해자인 그녀에게 오히려 죄책감을 갖도록 강요한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성폭력피해자에게 “몸을 더렵혔다” “순결을 잃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게 또 다른 성폭력을 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를 위한 ‘깨끗한 몸’이며 누구를 위한 ‘순결’입니까? 상처를 입어 치료받고 위로받아야 할 그녀들에게 던져지는 잔인한 시각은 누구의 것입니까?

사례3. 아버지에게는 엄마도 나도 여동생도 모두 여자일 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입니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는 심한 의처증 증세가 있어 일을 하고 온 아내를 툭하면 때리고 아이들 앞에서도 성추행을 일삼는 인간 말종입니다. 어릴 땐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해서 그러는 줄 알았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후엔 아버지의 폭행이 무서워서 참았답니다. 엄마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칼까지 들고 덤비는 아버지 앞에서는 딸이고 아내고 모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유린을 당할 뿐이었답니다.

그녀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폭력에 길들여진 그녀는 아버지가 죽지 않는 한 폭력의 고리에서 자신이 놓여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경찰도 폭행과 성추행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그녀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가족 내 폭행과 성추행의 경우 남의 집 담장안의 일 이라는 이유로 깊게 관여하는 것은 기피하는 경찰의 관행 때문이지요. 그녀의 아버지 역시 구속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단한 계도와 경고를 받고 바로 귀가하거나 몇 시간 정도 경찰서에 머물다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귀가 후 일어나게 될 또 다른 폭력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학적 거세? 삽입만이 추행이 아니다

성추행 범죄자에게 전자 팔찌를 끼우느니 화학적 거세를 시키느니 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거세라는 말 속에는 성폭력을 보는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성교의 의미를 삽입으로 보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입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추행의 의미는 방대합니다.

▲ 성폭력의 의미-해바라기 아동센터
ⓒ 해배라기 아동센터
아동 성폭력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자료에 나타난 성추행의 의미를 본다면 거세를 한다 해도 여성들이 성추행이라고 느끼는 범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추진되고 집행되어 왔던 성추행 관련법들이 왜 그리 힘을 얻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우리사회 역시 이런 남성들의 주도로 이끌려 나가고 있습니다. 실제 처벌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삽입이 이루어지지 않은(정액이나 혈흔 등 일반적인 증거물이 포착되지 않은) 경우를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남성적 시각의 법집행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삽입만이 성교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법집행을 하는 한 성추행에 대한 올바른 처벌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광범위한 성추행의 의미를 이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의 신체반응이나 심리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남성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문제는 여성 판사가 재판을 맡아야 하고, 여성 검사나 여성 경찰이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전 청소년보호위원장 강지원 변호사의 의견에 적극 찬성합니다. 성폭행을 보는 남성주의적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성폭행피해자의 구제와 가해자의 처벌은 크게 달라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 필요

피해자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 프로그램 역시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충격은 평생을 가며 한 사람의 인격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하며 치료해서 다시 세상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고 훌륭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피해여성을 바라보는 선입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은 자신들이 당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이들 피해자 여성들을 사회로 나오게 하는 것은 그녀들을 다르게 보지 않는 우리들의 따뜻한 시선이며 도움입니다.

가해자 역시 처벌만으로는 그들을 구제할 수 없습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행 범죄자의 재범률은 2004년 이후 19.5%포인트나 늘었다고 합니다. 2004년 성폭행 범죄자수(1만5018명) 가운데 11.9%가, 2005년에는 전체 성폭행 범죄자수(1만3695명) 가운데 16.1%(1188명)가 다시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아동대상 성폭력 가해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것은 이들이 정신적·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집단 상담치료 역시 의무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런 치료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전무한 상태로 가해자들의 교화와 치료에는 큰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법률에 의한 처벌만 가지고는 성폭행을 크게 줄이지는 못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기사를 통해 성범죄와 성폭행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쏟아 놓았지만 정작 바라고 싶은 것은 한 가지입니다. 성폭행이나 성범죄를 피해를 입은 여성의 시각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그녀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들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발생시 도움을 받을수 있는 곳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http://www.korea1391.org/)
- 아동학대 신고를 위한 24시간 핫라인 설치 및 신고 접수. 응급아동학대사례의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 일시 보호시설, 상담치료기관, 기타 복지시설과 서로 연계 하여 사업을 하는 곳
- (02)596-1391

여성가족부(http://www.mogef.go.kr)
- 여성정책을 기획·종합하고, 여성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며, 가정폭력·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남녀차별의 금지·구제 등 여성의 권익향상과 남녀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설치된 중앙행정기관
- 1366, 가정폭력, 성폭력 : 권익증진국 인권복지과 (02)3703-2611~7

신촌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http://www.severance.or.kr
- 첨단진료, 전문화, 의료기관간 유기적 관계구축을 통하여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곳
- (02)361-5114

국립경찰병원 여성폭력 긴급의료지원센터(http://www.nph.go.kr/index.html)
- 성폭력 피해여성들에게 의료지원과 심리상담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 [ 상담전화 ] 주간 : (02)3400-1700 야간 : (02)3400-1300, (02)3400-1600

여성긴급전화 1366(http://www.taiwha.or.kr/)
-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 성폭력 등 위기상황에 처한 여성 상담. 긴급보호, 의료적·법적 정보지원 및 관련기관과의 연계서비스 제공
- 전국. 서울(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 내)
- 국번 없이 1366

한국성폭력 상담소(http://www.sisters.or.kr/)
- 성폭력 피해여성들과의 심리적, 법적, 의료적 상담을 통해 피해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하며, 성폭력의 원인 및 예방 대책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인간중심적인 성문화를 정착시키고, 여성의 인권을 회복시켜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활동을 하는 곳
- (02)338-2980/2

한국성폭력위기센터(http://www.rape119.or.kr)
- 성폭력 상담과 의료, 법률, 심리 등 통합적인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폭력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인권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문화 형성과 정착에 기여하는 곳.
- 상담전화 : 02) 883-9284

한국여성상담센터( http://www.iffeminist.or.kr)
- 가정폭력ㆍ성폭력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가족문제, 성문제 등 여성문제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상담프로그램과 상담관련 교육사업을 함.
가해자에게는 전문적인 상담과정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며 원만한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움
- 가정폭력 상담전화 02-953-2017 성폭력 상담센터 02-953-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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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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