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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군과 경찰 민원을 전담할 창구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 고충처리위
참여정부가 아직 '성역'으로 남아 있는 군과 관련된 새로운 민원처리 방법을 내놨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송철호) 현장 업무보고 자리에서 "군과 관련된 민원 접수를 전담할 '군 옴브즈만' 민원창구 신설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민원을 처리할 창구도 따로 만들 것을 협의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고충위 내부에 군이나 경찰과 관련된 사건을 접수받는 창구가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군과 관련된 공식 민원처리 창구를 군이나 국방부 외부에 두도록 추진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이유는 군 복무중이나 경찰수사 중 생기는 사건·사고와 민원이 반복되지만,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사건'의 경우, 가족들이 육본이나 국방부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군은 자체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노씨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나서야 국방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고, 의무기록지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맹비난을 받았다.

민원처리 전담기구는 '독립성'이 원칙

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군은 자기식구 감싸기 때문에, 또 군 조직 특성상 하급자의 과오가 상급자의 평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방어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건·사고가 생기더라도 상급자가 진급이나 그외 인사상 불이익을 이유로 덮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과거를 지적한 셈이다.

일단 노 대통령은 '군 옴부즈만' 창구 개설을 지시했지만 독립적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중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군 옴부즈만 창구 외에) 고충위나 인권위에 군 관련 인사 또는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업무를 맡은 혁신수석실 송창섭 과장은 "지난해 고 노충국씨 사례 등을 통해 군 의료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고, 훈련병에게 인분을 먹인 사건이 터지는 등 외부와 차단돼 있는 군의 특성 때문에 장병들이 민원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과장은 또 "새로 만드는 민원처리 기구는 독립성이 원칙이고, 책임자도 국방부 출신 등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찰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민원처리 전담창구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경찰 옴부즈만 창구' 신설을 지시하면서 '수사경험이 없는 변호사'를 언급했다. 군이나 경찰 모두 외부 감시가 가능한 독립적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군·경찰 민원처리 전담창구 신설 방침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국방부나 경찰 등 보안을 다루는 기관이 외부 감시나 조사에 얼마나 호의적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고충위가 전담창구를 신설하더라도 군과 경찰이 보안을 이유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다면 별다른 소용이 없다.

국민고충위 군·경 관련 민원 대부분 이첩... 해결 과제로 남아

국민고충위의 업무처리 방식도 문제다. 국민의 정부 아래 출범한 국민고충위는 갖가지 민원이 접수되지만, 대부분 해당 기관으로 이첩할 뿐이다. 다른 정부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거절당하고 찾아온 많은 민원인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군·경 전담 민원창구'가 제대로 힘을 얻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종우 군가협 회장은 군 관련 민원처리 전담창구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주 회장은 "군과 관련된 개혁이나 민원을 처리하려면 국방부가 아니라 객관적인 제3의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외부 기구나 전담창구를 만드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법과 제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며 "그보다 앞서 국방부가 문을 열어줘야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 회장의 지적대로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신설되는 전담창구는 '옥상옥'이 될 뿐이라는 우려도 있다. 군과 경찰은 이미 자체 민원창구나 청문감사관 제도를 운영하는 중이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높은 상태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송 과장은 "국민고충위 관련법(국민고충처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군사보안과 관련된 사항이나 경찰수사가 진행중인 사안 등은 해당 기관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점이 그 동안 고충위가 군이나 경찰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적절한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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