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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최한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에 퍼포먼스용으로 등장한 대형 나무십자가가 네티즌의 냉소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예수님도 바퀴 달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나?"

지난 1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최한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에 퍼포먼스용으로 등장한 대형 나무십자가가 네티즌의 냉소를 받고 있다.

한기총 소속 목사와 신도 300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영락교회에서 기도회를 연 뒤 서울시청앞 광장까지 도보 행진을 벌였다. 한기총은 이 대열의 맨 앞에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대형 나무십자가를 내세웠다. 예수가 고난의 길을 걸었듯, 한국 교회도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장엄해야 할 그 퍼포먼스는 한순간에 '코미디'로 전락해 버렸다. 나무십자가에 달린 조그만 '바퀴'가 네티즌의 눈에 포착되면서부터다.

한기총은 길이 2m가량 되는 나무십자가의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바닥에 닿는 끝부분에 조그만 바퀴를 달았다. 운반자를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로 어깨에 닿는 부분은 흰 붕대로 칭칭 감아놓기까지 했다.

바퀴로 끌고가는 십자가 사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비난과 냉소를 쏟아내고 있다. 목사들이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팔아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안티기독교(praying21)'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오마이뉴스> 독자 댓글을 통해 "십자가를 지고가는 모습이 돈 보따리 지고 가려 애쓰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라고 비난했다. '강산하(oh0033)'라는 네티즌은 "예수님도 바퀴 달린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셨느냐"며 "예수를 욕보이지 마라"고 따끔한 충고를 보냈다.

'원숭이엄마(mixiecrat)'라는 네티즌도 "십자가 밑에 바퀴를 달고 예수 흉내만 내겠다는 것인가"라며 "시위하는 꼬락서니가 가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lrjcka(daun05)'라는 네티즌은 "언제부터 십자가가 개그 소품이 됐느냐"고 꼬집었다.

'지나다(sankil)'라는 네티즌은 "2000년전 예수는 병든 자,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들을 위로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골고다 언덕에서 피와 눈물을 쏟으며 십자가를 졌는데 2006년 지금은 그의 제자라는 목사들이 배부른 놈, 불의한 놈, 비리로 썩어 문드러진 사학을 위해 바퀴 달린 십자가를 지고 바퀴벌레처럼 기어간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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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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