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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한기총 주최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가 열렸다. 한 참석자가 '사학수호'라고 쓰인 피켓을 옆에 두고 성경책을 편 채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valign=top한기총 사학수호 기도회, "순교자의 심정으로..." / 권우성 기자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주님이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지난 19일 오후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란 찬송가가 울려퍼질 무렵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기도회 참가 인사 10여 명이 나타나더니, 사학법에 찬성하는 교사와 학부모 30여 명이 부르던 찬송가를 완력으로 중단시켰다.

이들은 이내 현수막을 빼앗았다. '색깔공세 왜곡선전 예수님께 회개하라'는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들도 반 토막을 냈다. 일부는 "빨갱이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자" 등의 구호도 10여 분간 더 외쳤다.

한기총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연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한기총 등 기독교 일부 보수교단들이 개정 사학법에 대해 성전을 선포했다. 이날 구국기도회에서는 "순교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말이 여러번 나오기도 했다.

순교를 각오하겠다고?

▲ 19일 오후 열린 한기총 주최 '기독교 사학수호를 위한 한국교회 비상구국기도회' 현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이 같은 일부 기독교 교단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교육계 안팎의 눈길은 곱지 않다. 겉으로는 사학법 반대 이유로 '자유민주주의와 종교교육의 말살'을 내세우고 있지만, '할리우드 액션'이란 따가운 목소리도 들린다.

평화의 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교회 일부에서 사학법 개정 반대 이유로 종교의 자유와 사유재산권 침해를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이는 천박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것일 뿐 아니라, 아무런 죄도 없이 죄인을 위해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회장은 "종교계 사학, 특히 개신교 계통의 사학이라고 해서 부정과 비리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학생 성적조작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사립학교는 모두 4개였다. 이 가운데 종교사학은 자그마치 3개나 됐다. 서울 S대, B고, M고가 바로 그랬다.

서울 명문 사립대인 S대에서는 입학처장이 교수들과 짜고 자기 아들에게 시험문제를 빼줬다가 들통이 났다. 결국 총장부터 보직교수까지 줄줄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사태는 정리됐다. 서울 M고는 검찰 조사결과 학교장이 '성적 조작과 사직 여부'를 두고 교사에게 엄포까지 놓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교장은 허위 경력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가 결국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서울 B고 또한 학교 쪽과 가까운 현직검사가 교사와 짜고 아들의 성적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입길에 오르내린 바 있다.

20일 드러난 서울예고의 무더기 편입학 비리도 사학법 정국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 또한 기독교재단을 둔 사립학교다.

이처럼 가장 반교육적이라는 학생성적조작에서부터 종교계 학교가 몸을 담고 있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참여연대, 전교조 등 43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최근 '종교 사학은 정녕 안녕한가'란 제목의 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2000년 이후 종교계 사학이 비리로 교육계를 뒤흔든 사례 9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목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유령교수와 100억대 재정 비리가 드러난 인천 K여대 사건(2001년)
▲ 150억원 불법 차입 등으로 총장과 부총장이 구속된 H대학 사건(2001년)
▲ 무허가 석사과정 운영으로 31억원을 챙긴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난 S교회 목사 조모 이사장과 그의 부인 김모 총장의 경기 H대 분규 사건(2004년)
▲ 교비유용 등 비리혐의로 분쟁을 겪고 대전 M대학 사건(2005년)
▲ 횡령으로 이사장이 구속되고 내부 고발자가 살인을 당한 서울 Y재단 사건(2000년)
▲ 비민주적 인사로 사상 초유의 폐교사태를 맞은 충남의 J여중고 사건(2001년)
▲ 학내분규로 2005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서울 I자동차고 사건(2005년)
▲ 횡령의혹과 비민주적 학교운영으로 학생 수업거부를 겪은 경기 의정부 Y고 사건(2004년)
▲ '쌍둥이' 회계 장부와 '무자격' 교장으로 세상에 알려진 경기 평택 H고 사건(2005년)


이 같은 일부 종교계 사학의 비리와 비위에 대해 김행수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세균과 햇볕의 관계'를 빗대어 설명했다.

"세균의 99%는 햇볕에 말리기만 해도 사라진다. 종교계는 종교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이런 과학적 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개방형이사가 들어가 예결산이 공개되기만 해도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줄어들 것이다."

친인척 교장 비율 가장 높은 종교사학은 바로 기독교계

▲ 19일 비상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영락교회에서 나와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시청앞 광장까지 행진하는 길에 등장한 대형 십자가.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이 대형 십자가의 밑부분에는 작은 바퀴가 달려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실 한기총 등 일부 개신교 교단이 사학법 반대 투쟁에 '올인'하는 통에 그동안 감춰뒀던 몇가지 사실도 새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왜 일부 보수종단들이 사학법에 반대하는지 그 일단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족한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사학본부)에 참여한 교계 인사 상당수가 사학재단에서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신문 <뉴스엔조이> 분석 내용에 따르면 사학본부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한기총 명예회장과 공동회장 22명 가운데 90% 이상이 전현직 사학 이사장이나 총장 또는 재단 이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독교사학수호긴급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52명의 인사들 중에서도 43명(80%)이 사학의 이사장과 총장을 거쳤다고 한다.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임원들 자체가 '국민'운동본부란 이름과 달리 사학재단 인사였던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친인척 임원과 교장 비율이 종교사학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 다름 아닌 기독교 사학이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한겨레>가 지난 1월 13일 보도한 결과다.

이 신문 보도를 보면 전국 개신교계 사학법인이 소유하는 214개 중 이사장의 배우자나 자녀 등 친인척이 교장인 곳은 25곳(11.68%)이나 됐다.

이는 천주교가 42개 학교 가운데 1명, 불교가 17개 학교 가운데 1명, 원불교도 15개 학교 가운데 1명인 점에 비춰보면 엄청나게 큰 수치다. 1391개에 이르는 전체 사학법인에서 차지하는 친인척 교장의 비율 12.79%에 견줘 봐도 기독교 사학은 이 비율에서 크게 빠지지 않는다.

19일 구국기도회를 주관한 김아무개 목사는 "개정 사학법은 한국교회 선교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이라고 말한 뒤 "공산 혁명의 일환"이라고 색깔론을 펼쳤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하는 속에서 이성적인 대화는 사라진 느낌이다.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란 찬송가 2절은 다음과 같다.

"…진리 위해 억압 받고 명예 이익 잃어도, 비겁한 자 물러서나 용감한 자 굳세게…."

이 구국기도회에 신도들을 이끌고온 목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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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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