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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15일 생일을 맞는다. 양력 1953년 12월 15일생이니 황 교수는 이날 만 52세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과학계의 수퍼스타'로 추앙되던 그는 '매매난자' 논란과 '가짜 줄기세포' 의혹에 연달아 휘말리며 암울한 분위기에서 생일을 맞게 됐다. 위기를 맞은 황 교수의 최근 행적을 돌아봤다. <편집자주>
▲ 지난 13일 오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 연구실에 출근한 황우석 교수가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과정을 살펴본 후 방으로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한상균

지난 10월 20일(미국 현지시각) MBC < PD수첩 > 제작진을 만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원들이 인터뷰 내용을 황우석 교수에게 전화로 알려주면서 황 교수는 자신이 시련에 처했음을 직감한 듯하다.

지난 10월 22일 독일 마인츠시에서 열린 'IT/BT 아이디어 포럼'에 참석한 황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영국의 작가 A.J 크로닌의 소설 '성채'를 두 번 읽은 사실을 언급한 그는 "시골서 자란 청년 의사가 사회적 성장과 함께 과욕에 의해 좌절을 겪는 과정이 (소설에) 나온다"며 "(과학자는) 어떤 측면에선 성직자와 유사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자로서 능력의 한계를 최근엔 절감한다. 50대 중반이고, 심오한 학문적 바탕이 필요한 봉사자로서 더이상 할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절한 시점에 훌륭한 리더가 될 분이 안팎에서 자청해서 나서주면 그분께 이제는 바통을 넘겨야 될 때가 가깝지 않았나 싶다."

1주일 뒤 10월 29일 강화도 전등사에서 열린 '2005 삼랑성 문화축제'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 외쳐보고도 싶고, 외길을 걷는 것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시련에 부딪힐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세상에 이름이 두 배 알려지면 네 배를 낮춰야 하고, 지위가 두 배 높아지면 여섯 배 겸손해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10월 말, 폭풍전야 "창 밖으로 칠흑같은 밤을 보고 있다"

▲ 12일 낮 서울대학교 수의대 황우석 교수 연구실앞에 지지자들의 화분이 놓여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시 이틀 뒤인 10월 31일,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 PD수첩 >팀과 장시간 인터뷰를 마친 황 교수는 연구실에 혼자 앉아 "창 밖으로 칠흑같은 밤을 보고 있다, 과학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이날 < PD수첩 >팀은 황 교수측에게 난자문제와 연구원의 '중대증언' 내용을 묻고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의혹에 대해 함께 검증하기로 합의했다.

또 11월 5일 황 교수는 안규리·이병천·강성근 교수 등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내가 과학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연구팀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 PD수첩 >팀이 검증을 위해 줄기세포를 인수하러 서울대 수의대로 찾아갔을 때 이병천·강성근 교수는 몇 번의 줄기세포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 PD수첩 >팀은 줄기세포 인수에 실패했다.

이에 한학수 PD는 "애초 약속대로 줄기세포 인수가 힘들어지면 미국 뉴욕의 슬로언-캐터링 암센터에 분양된 줄기세포 DNA 분석을 의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황 교수에게 보냈다. 당시 프랑스생물학자연합회가 주최한 '세계 생명의 날' 행사 강연자로 초청돼 파리에 머물던 황 교수는 "검증에 응하겠다"는 답신을 보냈다고 한다.

11월 7일에서 12일 사이 황 교수와 < PD수첩 >팀은 "검증 결과가 논문과 동일하면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논문과 다르게 나오면 1주일 이내에 2차 검증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강성근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5개(2, 3, 4, 10, 11번)와 동일한 환자의 모근세포를 받았다.

11월 13일 0시56분 <연합뉴스> 워싱턴특파원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해 '미 새튼 박사, 황우석 박사와 결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11월 14일 오후 CNN 주최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황 교수는 밀려드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점에 (섀튼과의 결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밝히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11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간 그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 (섀튼과의 결별이유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의혹이 남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한 후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11월 17일 팬카페에 남긴 글 "우리는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했잖습니까?"

▲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24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논란이 증폭된 난자제공 의혹과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비롯한 정부와 사회 각 단체의 모든 겸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1월 17일 황 교수는 < PD수첩 >과 공동검증의 참관인 자격으로 자신이 추천한 김형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사무실에서 < PD수첩 > 팀을 만났다. 2번 줄기세포 DNA가 체세포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1차 검증결과에 불신을 드러낸 황 교수가 재검증을 요구했고, 양측은 1주일 내에 검증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11월 18일 새벽 황 교수는 자신의 팬카페 '아이러브 황우석'에 비장한 의지를 담은 글을 남겼다.

"앞에 늪이 있군요. 가시덤불도 가로놓여 있습니다. 날카로운 철조망도 쳐져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지뢰밭을 무사히 통과했잖습니까? 독을 지닌 해충과 위험동물이 우글거리는 난관도 벗어났지요. 여러분과 함께 가는 저 길은 희망과 환희의 노정입니다. 결승점에 손에 손잡고 함께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11월 21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보상금이 지급된 난자를 황 교수팀에 제공했다고 시인했고, 11월 22일 < PD수첩 >을 통해 황 교수팀 연구에 사용된 난자 의혹이 방송됐다.

11월 24일 황 교수는 매매 난자와 연구원 난자를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같은 날 '아이러브 황우석'은 최문순 MBC 사장의 사과와 < PD수첩 > 팀의 문책을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MBC를 압박했다.

11월 27일 연구팀을 만난 황 교수는 "서울대 교수직을 사표내고 연구실도 폐쇄하겠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목장에서 소나 키우겠다"며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다음날 황 교수의 대리인 자격으로 < PD수첩 > 제작진을 만난 측근 윤태일(리더스미디어 대표)씨는 재검증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12월 1일 MBC <뉴스데스크>가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황 교수는 이날 지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 PD수첩 >이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하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줄기세포를 내줬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12월 6일 "사필귀정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 MBC는 취재진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4일 '9시뉴스'를 통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 MBC화면촬영
12월 3일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원들을 만나러 간 안규리 교수가 이틀 만에 귀국했다. 윤태일씨는 이날 팬카페에 올린 글에서 "< PD수첩 >은 K(김선종-편집자 주) 연구원을 취재하면서 협박과 감언이설로 허위진술을 유도하는 등 불법취재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안다"며 "내일과 모레가 분기점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황우석을 죽이는 MBC에 결정적인 분노의 철퇴를 내리자"는 글을 남겼다.

12월 4일 오후 YTN은 파견 연구원들의 인터뷰를 단독 보도한 뒤 매시간 주요뉴스로 내보냈다. 황 교수는 경기도 양지IC 근처 청소년수련원에서 안규리·강성근·이병천 등 측근들과 함께 MBC <뉴스데스크>의 사과방송을 시청했다. 황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이제 사사로운 논란에 대응하지 말고 연구에 복귀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다음날인 12월 5일 오전 9시 30분 황 교수는 <조선일보>와 단독으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조선> 기자가 "국민들이 하루빨리 황 교수님이 연구실로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말을 건네자 황 교수는 콜록콜록 기침과 함께 "몸이 이 상태라서, 몸살에 걸려서…"라고 괴로워했다.

"모든 것을 아주 접고 싶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심신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중략)… 왜 과학에 (비과학적인) 다른 요소들이 관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학에는 과학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중략)… 너무나 악의적인 제보에 의해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12월 6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심한 황 교수는 '줄기세포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사필귀정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최소한 30명의 외국 전문가들이 줄기세포를 눈으로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2월 10일 "죽더라도 실험실에서 죽겠다"

▲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과 관련해서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12일 오전 대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내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12월 8일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미국 피츠버그대가 사진조작 의혹을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소장파 교수 30여명도 정운찬 총장에게 논문 진실성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건의했다. 황 교수는 "논란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들 하는 것 같다"고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12월 10일 <사이언스>가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황 교수와 섀튼 박사에게 연구 결과를 재검토해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 PD수첩 >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다.

황 교수는 이날 "내가 죽더라도 실험실에서 죽겠다, 연구원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연구실 복귀의지를 보였다. 그는 다음날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대가 이번 사건을 자체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12월 12일 황 교수는 병원을 나와 연구실에 출근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 연구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을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황 교수는 이후 서울대 수의대로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13일 병원을 나오다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던 MBC 카메라기자의 얼굴을 밀치다가 자신의 손가락을 다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12월 14일 오후 김희철 관악구청장은 황 교수 연구실을 격려차 방문했다가 그로부터 "(나를)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세력이 있어 많은 피해를 보고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날 오후 6시30분경 연구실을 나서며 기자들이 질문하자 "음해세력 운운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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