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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고 전용철씨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지난 15일 여의도 농민대회때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맞거나 군화발에 밟혀 부상을 당한 농민들이 직접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경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정호씨의 경우 왼쪽 눈을 실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방패로 머리 뒤쪽을 수십번 찍었다. '이게 과연 언제 끝날까'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한이 맺힌 사람처럼,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온 사람처럼 머리를 계속 때렸다."

29일 오후 3시 '농업의 근본적회생과 고 전용철농민 살인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고 전용철 범대위)가 연 '11·15 전국농민대회 경찰폭력 현장 부상자 증언 기자회견'에서 나온 윤선미(28·서울 전여농 총무국장)씨의 증언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 전용철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지난 28일 경찰은 자체 채증한 고 전용철씨 사진을 공개하면서 "채증사진 분석결과 전씨는 시위대 뒤쪽에 있어 경찰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쓰러진 모습이 담긴 사진은 오후 6시 17분경 찍혔고, 얼굴과 옷 상태가 깨끗한 상태여서 폭행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부상자 4명은 "지난 15일 경찰이 시위대 앞뒤를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며 각자 겪은 폭력을 진술하면서 경찰 주장을 반박했다.

"도망가다가 엎드려있는데 경찰이 머리를 방패로 찍었다"

전국 여성농민회 소속인 윤선미씨는 지난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경찰에게 폭행당해 머리 뒤쪽이 3군데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윤씨는 다친 직후 입원했다 지난 23일 퇴원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15일 대회가 끝나갈 때쯤 여의도 문화공원에 있는 무대 쪽에서 다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윤씨는 "당시만 해도 국회쪽 방향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이었고 무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갑자기 전경들이 밀어닥쳤고 여성 농민들이 놀라 우르르 도로 쪽으로 몰렸다"고 증언했다.

도망가려다가 무대 계단에 걸려 넘어진 윤씨는 넘어진 상태에서 뛰어가는 경찰들에게 밟혔다. 윤씨는 경찰들이 다 지나가면 일어서서 도망가려 했으나, 갑자기 경찰이 엎드려 있는 윤씨의 머리 뒤쪽을 방패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윤씨는 수십 차례를 폭행당한 뒤 결국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실신했다.

이날 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오른팔이 골절되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이근낭(45·경기도 평택)씨가 묘사하는 상황도 아수라장같았던 진압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마치 토끼몰이를 하듯 시위대를 밀어붙였다.

이씨는 "평소 신장투석을 하고있어 경찰과 싸우거나 대치할 생각이 없었고 여의도 문화공원 안에 있었는데, 국회 쪽에 있던 경찰들이 거기까지 와서 폭행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니까 힘이 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은 당연히 넘어지게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이씨는 또 "경찰들은 넘어진 사람들을 그냥 방패로 찍었다"며 "오른팔로 머리를 감싸다 팔이 부러졌고 곤봉에 온몸을 맞았는데 병원에서 의사가 '조금만 늦었어도 과다출혈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날 상의를 벗어 자신의 옆구리와 등, 팔 등에 든 피멍을 보여주기도 했다.

▲ 평택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근낭씨가 경찰방패에 맞아 다친 머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근낭씨는 머리 부상외에 팔 골절과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5년 농민운동에 이런 경우 처음... 우리가 짐승인가"

또 갈비뼈 2대 골절·폐출혈·왼쪽 팔 골절·전신타박상으로 서울 대윤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덕윤(55·경남 고성)씨는 미리 녹화한 화면을 통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김씨는 "25년을 농민운동하고 다녔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리가 짐승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당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왼쪽 눈을 실명한 김정호(43·경북 경산)씨는 "넘어져 정신을 잃은 다음 어떻게 다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전용철 범대위' 측은 이날 지난 15일 농민대회 당시 경찰이 농민의 목을 방패로 찍는 장면, 농민을 곤봉으로 구타하는 장면, 누워있는 농민을 방패로 찍는 장면 등 경찰이 농민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다.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경찰은 '경찰 폭력에 의해 고 전용철씨가 사망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함께 행자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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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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