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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신도들의 기립표결로 조용기 당회장의 시무연장안을 통과시켰다. 극소수만이 반대를 표시한 가운데 시무연장에 찬성하는 교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박수를 쳤다. ⓒ2005 뉴스앤조이 이승규

15만5617명중 반대는 129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13일 임시공동의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조용기 목사의 임기를 201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앞서 조 목사를 찬양하는 영상물이 상영되고, '기립'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지는 등 표결의 공정성이 문제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수도권 20개 교회에서 20살 이상의 침례교인(세례 받은 신도) 15만56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 목사의 당회장 시무연장 결의안 표결을 실시했다. 그 결과 반대 129명 기권 172표가 나왔을 뿐, 99.8%의 압도적 다수가 시무연장안에 찬성했다.

조 목사가 지난해 3월 4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에) 분명히 은퇴한다, 순복음교회를 이끌 후계자 목사를 고르고 있다"고 밝힌 이래 이 교회와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내부에서는 "조 목사가 은퇴선언을 번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16일 당회원 863명이 참석한 임시 당회가 시무연장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키고, 최근 교회 소식지 <순복음가족신문>이 조 목사의 은퇴 반대에 서명한 국내외 교인이 56만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하는 등 신도들 사이에 시무연장안 가결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것은 사실이다.

조 목사는 이후에도 수차례 당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임시공동의회로 '은퇴 반대' 여론이 절정에 달한 상황이어서 조 목사가 심경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단헌법(35조 1항)에 따르면, 담임목사의 정년은 70세이지만 신도들이 원할 경우 75세로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순복음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조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날 표결방식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향후 잡음이 예상된다.

시간부족 이유로 기립표결로 처리

신도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시무연장안에 찬성한 데에는 비밀투표를 보장하지 않은 표결방식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당초 표결방식을 놓고 '거수'·'기립'·'투표'라는 세가지 방안이 제시됐지만,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의 신도들이 기립을 동의하고 제청한 후 기립 여부로 가부를 물었다는 것.

본성전에서 각부 예배 후 열린 공동의회 결과, 1부 후 열린 공동의회에서는 1만2597명, 2부 후에는 2만9001명, 3부 후 2만9414명이 전원 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6388명이 참석한 5부 청년예배에서도 반대는 3~4명에 그쳤다.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는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임시공동의회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기자가 참석한 임시공동의회는 5부 예배가 끝난 뒤 바로 열렸다. 5부 예배는 청년예배로 드려지며, 모두 6388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송조영 장로(서기)는 "예배가 끝난 뒤 만 20세 이상 되는 세례 교인들은 모두 남아 달라. 오늘 조용기 목사님의 시무연장에 대한 임시공동의회가 있다"고 말했다. 송 장로는 '교인들은 이미 담임목사의 시무연장을 절대적으로 원하나, 교단법에 따라 투표라는 절차를 거치게 됐다'고 임시공동의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송 장로는 투표 방법은 거수·기립·투표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하나를 골라서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준형 장로(종로중구대교구)가 나와 "(5부 예배가 끝난) 뒤에 바로 6부 예배가 있어 시간도 없고 하니, 기립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강남 7교구의 김인호씨가 제청했다. 이날 열린 임시공동의회 모두 '기립'으로 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방법이 통과되자 송 장로는 '조용기 목사의 시무연장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라'고 말했고, 대다수 교인들은 박수를 치며 일어났다. 이어 송 장로는 '시무연장에 반대하는 교인은 일어나라'고 말했고, 3∼4명의 청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 장로는 찬성표와 반대표를 정확하게 계수하지 않은 채 조용기 목사의 시무연장을 가결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 약간 넘었다.


표결 전 조 목사 찬양 영상물 방영

▲ 5부 예배에 참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신도들이 조용기 목사의 47년 목회 인생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 영상물 방영이 끝난 뒤 바로 임시공동의회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임시공동의회에 앞서 조 목사의 인생 역정을 정리한 영상물을 방영한 것도 잡음의 소지가 있다. 영상물은 2001년 6월 아들 조희준 당시 <국민일보> 회장이 탈세 혐의로 구속당하자 교인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조 목사와 그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는 교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목사님은 아니라고 말하시겠지만 우리는 목사님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목사님의 손을 꼭 잡고 주님과 함께 복음의 항해를 계속하겠다"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시간이 촉박해 기립표결을 했지만, 시무연장안 가결은 신도들의 정서상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다는 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설명이다.

김규원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장은 "어제(13일) 표결에 참석한 15만 신도보다 훨씬 많은 56만명이 은퇴 철회에 서명했다"며 "후속 예배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기립 표결을 했지만, 표결방식과 상관없이 신도들의 뜻은 확인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교회 신도들이 물러나라는 것을 목사가 거절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신도들이 물러나려는 목사를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능히 예상했던 결과" 검찰 고발 태세

조 목사의 은퇴와 순복음교회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조 목사의 은퇴가 번복될 경우 강도 높은 반대투쟁을 천명하고 있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언덕교회 담임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무연장안 가결은) 능히 예상했던 결과"라며 "조 목사가 지난 4월 공개적으로 회개한 바 있는데, 회개의 진실성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조 목사가 시무연장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조 목사를 순복음교회의 재정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인데, 미국 시카고에 출장중인 조 목사가 18일 귀국을 전후해 어떤 얘기를 꺼낼 지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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