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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국회도서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일본 로카쇼무라의 위협'이라는 주제로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효도 케이지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서 내년 초부터 가동이 예정되어 있는 핵 재처리 공장의 환경 위협 및 한반도에 대한 핵 위협에 관해 논의하는 한일 국제회의가 17일 열렸다.

이번 회의는 국회 동북아시아 연구회외 녹색 연합·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평화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 공장이 가동되면 대량의 방사능이 방출될 것이라는 지적이 여러번 나왔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그린피스'의 핵문제 담당인 노가와 아츠코씨는 이 단체가 조사한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 공장은 보통 핵 발전소가 1년에 방출하는 양의 방사능을 단 하루에 방출한다. 사용후 핵 연료에 들어있는 크립톤85가 감소되도록 처리되지 않은 채 모두 대기중에 방출된다. 크립톤85는 피부 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이다.

크립톤85를 감소시키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즉, 방사선을 대기중에 그대로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로카쇼 재처리 공장으로부터 배출되는 방사선 가스는 거의 1년에 북반구 대기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한다.

현재 민수용 재처리 공장을 가지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의 4개국이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이 가동되면 세계에서도 최대급 방사능 방출 시설이 동아시아에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재처리 공장은 일본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환경에 주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 또 재처리 공장이 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해 끊임없이 인화 및 폭발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올해 5월에 최신예를 자랑하는 영국의 소프(Thorp) 재처리 공장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해 현재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같은 시설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정부는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려고 하는 것인가.

플루토늄 이용이라는 오래된 발상을 고집하는 일본 정부

핵 재처리 공장이란 원자로에서 남은 사용후 연료를 녹이고 이것으로 플루토늄과 타다 남은 우라늄을 분리해 추출하는 곳있다. 일반적인 원자로가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하고 있는데 비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연료로 하는 것이 고속 증식로라고 하는 특수한 원자로다.

고속 증식로 발상은 1960년대에 나왔다. 당시는 우라늄의 매장량이 모자란다고 생각되어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연료로 하는 것으로 우라늄의 고갈을 피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 각국은 플루토늄의 핵발전 이용에 나섰다.

그러나 애초 예상보다 우라늄 매장량이 많은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원래 예상했던 우라늄 가격의 상승은 없었고 플루토늄 이용은 우라늄에 비해 극히 경제 효율이 나쁜 것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방사선이 강한 플루토늄을 취급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고 비영도 많이 들기 때문에 각국은 플루토늄 이용, 즉 재처리 공장 건설·가동을 중지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1995년 12월 가동된지 얼마 안된 고속 증식로 '몬주'가 나트륨 누출 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정지됐다. 현재, 세계에 가동중인 고속 증식로는 하나도 없다. 플루토늄 이용이라는 발상은 너무나 위험하고 비영이 드는, 이미 옛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본 정부가 플루토늄 이용을 고집하는 것인가?

일본 핵발전 정책과 그 문제점에 대해 오래 동안 취재를 해온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 타쿠보 마사후미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몬주'사고 2년 후인 1997년에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혼합한 혼합 산화물(MOX) 연료를 보통 원자로로 이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로카쇼무라 시설에서 제조되는 이 MOX 연료를 일본 각지에 있는 보통 원자로로 사용함으로써 축적한 플루토늄을 소비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도 일반적인 우라늄 연료에 비해 훨씬 더 경제적 비용이 든다고 세계의 핵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또 이 MOX 연료 도입 계획은 플루토늄을 일본내에서 항상적으로 수송하는 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에 의하면, 플루토늄 8 kg면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위력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다.

재처리 공장에서는 플루토늄을 2007년 5월까지 4톤, 2011년부터는 연간 8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MOX 연료는 우라늄과 혼합된 것이라고 해도 이로부터 플루토늄을 다시 추출하는 것은 쉽다.

따라서 MOX 연료는 수송 도중에 테러 조직의 표적이 되거나 핵무기 제조용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타쿠보씨는 "일본 안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핵확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본

현재 일본이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국제사회로부터의 반발은 불가피하고, 핵비확산 체제에 깊은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카와사키 아키라씨(피스보트 공동대표)는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올해 5월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검토 회의에서 핵 재처리공장 건설를 5년동안 동결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주장했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NPT 회의에서 핵 재처리 시설 건설을 각국이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일본이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국제적 핵 비확산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북한은 1992년에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으로 핵 재처리 공장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두 개의 시설은 군사용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이고 이 두개가 있으면 핵무기 완성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이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것은 비록 핵무기 제조의 의도가 없다고 해도 주변국가들에 긴장을 일으킨다. "일본이 만들었다면 우리 나라도"라는 식으로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핵 규제를 푸는 움직임이 생길 수도 있다.

비핵국가면서도 "마음 내키면 2,3개월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받을 정도로 설비와 기술을 갖춘 일본은 현재 비핵국가들 중에서도 극히 특출한 존재다.

내년 초에 예정되는 가동 계획을 철회하도록 이번 회의에 참가한 단체들을 비롯한 일본 시민 단체들이 요구해 왔지만, 일본 정부 및 여론이 아직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간과할 수 었는 것이다.

무모하고 안전면에서도 리스크가 큰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 공장 가동 계획이 세계 비핵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동아시아지역의 안전보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 단체측에서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본에 반대 의사를 전하고 IAEA에도 가동을 중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카와사키씨는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핵무기용이 되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핵 발전용이 되는 저농축우라늄 연료 및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있어서 지역 다국간적 협의·협력을 실시해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1992년에 농축·재처리 포기를 선언한 한국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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