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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이면 마곡사의 풍경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계룡산의 갑사가 일품이라는 이야기다.

오래 전 느낀 가을의 갑사는 개방적이며 노란색의 단풍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 마곡사의 가을은 고즈넉하며 색감은 오히려 화려하다는 느낌이었다. 방문하는 계절의 시간 탓이었겠지만 어쨌든 마곡사의 단풍이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가을이면 다시금 찾게 된다.

이른 아침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공주에 자리한 마곡사로 길을 떠났다. 가을의 마곡사, '추마곡'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조금은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도 이리 아름다우니 꽃피는 봄이면 더욱 멋질 것이다. 절을 이리저리 휘감아 도는 개울가로 물소리와 함께 새순이 돋으며 벚꽃, 산수유, 자목련 등이 꽃을 피우는 봄이 가장 아름답다 하여 春麻谷(춘마곡)이라고 하는 듯했다.

ⓒ 우관동
첫 번째 다리를 건너 들어서면 빨강, 노랑, 주황색 등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나무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담장 안에는 영산전과 홍성루, 매회당, 수선사 등 요사체가 있으며 지금은 일부 건물의 지붕을 수리하고 있다. 일반인은 출입 금지 구역이다.

영산전(靈山殿). 석가모니불과 그의 일대기를 표출 시킨 팔상탱화(八相撑畵)를 모신 전각이다. '영산'이란 석가모니의 설법회상인 영산회상의 준말이다.

▲ 정안 IC에서 나와서 마곡사 가는 길의 아침 풍경
ⓒ 우관동
차창 옆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보니 정지용 시인의 <향수>가 그대로 판에 박히듯 느낌이 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하략)


한참이나 멍하니 동이 트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 매표소를 들어서서 마곡사 입구 삼거리
ⓒ 우관동
아침 5시에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차령터널을 지나 정안 IC에서 나와서 16km 떨어진 마곡사로 향했다. 마곡사 6시 50분에 도착.

주차장을 지나 마곡사로 들어서는 상가 주변길은 온통 단풍 꽃대궐. 오래 전 상가에서 마곡사로 오르는 길은 울퉁불퉁 비포장이었는데 지금은 포장도로. 상가 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마곡사에 도착한다. 길옆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다.

▲ 해탈문
ⓒ 우관동
이 문을 지나면 속세의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해탈문은 마곡사의 정문으로 이 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해탈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중앙 통로 양쪽편에 금강역사상과 문수동자상이 있다. 이 해탈문을 지나면 바로 뒤에 이와 비슷하게 생긴 천왕문이 나온다.

마곡사(麻谷寺)는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에 있으며 대한 불교 조계종 25개 본사 중 제6교구 본사이다. 신라 선덕여왕 9년에 당나라에서 수학하고 돌아온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로 예부터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마곡사 일대는 주변 산과 물의 형태가 태극형이라 하여 '산태극 물태극(山太極 水太極)'으로 불리는데, 태극형으로 휘감아 흐르는 마곡천 계곡이 마곡사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

예부터 마곡사 터는 길지로 명성이 드높았다. 풍수지리로 유명한 도선대사는 기근이나 전쟁 등 삼재가 없는 길지라 칭찬했다. <격암유록>으로 유명한 남사고는 기근이나 전쟁의 염려가 없는 우리 나라 십승지 가운데 한 곳으로 마곡사 일대를 뽑았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사찰의 건축물들이 오랜 시간 속에 풍상을 견디어 온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고풍스러운 산사의 기품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다.

태화산에 자리잡은 마곡사는 지리적으로 교통이 불편하고 태화산의 등산 인구도 많지않아 계룡산의 동학사나 갑사보다는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갑사와 동학사, 신원사 등 귀에 익은 수많은 유명 사찰을 말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제는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되며 교통은 이전보다 쉬워진 편이다.

▲ 천왕문
ⓒ 우관동
절 입구에서 두번째 문인 천왕문은 조선 후기에 세웠으며, 건물에 남아 있는 기록으로 보아 1910년에 고쳐 지었다고 한다. 옆면에서 보면 사람 인(人) 자 모양을 한 맞배 지붕을 하고 있다. 안쪽에는 동, 서, 남,북 4지역을 지키는 사천왕상이 있다.

▲ 극락교
ⓒ 우관동
마곡사는 극락교 아래를 흐르는 계곡을 중심으로 남원과 북원으로 나뉜다.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영산전을 중심으로 남원이라 하며 이쪽은 주로 수행의 공간이며 극락교 건너 북원은 대중 교화의 공간이다.

극락교 아래는 비단 붕어와 대단히 큰 잉어가 한가로이 헤엄을 치고 있다. 정성들인 탑보다는 전기 돌톱으로 깎고 다듬은 매끈한 석탑과 석등 등으로 전통 사찰의 멋은 온데 간데없고 가람 배치 역시 안중에도 없는 사찰에 들면 찾아온 것마저도 후회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절집 마곡사. 적당한 공간과 간격, 천년 고찰이니 고색창연까지 곁들여진 아름다운 곳이란 느낌은 이 극락교를 건너며 누구라도 확실히 느낄 수가 있다.

▲ 5층 석탑,대광보전과 대웅보전
ⓒ 우관동
마곡사의 가람 배치와 건물들은 건축학적인 사료 가치가 매우 커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5층 석탑(보물 799호) 등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보물 799호 5층 석탑은 전 세계적으로 단 3개 만이 남아 있는 라마교 양식의 불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문화재로 평가 받고 있다.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누구에게나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마곡사의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

대웅보전의 기둥이 싸리나무로 되어 있다니, 그리고 싸리나무가 그렇게 클수가 있는것일까?

▲ 나무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고색이 창연한 대광보전의 문살.
ⓒ 우관동


▲ 신검당과 강당, 당우의 지붕.
ⓒ 우관동

▲ 신검당 안쪽의 당우.
ⓒ 우관동

덧붙이는 글 | ○ 마곡사 가는 길: 서울 - 천안 - 천안에서 논산방면 민자 고속도로 - 정안톨게이트 - 604번 국도이용(이정표 잘 되어있음,2차선)
○ 태화산 등산코스: 영은암 - 나발봉 - 백련암 - 마곡사(2시간) 
※ 마곡사의 추가 사진은 우관동 기자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korea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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