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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장관에게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안택수 의원(대구 북구을·3선)은 한나라당 1번 타자로 나섰다.

특히 이념 대립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는 대여 공격의 포문을 연다는 점에서 야당의 첫 번째 질의자에게 기선 제압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번번이 설전은 안 의원의 '판정패'로 끝났다.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와는 악연이다. 꼭 1년 전 이맘 때 정국은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비롯한 4대 법안으로 경색되어 있었고, 이해찬 총리의 '베를린 발언("조선·동아는 역사의 반역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 등)'으로 한나라당은 대정부질문을 벼르고 있었다.

당시 안 의원은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서 이 총리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려 했으나 이 총리는 한 발 나아가 한나라당을 향해 "그럼 차떼기 안 했나"라고 말해 대정부질문 파행의 원인을 제공했다.

안 의원은 차떼기가 "작은 잘못"에 불과하다며 "편협하다"고 되받아쳤지만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사실까지 거론하며 '독설'을 멈추지 않았다.

안 의원은 "끝까지 한번 해 보자는 것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라"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 총리는 "의원님의 주장으로 인해 제가 거취를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총리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종호
'정체성' 제기는 영남 의원 몫? "객관적 선정 기준은 없다"

올해도 양상은 비슷했다. 안 의원은 작심한 듯 정권의 '색깔'(정체성)을 물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외국인 국회의원들을 의식해 "21세기에 들어서까지 (색깔론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좀 창피스럽다"고 일축했다.

안 의원은 "오만한 총리"라며 누차 답변을 요구하자 이 총리는 "정체성 논란으로 국민을 이간·분열시키는 전술에 말려들 정도로 제가 경험 없는 미숙한 총리가 아니"라면서도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을 동원해 강정구 교수 파문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 총리는 "사회가 변해 가면 그에 따라 제도와 의식이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을 사회심리학적으로는 '문화 지체'라고 한다"며 "국민을 자꾸 그 논쟁에 말려들게 하는 것은 발전적이지 않다, 다원적 가치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 사태와 관련 안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노림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이 총리는 "이런 낮은 수로 일하는 정부가 아니"라고 잘랐고, 다급해진 안 의원은 이 총리의 대부도 땅투기 의혹을 들췄으나 철 지난 질의에 그쳤다.

결국 마지막 질문에서 둘은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갔다. 안 의원은 작년 대정부질의 때를 상기한 듯 "한나라당이 아직도 나쁜 당이냐"고 물었다. 이 총리의 답변 톤은 여전했다. "그건 안 의원이 알아서 판단하라."

이해찬-안택수 설전을 국회방송을 통해 지켜보던 기자실에는 간간히 실소가 터졌고, 안택수 의원의 의욕만 앞선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말이 나왔다. 한나라당도 난감한 눈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영남 선배들이 정체성을 따지면 바로 색깔론으로 매도된다"고 난감해 했다.

한편, 원내대표단에 속한 한 의원은 대정부질문의 '꽃'이라 할 정치분야 질의자 선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객관적인 기준은 없고, 신청자들 중에 주로 선수와 나이가 고려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3선에 예순이 넘은 안 의원이 1번 질의자가 된다는 얘기다.

'선수와 나이' 말고도 또 있다. 안 의원에 이어 한나라당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자로는 3선의 권철현(부산 사상), 정의화(부산시 중동) 의원과 초선의 장윤석(경북 영주) 의원이 대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영남 출신 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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