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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입장표명 유보는 시간끌기용?

▲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앞 검찰 깃발.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빈 검찰총장이 13일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함에 따라 강정구 교수 파문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13일)중으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김 총장은 왜 '유보' 카드를 선택했을까?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이미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나 자신의 거취문제 등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려놓았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천 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천 장관의 지휘권 사용에 대한 검찰내 비판의견을 밝히는 수준에서 정리했다는 것.

정상명 대검 차장검사가 김 총장의 사퇴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김 총장 입에서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사퇴의사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일축한 점도 그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총장이 이미 정한 입장을 당장 발표하기보다 정치권 등 여론을 좀더 살피기 위한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김 총장의 '유보' 카드의 의미는 천 장관의 지휘권은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 비판여론을 업고 검찰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에 대한 '의견수렴'은 이에 대한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종빈 검찰총장(사진)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 총장은 13일 오후 5시경, 강찬우 대검 공보관을 통해 "천정배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하던 중 다양한 다른 생각들이 제기되어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하기 위해 일선 검찰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총장은 이날 오전 9시경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중으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위 간부 15명은 8층에서
평검사들은 15층에서 난상토론


정상명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부터 8층 회의실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 의견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린 것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정 차장검사를 비롯해 중수부ㆍ공안부 등 7명의 부장검사와 대검 고위 간부 등 15명 가량이 참석했다. 회의는 오전 11시30분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심도있는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종빈 총장은 참모들의 권유에 따라 이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발표하면 이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을 다시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도 "구체적인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간부 회의와는 별도로 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대검 평검사들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15층 회의장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 회의에서는 수사 지휘권 수용 문제와 총장의 거취 등 현안을 놓고 참석자 간 다양한 이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은 간부 회의 결과를 보고 받는 한편, 지방의 검사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일선 검찰의 의견을 들은 뒤 거취 문제를 포함한 최종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 총장이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는 ▲우선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는 방안 ▲수용한 뒤 사퇴하는 방안 ▲지휘를 거부한 채 총장직을 유지하는 방안 ▲지휘를 거부하고 총장직에서 사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김 총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검 공안부, 서울지검장, 서울지검 공안부 등 줄사퇴가 예견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검찰총장직을 걸고 대응해야 할 정도의 사안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사진기자들을 비롯해 취재기자 십수명이 대검 기자실로 몰려들면서 언론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했다. KBS·MBC·SBS·YTN 등 각 방송사의 중계차들은 일찌감치 대검찰청 앞에 배치돼 '생방송 대비태세'를 취하는 등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김 총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 만약에 있을 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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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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