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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립 어린이도서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도서관을 돌려달라'는 글이 많이 올라와있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서울시립 어린이도서관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찰청이 어린이도서관 별관을 여성경찰 자녀를 위한 보육시설로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평소 어린이도서관을 이용해오던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지난 8월 17일부터 어린이도서관를 돌려달라며 시위와 서명운동을 계속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이미 지난 6월 여성경찰 자녀들을 위한 보육시설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도서관 별관 1층의 전시실과 보존자료실을 철거한 상태. 별관 자료실에 있던 책들은 도서관 본관 1층의 교양강좌실과 휴게실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이용하던 휴게실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많은 어린이들은 비오는 날에도 도서관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최초 공공 어린이도서관, 경찰 '사직동팀' 입주 뒤 소유권 이전

어린이도서관은 유네스코 제정 세계 어린이의 해를 기념해 1979년 5월 4일 세워진 국내 최초의 공공 어린이 도서관이다. 사직단과 인접해 있는 까닭에 토지는 지금도 문화재청 소유이지만, 애초 건물은 서울시 소유였다.

그러나 지난 1983년 청와대 지시 사건수사를 전담하던 이른바 '사직동 내사팀'이 별관으로 들어오면서 경찰청 소유로 변했다. 서울시 소유 건물이 어떻게 경찰청 소유로 됐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당시부터 사직동팀이 사용해왔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하만 소유권 이전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법적 분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어린이도서관 별관은 지난 2000년 이른바 '옷로비 사건'으로 사직동팀이 세상에 알려져 해체된 뒤 다시 어린이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2001년 5월의 일이다. 지난 2002년에는 서울시 교육청이 무려 6억여원을 들여 별관 리모델링 공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 2600여명, 대출권수 4600여권으로 전국 최고 이용률을 자랑하는 이 곳은 4년 5개월만에 다시 경찰에게 되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경찰은 현재 어린이도서관 별관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보육시설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만 4000여명의 여자 경찰이 있고, 이들 중 임신 가능성 있는 여성이 80%"라며 "대부분 3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보육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반발은 이해한다"며 "학부모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협의 중에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경찰청의 보육시설 설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여성경찰을 위한 보육시설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도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굳이 많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 건물에 왜 보육시설을 지어야 하느냐"고 입을 모았다.

정경섭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지방자치위원장은 "보육시설이 필요한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경찰청이 다른 부지를 찾아 보육시설을 만들길 바란다"며 "보육시설과 어린이 도서관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어린이도서관을 줄여 보육시설을 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도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 5일 수업을 하면서 저소득층 자녀들은 갈 곳이 없다"며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어린이들이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8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직동 어린이도서관의 제기능 보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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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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