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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 1차명단을 발표하면서, 친일인명사전 탄생의 1등공신으로 임종국 선생을 꼽았다. 지난 66년 <친일문학론>을 펴내며 친일문제 연구의 단초를 연 임 선생은 해방 이후 무너진 반민특위의 정신을 되살린 주역이다. 그의 가족사 역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친일문학론> 서문에서 사죄하며 언급했던 선친의 친일과오가 그의 뜻을 계승한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임종국 선생의 여동생 임순화씨가 선친의 이름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는 발표를 현장에서 보고 직접 쓴 글이다. <편집자주>
▲ 서울에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겨 집필에 전념하던 80년대 중반의 임종국 선생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1945년 광복과 함께 청산되었어야 할 친일잔재 청산이 뒤늦게나마 진행되는데 대하여 환영한다.

이 작업은 역사적 청산이며 독립투사와 친일인사와의 사이에 저승에서나마 해원을 하기 위한 작업이지, 오늘의 시점에서 그 어떠한 특정인들의 지난날 과오를 구실삼아 그 후손들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본인은 고 임종국 선생의 친누이동생이며 또한 천도교인으로 친일인사에 포함된 임문호 어른의 친딸이다. 나는 민족문제 연구소의 여러분들이 오빠의 유지를 받들어 역사 바로세우기에 심혈을 기울이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나 또한 통일단체의 임원이며 천도교인이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보수파 인사들이 민족문제연구소임원진과 그 회원들을 좌경으로 보는 시각에 대하여 분노함과 동시에, 일부 과격한 진보적 인사들의 지나친 극단주의적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좌파로 보여지는데 대하여도 유감으로 생각한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숭배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 분의 공과 과를 밝히는 것은 좋지만 그를 집중적으로 규탄하여, 그래도 국가를 근대화 시키고 민생고를 해결한 지도자였던 사람을 만화로까지 발가벗기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오늘 발표에 앞선 국민의례에서 순국선열 묵념의 시간에 왜 구태여 일제시대 독립운동과 민주화인사에 대한 묵념이라고 이름지어 6·25전쟁시 전사한 국군장병 내지 경찰에 대한 묵념은 일부러 빼는 듯한 인상을 들게 하였는지 유감스럽다.

6·25전쟁은 국군이나 인민군 파르티잔이나 토벌대 모두가 우리민족의 비극에 희생된 희생자일 뿐이다. 그들의 희생과 독립을 위하여 순국하신 선열들의 한맺힌 원혼을 가장 편안히 잠들게 할 수 있는 길은 친일잔재 청산이라는 또다른 이름의 민족분열이 아니라, 민족대통합, 그것이 남북간에도 중요하지만 남남 갈등의 요인이 되는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측 모두 심사숙고하여 행동하고 발언하기를 바란다.

나의 주장은 역사적 청산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남북 대화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며, 배달겨레는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하며, 통일의 방식은 대한민국의 서구식 민주주의도 북한의 주체적 공산주의도 아닌 사회주의 국가형태로서 중립국으로 통일되기를 바란다.

또한 박정희의 군사독재와 인권탄압도 마땅히 규탄해야 될 대상이지만, 동시에 김일성의 독재와 대를 이은 세습과 인권탄압도 규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박정희는 규탄하며 일부에서는 인공기를 게양하고 김일성을 찬양하니 진보세력을 좌경으로 보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운동경기나 문화예술 행사 등 남북한이 국가 대 국가로서 개최하는 어떤 공식적 행사에서는 마땅히 인공기도 게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25 때 희생된 모든 희생자는 인민군이건 국군이건 모두가 우리 역사의 비극에 희생된 분들임을 우리는 잊지 말고, 다시는 동족간에 피를 흘리게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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