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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지휘부는 대형 확성기가 달린 방송차량을 타고 미군기지 안쪽 철조망을 돌며 전경들에게 강경 진압을 공개적으로 지시했으며, 시위대를 자극했다.
ⓒ 오마이뉴스

"참나무 몽둥이 들고있는 놈 있지. 아주 작살을 내버려! 훈련된 동작으로 혼을 내란 말이야. 어이, 참나무 몽둥이! 사람 잡으러 왔나?"

조직 폭력배 두목의 은밀한 명령이 아니다. 수천명의 전투경찰을 상대로한 경찰 지휘부의 공개 명령이다. 이 '무서운 명령'은 1만여 명의 시위대와 수천명의 경찰이 뒤엉켜 한참 흥분에 휩싸인 상황에서 확성기를 통해 공개적으로 내려졌다.

이런 경찰 지휘부의 행위가 10일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주변 시위를 더욱 격렬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평택 팽성읍 미군기지 주변에서 열린 '7.10 평화대행진'은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격렬한 시위로 바뀌었다. 1만여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행진을 시작한 오후 4시께까지만 해도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경찰 쪽 지휘부는 대형 확성기가 달린 방송차량을 타고 미군기지 안쪽 철조망을 돌며 전경들에게 아래와 같은 '안내 방송'을 했다.

"(시위자) 상체를 공략하여 논밭으로 과감히 쓰러뜨린다! 절대 철조망이 훼손 당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대원과 대원 사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챙기길 바란다!"

미군기지 안쪽 철조망을 돌며 내려진 방송

충돌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 대추초등학교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에 참석했던 시위대가 미군기지 인간띠잇기를 위해 부대로 이동하자 경찰이 이들을 저지하고 나섰다. 부대로 접근하려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원래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푸른색 방송 차량은 경찰 작전 지시용이 아니다. 시위대의 해산과 평화 집회를 촉구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이날은 공개적인 작전 지시용으로 사용돼 시위대를 더욱 흥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몽둥이와 방패를 휘두르며 격렬히 충돌하는 순간. 곳곳에 부상자가 발생하고 푸른 논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지만, 지휘부는 이렇게 방송한다.

"(전경) 여러분들의 동료가 지금 습격을 많이 당했다! 우리라고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지금부터 공격하면 맞받아 쳐버려! 괜찮아! 훈련된 동작으로 하면 돼! 절대 매 맞지 않도록.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전경이 시위대를 길에서 논밭 쪽으로 밀어내자 방송 차량에서는 "그래 잘 하고 있어! 밀고 들어가! 작살 내버려!"라는 흥분된 말이 쏟아져 나왔다. 반대로 전경이 시위대에 밀리면 곧바로 "왜 우리 병사 두들겨 패!"라며 직접 항의를 하기도 했다. 진압을 못하는 전경 중대장에게는 공개 '협박'을 하기도 했다.

"어이 ○○중대장 내가 너네 청장한테 보고한다! 왜 뒤로 빠져! 내가 지금 당장 보고한다!"

이런 경찰 지휘부의 방송에 많은 시위대들은 "저게 무슨 대장이냐!", "너 당장 나와!"라고 외치며 흥분했다.

전쟁터로 돌변한 논밭에서 수많은 전경과 시위대가 피를 흘리고, 여기저기서 고통의 비명소리가 뒤엉긴 순간에도 경찰 지휘부는 "그래! 잘 하고 있다! 카메라(기자) 비켜!"라고 외쳤다.

"맞받아 쳐! 내가 다 책임질게"

학생도 실려가고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에서 미군기지 주변 인간띠잇기 행사도중 부상당한 학생이 후송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도 실려가고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 저지와 한반도 전쟁반대 7.10 평화대행진'에서 미군기지 주변 인간띠잇기 행사 도중 부상당한 경찰이 후송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경찰은 시위 현장에 60개 중대 6천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100m에 가까운 미군기지 철조망이 시위대에 뜯기는 등 경비에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경찰쪽 부상자도 58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시위에서는 전경들이 흥분하면 지휘부가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10일 평택 시위는 그 반대였고, 부상을 입은 사람도 다른 시위 때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와 관련 경기도 경찰청 쪽은 "10일 평택 시위 경비 지휘는 평택경찰서에서 했다"며 모든 책임을 평택경찰서 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평택경찰서 쪽은 "경기도 대부분의 경찰서에서 병력이 출동했는데 우리가 총 책임자이겠냐"며 역시 지휘 책임이 자신들에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측은 이날 시위대를 흥분시킨 방송을 내보낸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우린 모른다"고 밝혔다.

"경찰청장은 직접 사과하라"
민주노동당, 전국민중연대 평택 시위 관련 사과요구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동당은 10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 미군기지 주변에서 열린 시위에서의 경찰대응을 '폭력진압'이라 규정하고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10일 행사 참가자 80여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되는 등 이날 경찰의 폭력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경찰청장의 사과와 현장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10일 집회현장에서 눈 부위에 부상을 입고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 경찰청 쪽은 11일 최 의원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최고위원은 "단순한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당과 같이 책임자 처벌과 경찰청장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민중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장 지휘자 처벌 ▲부상자 치료비 보상 ▲농작물 피해 보상 등을 경찰 쪽에 요구했다. 또한 "상체를 공격해서 논바닥으로 밀어버려"라는 경찰 지휘부의 명령을 지적하며 10일 집회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경찰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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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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