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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대중집회에서 박정희 유신독재에 비판적인 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양성우(62) 시인이 광주중앙여고로부터 1월 25일 '복직불가'를 통보받았다.

학교법인 죽호학원과 광주중앙여고는 24일 회의를 열어 지난해 12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권고한 양 시인의 복직을 '징계당시의 공적자료가 폐기처분되어 확인이 어려우므로 심의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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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직해온 꿈이 깨어진 양성우 시인을 27일 오후 광화문 한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드러낼 정도로 격앙돼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요약.

▲ 양성우 시인
-25일 학교측으로부터 복직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
"복직심의를 할 수 없다는 통보서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나와 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모든 사람을 우롱하는 처사다. 수긍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죽호학원측은 복직불가의 이유로 '징계당시의 자료가 없다'는 것을 들었는데.
"그런 엉터리 변명이 어디 있나. 당시의 신문자료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다. 게다가 내가 정식절차를 밟아 해직된 사람인가. 독재정권의 명령에 의해 나를 내쫓은 학교 아닌가. 지금 광주중앙여고 교장으로 있는 사람은 당시 내 동료다. 누구보다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럴 수는 없다."

-광주중앙여고와 죽호학원뿐 아니라, 재단 소유자인 금호그룹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지 않을텐데.
"죽호학원의 이사진이 거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장단으로 구성돼 있다. 복직 실현에 대해 조금은 염려했지만, 설마 터무니없는 변명을 붙여서 복직거부 결정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그 누가 이해하겠는가. 광주시민은 물론 전국민이 크게 분개할 일이 아닌가."

-현재 심경은 어떤지.
"복직거부는 나에 대한 또 한번의 파면조치다. 독재시대에 부당하게 파면된 사람을 민주화된 시대임에도 복직거부 했다. 이것이 또 한번의 파면이 아니고 뭔가. 대체 왜 중앙여고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나를 두 번이나 죽이려하는지 모르겠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교사와 시인으로서의 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법적투쟁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학교측의 이번 복직거부 결정은 지난 23일 양성우 시인의 복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민족문학작가회의와 일관되게 원직복직을 주장해온 전교조 광주지부 등의 반발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학교측은 '관련자료 없음'을 복직거부의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해직기간 30년의 보상문제가 실질적인 거부 이유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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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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