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6회 풍류의 밤 안내 책자
ⓒ 최성수
오마이뉴스에 역사 기사를 주로 쓰는 신병철 기자는 나와 같은 학교 선생이다. 같은 학교 선생일 뿐만 아니라 자리도 같은 부서의 동일한 공간에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기사를 올리기 전, 그는 대개 내게 먼저 기사를 보여주곤 한다.

“제목은 괜찮아? 사진은 어때?”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무슨 초대권을 불쑥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들고 보니 국악 공연 초대권이다. 그제야 나는 그가 속한 ‘풍류회’라는 국악 단체의 올해 공연이 다가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년 이맘때, 풍류회의 공연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작년 공연에서 그는 단소제주와 종묘제례악으로 무대에 선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공연에 초대를 받아 아내와 늦둥이 진형이 녀석까지 함께 가 오랜만에 국악을 맛 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가족과 함께 국악의 향기를

이번 일요일 공연도 아내와 늦둥이 세 식구가 함께 가기로 하며 나는 문득 작년 공연을 기억해 낸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넓은 무대에 서는 발표자들의 환하고 설레고 또 한편으로는 긴장한 표정들과, 가족과 친지들의 기대에 찬 얼굴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관람객들 중에는 의외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많았다.

공연 내내 모두들 진지한 자세로 관람을 하며, 새삼 국악의 즐거움과 맛을 만끽하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흥겨운 사물놀이나 노래가 이어질 때면 모두 함께 박수를 치고 어깨 짓을 해 국악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 관현악 연습을 하는 풍류회 회원들. 아마추어지만 국악 사랑은 프로다.
ⓒ 최성수
공연 내용도 다양하기 그지없어 민요에서부터 궁중음악, 창작곡까지 한 자리에서 국악의 모든 분야를 맛볼 수 있었다.

올해 공연 역시 전체적인 틀에서는 작년 공연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 국악을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자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올해 공연은 전체 2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관현악 합주인 여민락과 단소제주로 하는 하현 도드리, 타령, 대금 독주인 청성곡, 풍물로는 영남가락이 선보인다.

2부는 가야금 병창인 화초타령과 고고천변, 국악신곡 봄소식, 거문고 제주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소고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신곡 봄소식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단소곡인데 가야금, 아쟁, 양금 등과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일부러 찾아가기도 힘든 국악 공연, 점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음악이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는 우리 문화 풍토 속에서 풍류회의 국악 공연은 어쩌면 안타까운 몸부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몸부림이 아름다운 것은, 속도와 경쟁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넉넉하고 느긋한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때문이며, 그 공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대금 연습중. 가락이 귀에 쟁쟁한 듯...
ⓒ 최성수
그러니 이번 일요일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가서, 국적 불명의 유행가와 영어 가사가 난무한 신세대 음악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전통 가락에 취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소고 연습하는 모습. 흥겨운 가락에 어깨춤이 덩실댈 듯 하다.
ⓒ 최성수
‘고고천변 일륜홍 부상에 둥둥 떠 오룡은 잠자고 자고새 펄펄 날아든다. 동정 여천에 파시추 금색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기며 뒷발로 창랑을 탕탕 요리조리 앙금당실 떠 동정 칠백리 사면을 바라보니 지광은 칠백리 파광은 천일색 천외무상에 십이봉은 구름밖에 멀고 해의 소상은 일천리 안하에 경이라 남훈전은 달 밝은데 오현금도 끊어지고 남으로 둥둥 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수는 초회왕의 원혼이요 천봉만학을 바라봐 만경대 구름속에 학선이 앉어 울어 있고….’(수궁가)

작년 공연을 보고 온 뒤 늦둥이 진형이 녀석은 한동안 국악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대금이니 단소니 사물놀이니 하며 국악 악기 이름을 주워섬기는 것만으로도 공연에 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기장에도 국악 공연 갔던 것과 거기에서 보고 들은 음악을 시시콜콜 적어놓기도 했다.

특별히 전문적인 음악가들이 아닌 늘 내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무대, 그 국악의 향기에 취해 이번 일요일은 흐뭇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 늦둥이 녀석이 이번에는 또 무슨 이야기로 일기장을 채울지 미리 궁금한 이유는 풍류회 공연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삶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제26회 풍류회 정기 연주회 <풍류의 밤>
 일시:2005년 3월 27일(일) 오후 5시
 장소:국립국악원 예악원
 문의:738-9847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집 <장다리꽃같은 우리 아이들>, <작은 바람 하나로 시작된 우리 랑은>, <천년 전 같은 하루>, <꽃,꽃잎>, <물골, 그 집>, <람풍>등의 시집과 <비에 젖은 종이 비행기>, <꽃비> , <무지개 너머 1,230마일> 등의 소설, 여행기 <구름의 성, 운남>, <일생에 한 번은 몽골을 만나라> 등의 책을 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