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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육청 사이트 첨부파일 형태로 오른 학생생활기록부.
ⓒ 윤근혁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이 공식 운영하는 홈페이지(www.sen.go.kr)에 개인 이력서 수백장과 함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와 대학 성적증명서까지 '둥둥' 떠 있었던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이처럼 교육청 사이트에 개인 신상에 관한 '1급 정보'를 모아 둔 학생생활기록부와 이력서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7일간 무더기로 방치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악용한 범죄 행위 등이 우려된다.

이 정보들은 대부분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20대 초반 부녀자들의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자의 통고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관련 게시판을 폐쇄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이 교육청은 지난 7일에도 민원게시판에 글쓴이의 주민번호-휴대폰 번호 등을 노출시켰다가 말썽이 일자 관련 자료를 슬그머니 삭제한 바 있다.

▲ 한 시간 동안 게시판의 10% 정도를 검색했을 뿐인데도 이력서와 개인사진 등 70여 장을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은 서울교육청 홈피에서 찾아낸 이력서와 생활기록부, 증명사진 파일들.
ⓒ 윤근혁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시교육청 사이트의 게시판은 '비정규직 구직'란. 이 게시판엔 10일 밤 11시 현재, 기간제 교사와 과학실험 보조원, 교무보조원 등을 원하는 이들이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3759개의 글이 떠 있었다. 이 게시물은 누구나 곧바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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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이 가운데 10%인 370여 개의 글(중복자 포함)을 최근 올려진 차례대로 확인한 결과, 채 한 시간도 안되어 45개의 이력서와 23개의 증명사진 등 첨부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었다. 특히 고교 학생생활기록부와 대학성적증명서도 1통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체 게시물로 환산할 경우, 최소한 400여 장이 넘는 개인 이력서가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흘러나와 제3자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이력서엔 사진, 주소, 주민등록번호, 핸드폰번호, 호주 이름과 직업은 물론 개인의 학력과 경력사항 등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력서 두 개 가운데 하나 꼴로 개인의 사상과 견해 등을 적은 개인 소개서까지 덧붙어 있었다.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은 이아무개씨가 올린 게시물엔 이력서와 함께 대학 성적증명서, 고교 생활기록부도 첨부되어 있었다. 이씨는 게시글에서 "2005년도 2월 ○○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는 이○○"이라면서 "첨부파일로 이력서, 자기소개서, 대학교 성적증명서, 고등학교 생확기록부를 올려 놓았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교사들 "어떤 범죄 일어났을지...", 교육청 "개편 과정에서 문제"

물론 개인의 구직 필요성에 따라 첨부 파일을 올린 것은 이해가 되나, 교육청이 이 같은 '1급 신상정보'를 그대로 방치해 결과적으로 생활기록부 등을 누출시킨 것이다.

2002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논란 당시 전교조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생활기록부 누출 등을 경고했지만, 교육당국은 '철저한 보안장치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 문제가 된 서울교육청 사이트의 비정규직 구직 게시판. 사립교원이나 특기적성 강사 구직 게시판은 비공개로 운영했다.
ⓒ 서울교육청 사이트
이에 대해 지난 5일, 정보통신부 산하 기구인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이같은 서울시교육청의 누출 방조행위를 신고한 바 있는 백아무개(서울 인헌중)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과연 정보인권보호에 대한 기본 개념이라도 있는 곳인지 그 자격이 의심스럽다"면서 "이미 이력서에 적힌 개인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어 어떤 범죄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시교육청 산업정보교육과 중견 간부는 "구직란의 성격상 많은 이들이 자신의 구직내용 알리기를 원해 게시판을 공개한 것"이라면서도 "생활기록부까지 공개될 줄은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 게시판을 비공개로 바꾸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이트 개편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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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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