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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선일씨 추모와 파병반대 촛불집회가 순천시에 시민과 함께 열렸다.
ⓒ 김석
26일 저녁 7시 순천시민들이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고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가졌다. 며칠 전부터 홍보를 해서인지 6시 30분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고, 집회가 진행될수록 시민들은 더 늘어났다.

시민단체소속 순천YMCA, 순천YWCA,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새교육공동체, 순천KYC, 순천경실련 등과 민중연대 소속 순천시농민회, 민주노총 동부지구 협의회, 청년연대, 순천대학교총학생회, 순천청년회, 한고을노동자회, 전교조순천지회 등의 단체와 시민학생 500여 명이 참여했다.

▲ 파병반대 촛불집회 참가자의 촛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 김석
두엄자리 놀이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민중연대 김유옥 대표가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고 파병을 반대하기 위해 4일째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부패한 정치인들이 17대 국회 원구성도 못하면서, 한 국민을 사지로 내몰았다. 우리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당당한 정부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율동공연을 한 순천YMCA 평화학교 초등학생은 "우리는 전쟁을 싫어합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이상입니다"라는 소감과 함께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을 보여주었다.

분향소에서는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분향이 이어졌고, 각 단체별로 준비한 피켓과 선전물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이날 참가한 제일고 한 학생은 추모 편지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바로 김선일씨를 죽였습니다. 만약 당신의 아들이 그렇게 잡혀 있었다면 당신은 그렇게 강경하게 파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토로했다.

▲ 이날 집회는 학생 참가자들이 많았다.
ⓒ 김석
날이 저물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하나 둘씩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한 시민의 섹소폰 연주와 순천시 여성농민회 회원들의 추모시는 참가자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두규 순천YMCA 사무총장은 시민발언을 통해 "이라크 전쟁이 이미 명분없는 전쟁임이 전세계에 밝혀졌다. 이렇게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의 한국군이 파병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징집대상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징집거부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며 정부의 파병에 반대하는 징집거부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 김석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전체 참가자들이 외친다. "우리는 당당한 정부를 원한다. 우리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다. 파병을 철회하라" 참가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파병 철회를 외친다.

어둠이 깔리고 고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을 알리는 영상과 문제의 AP 영상과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자 순식간 침묵이 흐른다. 무심하게도 촛불은 꺼질듯 꺼질듯 꺼지지 않고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밝게 불타고 있을 뿐이다.

특히 순천대학교 학생들이 농활을 하던 중에 집회에 참가하였고 그 대열안에서 남총련(전남지역대학총학생회 연합) 의장은 "한 젊은 청년의 죽음이 온 국민을 슬프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제국주의 시절도 겪었고, 6·25도 겪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전쟁과 침략을 겪은 우리가 이라크 민중이 원하지 않는 파병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침략군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 김석
민족문학 작가회의 순천지부 김기홍 시인의 추모시가 울려퍼지고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참가자들은 촛불로 인간띠를 이었다. 조례 사거리 모두를 참가자 500여 명이 손에 손을 잡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면서 온통 촛불로 물결을 이루었다.

이날 집회 사회자는 "고 김선일 군의 시신이 우리 나라에 도착했답니다. 고 김선일씨가 타국땅에서 겪었을 외로움과 공포를 생각합니다. 그의 혼백이 나비가 되어 이 아름다운 산천을 원망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원망하지 않고 훨훨 날아 다닐 수 있도록 우리 온마음을 다해 추모합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전쟁광 부시', '이라크 파병'의 글씨가 씌여진 종이탑을 불태운 것으로 두 시간 여에 걸친 집회는 끝이 났다.

▲ 전쟁광 부시 이라크 파병 탑을 불태우고 있다.
ⓒ 김석
망자의 시신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이며 민주주의 국가임을 알고 있기에 시민의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 들을 것을 믿고 있다.

대통령을 살려냈던 촛불로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파병군의 목숨을 살리고, 무기력한 대한민국을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다.

정부는 지금 미국의 파병 압력과 국민들의 반대의견으로 궁지에 몰려있다. 정부가 앞으로 파병반대의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렴하는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도 남도 끝 순천의 파병반대 촛불은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

ⓒ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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