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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청이 동장, 통반장 등을 동원해 배포한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성산배수지 홍보물
마포구청이 동장, 통반장 등을 동원해 배포한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의 성산배수지 홍보물 ⓒ 권박효원
'성미산 대책위원회'는 이날 마포구청을 항의방문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구청 측이 동장과 통반장을 동원해 주민들의 찬성여론을 끌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동장이나 통반장은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긴급 반상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 서울시의 배수지 정책을 홍보하고 찬성 서명을 받았다.

성산배수지 건설사업은 마포구의 유일한 녹지인 성미산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서울시도 지난 3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건설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대책위는 "3월 19일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대책위와의 면담 당시 '찬성하는 주민이 압도적'이라고 했는데 뒤늦게 지금 그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청 공문, "주민홍보에 만전 기하라"
통반장 "건설 반대해도 서명해라"


대책위가 입수 공개한 구청 내부공문에는 "성산배수지 건설에 대한 홍보가 구청 최대 현안사항" "해당 부서(동)장은 각종 직능단체 회의시 홍보하는 등 성산배수지 건설 관련 주민홍보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홍보물 배부 일시와 장소, 배부 내역, 홍보방법 등도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대책위는 "안면있는 '동네 사람'의 서명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구청 측이 받은 찬성서명은 '주민의견 수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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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민 박미형(38·서교동)씨는 "지난 주 토요일 배수지 건설 반대 홍보차 성산시장을 방문했을 때 가게에 '배수지 건설 주민찬성 서명'용지가 달린 초록색 파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반대성명을 부탁하자 시장 상인들이 '반대도 찬성도 아는 사람들이 부탁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난처해했다"고 전했다.

주민 김효진(37)씨 역시 "지난 주 토요일(12일) 오후 반장이 집으로 찾아와 배수지 찬성 홍보물을 나눠주고 찬성서명을 받으려 했다"며 "이에 항의하자 '자신은 대책위에 만원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 주 통반장 회의를 하고 난 후 (찬성)서명을 받으러 다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미산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박홍섭 마포구청장(가운데)이 얘기를 하고 있다.
성미산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박홍섭 마포구청장(가운데)이 얘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항의방문에 참여했던 주민 주창복(43)씨는 "이 동네에서 8년째 살지만 통반장이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처음 본다. 일방적인 홍보물을 전달하며 서명을 받는 게 50∼60년대 고무신 선거와 무엇이 다르겠냐"며 "주민을 위한 일이라면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선전을 하고 찬성서명을 받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방적 주장 강요하며 '공정' 우습다"
"대책위가 서명받으니 구청도 받는 것"


마포구청 측은 홍보물 배포와 찬성서명과 관련 "공정한 주민의견수렴"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대책위 대표단과 면담을 가진 상수도사업본부 역시 "대책위가 성명을 받으니 우리도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일방적인 서울시의 입장만 강조하면서 '공정'이라고 강변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 소속 주민 10여명은 오전 10시 박홍섭 마포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오전 중 구의회에 참석했던 박홍섭 구청장은 오전 10시 20분경 의회 건물을 나섰다. 주민들은 "10분만 이야기하자"며 대기한 차에 탑승하려던 박 구청장을 둘러쌌다.

성미산 대책위 관계자들과 마포구청 공무원(오른쪽)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성미산 대책위 관계자들과 마포구청 공무원(오른쪽)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종호 대책위 위원장과 박홍섭 구청장은 구의회 건물 입구에 선 채 짧은 면담을 가졌다. 다른 주민들도 "구청장님이 선거에서 (성미산에 배수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공정한 의견수렴입니까"라며 항의했다.

김종호 대책위원장은 "주민여론을 공정하게 수렴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홍보물을 뿌리면 어떻게 하냐"며 말문을 열었다. 박홍섭 구청장은 "국장들에게 찬성과 반대를 공정하게 알리라고 지시했다"며 "주민 이해와 직결된 일인만큼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찬반을 알린다면 우리 주장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박 구청장은 "지금까지 여러분(대책위 회원들)이 사실을 오도하면서 주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측 역시 배수지 건설 홍보물 배포와 찬성서명 활동을 인정했다. 이우홍 시설과 주임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4일이나 5일쯤 홍보를 해달라고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찬성서명용지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주임은 "찬성서명용지는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며 "협조공문의 강제성 여부나 법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관공서에서 추진사업에 대해 찬성서명을 받는 일이 자주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이우홍 주임은 "이번 (성산배수지 건설) 사안은 좀 희귀하다"며 "반대측도 서명운동과 홍보물 배포를 한다"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순수한 모임이 아니라 성산배수지를 반대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내일(15일) 오전 홍보물 배포와 서명작업에 참가한 동장 및 통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하고, 같은 이유로 행정자치부에 구청의 관련행정에 대한 주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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