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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달 SK그룹 최태원 회장 구속을 계기로, 국내 재벌 오너 2, 3세로의 변칙적인 부 대물림 과정과 오너에 의한 부당한 내부거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짚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경제에서의 재벌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도 재벌 오너의 변칙적인 부와 경영권 세습에 대한 감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고, 정책적 대안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또 이와 관련해 이해 당사자의 적극적인 토론과 반론에도 귀 기울일 방침이다. 대주주의 지분구조를 분석해오고 있는 에퀴터블(www.equitable.co.kr)에서 7일 저녁 <오마이뉴스>에 반박문 성격의 글을 보내왔다. 그동안 재벌과 오너에 대해 연구를 해온 에퀴터블의 글이 이번 기획과 관련, 또 다른 시각이라고 판단해 게재키로 한다. 단 글을 보내온 쪽에서 익명을 요구해 필자를 '오마이뉴스 기자'로 표기한다....<편집자 주>

▲ 에퀴터블 홈페이지.
ⓒ 에퀴터블

<오마이뉴스>의 재벌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제 주류 언론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를 읽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일과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오마이뉴스>가 연속 시리즈로서 국내 주요 재벌들의 부의 대물림 과정에 대한 의혹들을 집중 점검하면서 <오마이뉴스>는 경제 분야에서도 다른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역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마이뉴스>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재벌들은 LG, 삼성, 현대차, 두산, 동부 등 가히 한국 경제의 중심에 있는 그룹들이며 <오마이뉴스>는 주로 그러한 그룹들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 2세대들이 대주주 일가의 일원으로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에 대한 의혹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주의의 투명성을 지향하는 <에퀴터블>에서는 이러한 시리즈를 적극 환영합니다. 다만 시리즈를 읽다 보면 간혹 <오마이뉴스> 시리즈의 시각이 경제 논리를 벗어나거나 또는 너무 편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어 <에퀴터블>의 의견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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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와 증여세는 관련 없어

우선 가장 최근에 올라 온 동부그룹 분석 기사의 제목을 보면 "세금 100억 물고 11조 그룹 지배?"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상식적인 경제 논리를 벗어난 비유입니다. 여기서 11조원이란 그룹 전체의 자산을 의미하지만 이러한 제목을 읽은 독자는 자칫 "11조 원에 대한 정상적인 증여세라면 최소한 수조원은 될 텐데 동부그룹 오너 일가는 100억원밖에 내지 않았는가?"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의 시리즈가 재벌 오너 일가의 정상적인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오너 일가의 2세가 확보한 주식의 가치와 그로 인하여 납부한 세액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가령 원수보험료 2조원을 상회하는 동부그룹의 주력, 동부화재(구 한국자동차보험)의 시가총액은 현재 1500억원에 불과합니다.

보험회사의 특성상 자산의 대부분은 향후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할 부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30% 지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약 450억원 상당의 지분이 필요하고 이 때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한다고 해도 세금액은 200억원 대일 것입니다. 물론 재단 등을 활용한다면 실제 필요한 세금액은 이보다 줄어들 것입니다.

@ADTOP5@
재벌 오너의 인센티브는 비판의 대상인가?

두번째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재벌 일가의 정상적인 세금 납부 등 정당한 부의 축적을 도모하는 것인데, LG그룹 분석 기사에서 보듯이 굳이 "7살짜리 꼬마가 17억원대 부자"라는 선정적인 소제목을 내세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7살이 아니라 갓 태어난 1살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고 법에 정해진 세금을 납부했다면, 그런 현상 자체를 자본주의 국가의 언론에서 비판적인 논조로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에퀴터블>의 의견입니다.

나아가 재벌 그룹의 오너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면서 밤낮없이 일하는 데는 국가 경제에 공헌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동기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자식들에게 부를 물려 주어 미래에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해주고자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동기를 과연 나쁘게만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그러한 동기 덕분에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균형있는 해결책도 같이 제시해 주어야

마지막으로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언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오마이뉴스>가 단지 오너 일가의 현재 관행을 비판하기는 데 그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까지도 차후에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에퀴터블>의 분석에 의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상 재벌 일가가 고율의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부담할 경우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즉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들이 과거의 기아그룹 같이 주인 없는 그룹이 된다든지 그 경영권을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외국 투자자들의 손에 넘겨준다든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후대에 경영권을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제도적 상황이 다른 대안을 제공해 주고 있지도 않습니다. 미국에는 트러스트(trust) 제도가 존재하여 오너 일가가 2세를 수익자로 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지분을 트러스트에 넘겨도 2세가 이러한 지분을 매각하여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거나 배당을 받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해당 지분에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한국의 신탁 제도는 사실상 이러한 식의 경영권 이전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재단 제도인데,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조차 30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경우에는 내국법인의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즉 미국에서는 부의 세대간 이전은 차단되어도 경영권의 세대간 이전은 허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틈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현재의 재벌 개혁이 북한의 핵문제 마냥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극한적인 대립으로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등 언론에서 이번 시리즈와 같은 기획기사를 통하여 투명한 자본주의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현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제시해 가면서 균형을 맞추어 주었으면 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발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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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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