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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의 '2007 레이스'가 시작됐다. 첫 테이프는 노회찬 의원이 끊었다. 노 의원은 1월 31일 저녁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공식 출마 선언은 내달 25일 전당대회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그간 "세상을 바꾸겠다"는 민주노동당의 기치에 "민주노동당을 바꿔야 한다"는 당 혁신의 과제를 보탰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은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두 선거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당의 위기가 장기간 고착될 것이다. 당을 바로 세우는 최일선에 서겠다. 그것의 실질적인 과정이 이번 대선일 것이다. 지방선거, 총선보다 대선이 민주노동당에겐 가장 유리하다."

'민주노총당'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서로 독립적이며 동반자적 관계"라며 "지분으로 힘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 과정에서 부득이 하게 채택한 민주노총 할당제 방식은 극복되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당 대의원·중앙위원의 28%를 차지하도록 한 부분할당제는 그간 꾸준히 당내에서도 문제제기를 받아왔다.

정책노선에 대해서도 "사실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이 해줄 게 없다"며 월소득 150만원 이하의 하위층을 대변하는 '민생 경제'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여권 통합신당에 선발대 역할하나"

진보적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창조한국 미래구상' 모임과의 관계설정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여권에서 이들을 통합, 연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마당에 자칫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아온 '비판적 지지론'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노동당 내에선 깔려 있다.

노 의원은 "미래구상의 창립선언문을 꼼꼼히 읽어봤다"며 "명실상부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내세우는 명분은 비정규직, 한미FTA 반대 등이지만 실천 계획에 있어서는 "열린우리당의 제3지대 선발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 의원은 "여권이 민주당 통합은 지역신당으로 비판받고, 젊은피 수혈 정도로 안되니 제3지대론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들이 만약 열린우리당과 함께 반한나라당을 내세운다면 민주노동당과는 무관한 세력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렇지 않다면 100% 연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이번 대선을 범여권,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 후보로 치러지는 3강 구도로 상정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양당을 모두 심판하겠다"며 진보-보수의 정치 구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87년을 제외하고 지난 3번의 대선은 모두 양강 체제로 치러졌다.

노 의원은 3강 구도로 치러진 87년 김대중 후보의 득표수 800만표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는 100만표에 조금 못미치는 3.9%를 득표했다. 노 의원이 내세우는 수치는 30%가 넘는다. 노 의원 측에선 "민주노동당이 잘 나갈 때는 20%를 넘긴 적도 있다"며 "그만큼 돌풍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 또는 반한나라당 전선 등의 양강 구도 속에서는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인식이다.

권영길·심상정 의원 등 당내 대선 후보군과의 차별화를 묻는 질문에는 "진보정당 건설에 함께 고생해온 분들로 공격할 게 없다"며 "절대 네가티브 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마저 기간당원제를 포기한 마당에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는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지켜야할 큰 가치"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당원들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끝으로 노 의원은 오늘(1일)부터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87인'을 인터넷 등에서 공개모집하고 있다. 땀흘려 일하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시대 선언'을 채택해 전당대회에 참석,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87명은 87년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의미의 숫자다.

'새 인물론'에 맞선 권영길의 선택은?

▲ 민주노동당 잠정적인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권영길 의원과 심상정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한편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로 추대돼 온 권영길 의원은 '대권 3수'에 도전하느냐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그에겐 여러가지 고민이 겹쳐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선 여전히 '민주노동당 후보하면 권영길'이라는 인지도가 형성되어 있지만 당내에선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외부 여론조사에선 권 의원이 근소하게 나마 앞서왔지만, 최근 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노회찬 의원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한 당직자는 "창당 이후 권영길은 민주노동당의 상징이 돼왔지만 지난 의정활동에서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며 "또한 대선도 대선이지만 곧 이어진 총선에서 누굴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게 도움이 될 것이냐는 고민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에겐 민주노동당의 유일한 지역구인 경남 창원을 수성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 이런저런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당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나이(41년생)로 보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는 2007년 대선, 그의 결정은 가장 늦게 나올 것 같다.

권 의원 측에선 "원내대표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권 의원이 먼저 나서는 것보다 후배 의원들이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좋지 않냐"며 "긴장감을 가지고 출마 여부, 시기 등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1위 자리를 내준 지지도 조사에 대해선 "여론조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이라며 "두 분(노회찬, 심상정)이 노력해온 좋은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출마 채비 박차 심상정 "25일 전후 출마 선언"

여야를 막론하고 의정활동에 있어서 단연 선두에 꼽히는 심상정 의원은 출마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은 국회 재경위원회 활동에서 '경제통'으로 전문성을 쌓았고, 각종 방송토론에서 입심을 과시, 당당한 여성 이미지를 남겼다.

심 의원은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지난 한해 의정활동을 가장 잘한 여성 의원 1위로 꼽혔고, 차기 여성지도자를 묻는 질문에서도 한명숙 총리(31%)에 이어 20%를 기록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박근혜, 한명숙, 강금실 등 여야를 떠나 여성 차기 그룹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진보 정당의 여성 리더십에 관심도도 그만큼 커졌다.

심 의원은 25일 전당대회를 전후에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문성현 대표는 최근 당내 경선에 도전할 후보들에게 "어서 대선 행보를 시작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이들 후보의 활동이 당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보수정치를 향해 목청을 높여온 이들이 경선 과정에서 서로를 어떻게 차별화 낼까?

올해 일곱 살이 된 민주노동당,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 후보 경선이 진보정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너지가 될지 주목된다.

▲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창당 7주년 기념대회에서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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