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실수를 많이 했다. 한국말이 서투르고 한국 풍습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실수를 자주 하고 부끄러운 일이 자꾸 생긴다. 하지만 실수로 인해서 얻는 교훈은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배울 때는 실수를 하는 것이 한 가지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이번 글은 한국말을 배울 때 가장 부끄러웠던 몇 가지 경험을 고백해 보려고 한다.

"어떻게 오셨어요?"

볼 일이 있어서 어떤 사무실에 갔을 때, 직원이 나에게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했다. 나는 "버스로 왔어요"라고 대답했고, 직원은 잠깐 망설이더니,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고 다시 물었다.

나는 그 직원이 웃지 않고 내 실수를 봐주는 데 감사했다.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 몇 살 안 된 아이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정말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 한국에서 살면서 점점 더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이런 실수가 줄어들게 됐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거의 하루에도 몇 번씩 실수를 했다.

사심이 없다

영화를 보고 이 말을 처음 들었다. 왜 '사시미' 없다고 말하는지 몰랐다. 그 장면의 배경은 일식집도 아니고 오히려 공원이었다. 당연히 회는 없었고, 그래서 나는 이 말은 무슨 속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혹시 상대방이랑 회를 먹을 생각이 없다는 표현으로 딴 마음 없다고 전하는 것인가?

수학여행

처음에는 수학여행은 학생들이 야외로 나가서 수학(數學)하는 단체 여행인 줄 알았다. 또, 학창 시절에 다녀온 수학여행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학생들이 어디 강변에서 단풍을 보면서 방정식을 푼다는 상상도 했다. 그리고 '아, 그래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 능력이 세계 1등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거지만, 이 말 뜻을 오랫동안(거의 1년 넘어서) 잘못 알고 있었다.

만원버스

나는 오랫동안 만원버스는 만원 요금을 내야 탈 수 있는 버스인 줄 알았다. 만원버스는 택시보다 엄청 비싸니까 매우 호화스러운 버스일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침에 같이 하숙 하던 친구와 어디를 가려고 했을 때 만원버스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그 친구는 짜증을 내면서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가 다 만원이야, 만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형, 그럼 버스 너무 비싸니까 우리 지하철 탑시다"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웃어버렸다.

내가 좀더 똑똑했다면 엘리베이터 안에 써 있는 '만원'이라는 단어를 보고 만원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한자를 잘 몰라서 하는 실수랄 수가 있겠지만, 그래도 창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영애 주셔서 감사합니다"

▲ < 공동경비구역 JSA >
ⓒ 명필름
내가 한국말을 할 때에 가장 어려운 점이 전화 걸기이다. 잘 안 들리고 상대방의 얼굴을 못 보기 때문에 전화로 대화하기가 정말 힘들다. 전화로 하면 다른 사람들 같으면 5분 이내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나는 직접 물어 보려고 지하철을 타고 왕복 한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갔다 온 때도 있었다. 전화로 물어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시골에 민박을 했을 때, 집주인이 안 계신 동안 집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안 받으려고 했는데,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는 바람에 망설이다 그냥 받아 버렸다. 집주인이 안 계시고 이따가 다시 전화하라는 말 대충 했지만, 상대방은 "집에 어른 안 계셔?"라고 물었다.

그 때는 기분이 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전화를 받을 때 말이 서투르고 또 자신 없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누구나 나에게 전화하면 내가 초등학생인 줄 알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화 걸기 연습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국에서 유학했을 때, 내가 미국에 아직 휴대폰이 없었는데도 한국에 가자마자 휴대폰을 샀다.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휴대폰이 없으면 왕따가 된다. 처음에는 누가 전화를 안 받으면 나오는 말을 열심히 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렸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말인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때는 내가 벌써 JSA를 몇 번 봐서, '이용해'는 '이영애'라고 들렸고 "이영애 주셔서 감사합니다"인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누구에게 배우 이영애씨를 준 적은 없었다. 분명히 내가 잘못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말을 천번 이상 들어 봤는데도 계속 '이용해'가 아니고 '이영애'로 들린다.

이타롱씨

1대1 한국 사람하고 대화할 때보다 한국 사람 여러 명과 같이 모였을 때 하는 이야기가 훨씬 더 알아 듣기 어렵다. 1대1 한국말로 이야기할 때 상대방은 보통 내 언어 수준에 맞게 조금 더 쉬운 낱말과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에는 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자주 이야기 주제가 나에게 낯선 것일 때가 있어서 잘못 알아 들을 때가 많다.

한국에 와서 처음 하숙했을 때 하숙생들과 밥 먹으면서 이럴 때가 꽤 있었다. 밥 먹으면서 열심히 듣고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알아 들을 수가 있으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대충만 알아 들으면 쉽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한 예를 들면, 기숙사에서 하숙집으로 이사 온 지 몇 주 안 됐을 무렵, 하숙생끼리 밥을 먹으면서 어떤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을 '타롱이'라고 했는데 우리 동네에 애인이 몇명 있고, 자식은 몇 명인지 모른다고들 했다.

그 당시 나는 한국 이름에는 익숙하지 않았고, 그래서 서양에서는 성과 이름 순서가 한국과 반대니까, 하숙생들이 '이타롱'이란 동네 건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얼마 있다가 '타롱이'는 우리 하숙집 개라는 것을 깨달은 후 매우 안심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