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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중구 사회당 이향희 예비후보
ⓒ 박종석
“정말 저질 코미디의 극치를 보는 듯 합니다. 한나라당이 로고를 바꾸고 새로운 대표를 뽑았다고 등을 돌린 민심이 돌아서겠습니까? 아직도 꿈속에 헤매면서 국민 기만하는 고도의 총선용 블랙코미디와 총선용 천막 당장 걷어 치우고 정신 좀 차려야 돼요.”

서민과 함께하는 ‘맛있는 정치’를 펼쳐보겠다고 지난 2002년 12월 16대 대선과 동시에 실시한 울산 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약관 26세의 나이로 처녀 출마해 유효투표 10%대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전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향희(28)씨가 사회당 후보로 또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미디어 선거시대를 맞아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며 두 차례 실시된 총선후보 TV방송 토론 상호토론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무장된 그녀의 그침 없는 답변과 질문이 타당 후보를 압도하는 강단과 여유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일찍부터 국민소환제도가 도입돼 운용됐다면 한나라 같이 부패한 정치집단이 당리당략으로 감히 대통령 탄핵이라는 무모한 카드를 끄집어 냈겠습니까? 국회의원이나 지방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뜻을 거슬렀을 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바로 국민소환제입니다.”

보선 출마 때부터 줄곧 ‘국민소환제 도입’을 주장해 온 그녀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17대 국회가 구성되면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만시지탄 감이 있으나 환영한다”면서 “국민소환제는 물론 국민발안제 도입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향희씨는 전남 진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자라 숙명여대에 입학한 후 ‘서민과 함께 살아야겠다’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주위 만류를 뿌리치고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하청기업 페인트 잡부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17대 총선에 사회당이 후보를 낸 전국 6곳의 선거구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후보는 기성 정치인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 민심이 자신도 도매금으로 인식할까 우려해 정당과 인물의 차별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탄핵 역풍을 맞고 있는 한나라당이 여성인 박근혜 대표 카드를 내놓았다. 같은 여성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지적했다시피 한나라의 정체성을 국민들이 잘 알아야 한다. 박 대표가 누군가? 우리 나라 현대 정치사에 있어 ‘쿠데타’라는 용어를 낳게 한 군사쿠데타의 창시자요 유신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다. 민주 헌정 질서가 유린되고 파괴된 수치스런 날로 기억되는 ‘3월 12일 의회 쿠데타’를 자행한 한나라가 이것도 모자라 겉옷을 바꿔 입는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절대 다수 민의를 배반하고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수구 보수 세력으로 회귀한 정치 부패 집단에 대해 국민들의 심판이 어떤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 사회당의 이념이 진보 정치 실현인데 ‘진보’라는 정치 용어 하나를 놓고 볼 때 민주노동당의 정당 이념과 유사해 일반적으로 당의 정체성 구분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외견상 정치 이념이 같아 보이지만 세부적인 정강정책에 들어가면 사회당이 추구하는 진보와 개혁은 성질이 다르다. 일부 보수 세력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진보와 개혁을 논하지만 진보와 개혁에도 옥석이 있다. 잘 구분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 여기가 고향도 아니고 특별한 연고도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울산 온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발을 디뎠는데 그 동기가 궁금하다.

“전공은 교육심리학이었지만 정치외교학을 부전공했다. 졸업 당시 주위에서는 사회에 나가 고생하지 말고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니 교직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 품은 뜻을 꽃 피우기 위해 현장 작업장을 택했다. 노동자들과 동고동락 하면서 그들이 받는 고통과 아픔을 함께하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하다 당원들의 지원으로 발을 디디게 됐다.”

- 사회 초년병인데다 더구나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임금이 박봉인데 어떻게 그 많은 선거비용을 충당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3천만 원을 썼다. 당시 다른 후보들은 선거판에서 몇 억 몇 십억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나는 그만한 여유가 없었다. 당원들이 중구 보선을 사회당의 정당 인지도 확산의 계기로 삼기 위해 자신들의 당비로 충당해 줬다. 절반은 공영선거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절반을 가지고 라면을 끓여 먹어가며 운동을 했다. 열악한 재정과 선거 환경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을 기억하면서 감사의 눈물을 머금은 적도 있다.”

-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사회당이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비정규직 철폐와 관련한 각종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에 적극 참여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행동강령이 일각에서는 너무 급진적인 사고가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일반사회에서 생각하는 그런 사회주의가 아닌 점을 이 기회에 분명히 해두고 싶다. TV방송토론에서 이 문제가 언급된 적이 있다. ‘사회주의’하면 흔히 우리가 어릴 적 보았던 ‘늑대가면을 쓴 뿔 달린 똘이장군 만화’에 나오는 그런 색깔론을 얘기하는데 21세기 사회주의는 반공이 국시였던 과거의 사회주의가 아닌 미래 정치를 지향하는 노동자 서민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 사회를 말한다.”

- 달라진 선거 풍토에서 민심 현장에 나가 유권자들을 접촉해보니 어떠한가?

“만나는 사람마다 변화의 열망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탄핵으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은 것 같았다. 특정 정당에서 애써 평가 절하하는 여론을 현장에서 읽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여론이 결코 거품이 아니란 걸 발견하고 있다.”

- 출마하는 후보의 지향점은 모두 당선이다. 본인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 가능성을 얼마만큼 열어두고 있나?

“물론 당선이 목표다. 제가 젊기 때문에 모든 점에 있어 탄력적이고 균형적 정치 감각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거리에 나서면 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이향희가 정말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줄 정치인’이라며 악수를 청하고 격려를 보내줄 때 저 스스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편한 사람인 우리의 이웃들인 서민을 다시 한번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 총선에 임하는 각오는.

“주름진 가계 경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는 희망을 주는 살림의 정치를 펼치고 싶다. 부패한 정치 집단을 몰아내고 모든 권력이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진정한 민주주의 헌정 수호를 위해 모든 젊음을 바칠 각오다.”

- 마지막으로 못 다한 이야기가 있거나 유권자들에게 후보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17대 총선은 당선돼야 할 사람보다 반드시 당선시켜야 할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이 땅에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얽매여 국민을 배반하고 기만하는 부패 정치 집단이 기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부패 정치 청산은 제도권 정치인들로는 안된다. 민주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유린한 의회쿠데타 세력을 과감히 척결하는 길은 바로 우리의 이웃인 국민들이 일궈내야 한다. 개혁과 진보로 살맛나는 정치를 펼치는 참신한 인물이야말로 미래 정치를 맡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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